수업시작
수업 시작
이산갑은 조선어로 수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조심스러웠다. 일제가 조선어 사용을 금지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산갑: (칠판에 글을 쓰며) "이것이 우리말입니다. 우리 글입니다. 잊지 마십시오."
강지윤은 영양학을 가르쳤다.
이산갑의 말에 아이들의 눈이 더욱 초롱초롱해졌다. 교실 안에는 펜이 사각거리는 소리와 조심스럽게 책장을 넘기는 소리만 가득했다. 이산갑은 칠판에 한글을 썼다 지우기를 반복하며 한 글자 한 글자의 의미를 아이들에게 새겨주었다. 밖에서 혹 누군가 들을까, 목소리도 평소보다 낮추었다.
"이것이 우리말입니다. 우리 글입니다. 잊지 마십시오. 우리가 글을 잊으면, 우리가 누구인지도 잊게 될 것입니다."
그의 말이 끝나자, 강지윤이 교실 앞으로 나섰다. 그녀는 아이들 각자의 도시락을 꼼꼼히 살핀 뒤, 칠판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자, 이제 점심시간이다. 우리는 무엇을 먹어야 건강하고 튼튼하게 자랄 수 있을까?"
아이들은 도시락을 열어 각자 싸온 음식을 꺼냈다. 밥, 나물, 김치, 그리고 간혹 조기 한 마리가 전부였다. 강지윤은 칠판에 밥, 채소, 고기, 물을 각각 그려 넣었다.
"우리가 힘을 내려면 밥을 먹어야 한다. 밥은 밭에서 나는 쌀로 만든 것이지. 그리고 튼튼한 몸을 만들려면 나물과 고기를 골고루 먹어야 한다. 무엇보다 깨끗한 물을 마셔야 병에 걸리지 않는다."
강지윤은 아이들에게 밥과 나물만으로도 충분히 영양을 챙길 수 있는 방법을 설명했다. 조선 시대에는 ‘음식이 곧 약’이라는 약식동원(藥食同源)의 정신이 중요하게 여겨졌기 때문에, 그녀의 설명은 아이들의 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우리 조상들은 음식을 약처럼 귀하게 여겼다. 나물 하나를 먹더라도 정성을 다해야 한다."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들의 도시락을 바라보았다. 밥과 나물이 그저 배를 채우는 음식이 아니라, 자신들의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만드는 소중한 보물이라는 것을 깨달은 듯했다.
강지윤: "조, 보리, 콩... 우리가 먹는 음식에는 영양이 있어요. 일본 사람들이 쌀을 빼앗아가도, 우리는 다른 곡물로 건강하게 살 수 있어요."
학생들은 진지하게 듣고 있었다.
학당 밖, 감시하는 눈들
학당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조병수가 숨어 지켜보고 있었다.
조병수: (수첩에 메모하며) "영산학당... 학생 수 약 30명... 조선어로 수업... 반일 사상 교육 의심됨..."
그는 박성표에게 보고할 자료를 모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