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
그런데 갑자기 하늘이 먹구름으로 뒤덮이더니,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어? 비 온다!" 한 아이가 손바닥을 하늘로 향하며 소리쳤다."어서 피하자!" 다른 아이가 외쳤다.하지만 산갑이와 정치는 물고기 잡는 재미에 푹 빠져 있어서 빗소리도 제대로 듣지 못했다.
"산갑아, 저기 큰 놈 또 있어!" 정치가 흥분해서 가리켰다."어디? 어디?" 산갑이가 몸을 더욱 앞으로 내밀며 물 속을 들여다보았다.
그런데 갑자기 하늘이 터진 듯 소나기가 쏟아져 내렸다. 순식간에 저수지 주변은 빗물로 가득해졌다."우와, 비가 엄청 쏟아진다!" 산갑이가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어서 피하자!" 정치가 외쳤다.그런데 문제는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갑작스런 폭우로 저수지 위쪽에서 내려온 빗물이 수문으로 쏟아져 들어오면서, 수문 아래의 물이 급격히 불어나기 시작한 것이다."야, 물이 갑자기 많아진다!" 다른 아이들이 소리치며 물가에서 급히 뛰쳐나왔다.산갑이와 정치도 서둘러 나오려 했지만, 이미 물살이 너무 거세졌다. 산갑이가 물에서 나오려고 발을 디디는 순간, 미끄러운 돌에 발이 헛디뎌 물 속으로 풍덩 빠져버렸다."으앗!"
산갑이의 비명소리가 빗소리에 묻혔다.불어난 물살이 산갑이를 순식간에 휩쓸어가기 시작했다. 산갑이는 필사적으로 물 위로 고개를 내밀며 소리쳤다."정치야! 정치야! 도와줘!"산갑이가 정치를 향해 필사적으로 손을 내밀었다. 정치는 산갑이의 절망적인 외침을 듣고 잠깐 그 쪽을 바라보았다.하지만 거센 물살과 쏟아지는 빗줄기를 보자, 정치는 순간 공포에 사로잡혔다. 만약 자신이 산갑이를 도우려다가 함께 물에 휩쓸려간다면..."정치야! 제발!" 산갑이의 목소리가 점점 멀어져갔다.정치는 잠깐 망설였다. 그러나 무서움이 앞섰다. 그는 산갑이가 내미는 손을 외면하고, 급히 몸을 돌려 물가에서 뛰쳐나왔다."아, 안돼! 무서워!" 정치는 두려움에 떨며 혼자서만 안전한 곳으로 도망쳤다.산갑이는 친구가 자신을 버리고 도망가는 것을 보며 절망했다. 차가운 물이 코와 입으로 들어왔다. 물살에 휩쓸리면서 산갑이는 간신히 지나가는 나뭇가지를 붙잡을 수 있었다."도와주세요! 누구든지 도와주세요!" 산갑이의 외침이 빗소리 속에서 울려 퍼졌다.다행히 마을 어른 한 분이 급히 달려와 긴 막대기를 내밀어 산갑이를 구해낼 수 있었다. 산갑이는 물에서 나와 땅에 엎드려 기침을 하며 물을 토해냈다."괜찮니? 다친 곳은 없니?" 어른이 걱정스럽게 물었다.산갑이는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보았다. 하지만 정치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그제야 정치가 자신을 버리고 혼자 도망갔다는 현실을 깨달았다.산갑이의 가슴 속에는 차가운 빗물보다 더 차가운 무언가가 스며들었다. 그것은 배신감이었고, 실망감이었으며, 깊은 상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