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색, 마주한 영혼

by seungbum lee

춤추는 색, 마주한 영혼

깊은 숲, 회색빛 안개로 둘러싸인 무대 위에 두 발레리나가 섰다. 하나는 태양처럼 따스한 노란빛 드레스를 입고, 하나는 바다처럼 고요한 푸른빛을 두른 채. 서로의 손끝이 닿는 순간, 온 세상이 숨을 멈춘 듯 정지되었다.

그들의 모습은 마치 계절과 계절이 만나는 찰나였다. 한 명은 봄과 여름의 생기를 머금고, 다른 한 명은 가을과 겨울의 깊이를 품었다. 색이 다르고, 결이 다르지만, 두 존재는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하나의 이야기로 녹아들었다.

그 춤은 언어가 없었지만, 말보다 깊은 대화였다. 너와 내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며도, 그 다름 속에서 아름다움을 찾는 일. 서로를 밀어내기보다는 당기고, 부정하기보다는 끌어안는 움직임. 그 순간 나는 문득 떠올렸다. 우리의 인생 또한 그런 춤이 아닐까 하고.

누군가는 나와 너무 달라 이해할 수 없을 것 같던 사람. 너무 뜨거워서, 혹은 너무 차가워서 멀리해야만 했던 관계. 하지만 결국, 그 다름은 우리를 춤추게 하는 힘이었다. 내 세계에 없던 색이 너로 인해 채워지고, 나의 온도가 너의 품에 녹아들며 우리는 함께 완성되어 갔다.

그림 속 두 무용수가 서로를 바라보며 웃는다. 어쩌면 세상 가장 깊은 교감은, 말이 아니라 마음을 담은 몸짓 하나, 시선 하나에서 비롯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서로 다른 두 빛이 만나, 더없이 찬란한 무彩色(무채색)의 무대를 만들어 낸 것처럼.

오늘 나는 다시금 배운다. 다름을 두려워하지 않기를, 그리고 함께 춤추기를.
인생이란 결국, 우리가 누구와 어떤 색으로 손을 맞잡느냐에 따라 완성되는 예술이니까.

keyword
작가의 이전글안개 속의 꽃 한 송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