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왕조실록 제1부 (프롤로그)

눈 내리는 날

by seungbum lee

눈 내리는 날


기원전 19년 겨울, 졸본성

눈발이 거세게 휘날리던 그날, 소서노는 궁궐 뒤뜰에 홀로 서 있었다. 그녀의 손에는 남편 주몽이 남긴 옥패가 쥐어져 있었다. 차갑고 단단한 옥의 감촉이 그녀의 손바닥을 파고들었다.

"소서노."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그녀는 천천히 돌아섰다. 열여섯 살의 소년 유리가 서 있었다. 주몽의 부여에서의 전처소생, 그리고 이제 막 태자로 책봉된 고구려의 후계자.

"태자마마." 소서노는 깊이 고개를 숙였다.

"어머님이라 불러도 되지 않겠습니까?" 유리의 목소리는 조심스러웠다.

"아니 됩니다. 저는 이제 선왕의 과부일 뿐, 태자마마의 어머니가 아닙니다."

침묵이 흘렀다. 눈만이 소리 없이 두 사람 사이의 공간을 채워갔다.

"온조와 비류는 어디 있습니까?"

"연무장에 있을 겁니다. 늘 그곳에 있으니까요."


유리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돌아섰다. 소서노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 소년이 왕이 되면, 내 아들들은 어떻게 되는가.'


소서노는 갑자기 자신의 아버지 연타발(延陀勃)이 생각났다. 졸본(卒本, 지금의 만주 일대의 ) 족장의 딸인 그녀가 주몽과 고향을 떠날때 쥐어준 옥패또한 그녀의 만지작거림에 향수의 느낌을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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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서노(召西奴)**는 고구려와 백제의 건국 신화에서 모두 중요한 인물로 등장하는 여성이며, 한국 고대사에서 보기 드문 여성 정치가이자 개국공신입니다.
그녀의 삶은 **두 왕국(고구려와 백제)**의 건국과 깊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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