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왕조실록 1부 (8)

형제의 재뢰

by 이 범

형제의 재회

기원전 17년 가을, 비류가 찾아왔다. 그는 몹시 초췌해 보였다.

"동생아..." 비류의 목소리는 떨렸다. "내가 잘못 생각했다. 미추홀은... 사람이 살 곳이 못 된다."

온조는 형을 부축했다. "형님, 함께 하십시다. 제가 땅을 내어드리겠습니다."

"아니다." 비류가 고개를 저었다. "나는 네 신하가 될 수 없다. 동생의 신하가 되느니 차라리..."

"형님!" 온조가 형의 손을 잡았다. "신하가 아니라 형제로 함께 합시다. 제발..."

하지만 비류는 손을 뿌리쳤다. 그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 자존심과 현실 사이에서 그는 짓눌려 있었다.

"동생아, 용서해 다오."


비류는 온조의 손을 뿌리치고 비틀거리며 멀어졌다. 온조는 차마 그를 붙잡지 못하고 애처롭게 뒷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형제의 엇갈린 운명 앞에서, 왕이 된 온조의 마음은 한없이 아팠다. 미추홀에서의 실패와 온조에 대한 자존심 때문에 비류는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비류의 비보가 전해지자 온조는 깊은 슬픔에 잠겼다. 그는 형의 죽음을 자신의 책임으로 여겼다. 왕위에 오른 기쁨도 잠시, 형을 잃은 슬픔과 자책감에 시달렸다. 온조는 비류의 장례를 성대하게 치르고, 미추홀 백성들을 위례성으로 불러들였다. 그들에게 따뜻한 보살핌과 새로운 삶의 터전을 제공하며 형에 대한 마지막 도리를 다했다.
시간이 흘러 비류의 그림자는 점차 옅어졌지만, 그의 죽음은 온조에게 큰 교훈을 남겼다. 왕으로서 백성을 돌보는 것이 얼마나 막중한 책임이며, 한 사람의 자존심과 고집이 얼마나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 깨닫게 된 것이다. 온조는 비류의 희생을 잊지 않고, 더욱 현명하고 자애로운 왕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그의 통치 아래 백제는 더욱 굳건한 나라로 성장해 나갔다. 형의 죽음은 온조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고, 백제의 초석을 다지는 과정에서 겪는 또 하나의 시련이자 성장의 발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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