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란(21)

이산갑 과 서영 그리고 백정치

by 이 범

서영은 산갑이의 진실한 마음을 느끼며 마음이 따뜻해졌다. 한양에서 만났던 많은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신분 때문에 접근했는데, 산갑이는 그런 계산 없이 순수한 마음으로 자신을 대해주는 것 같았다.



"고맙습니다, 이산갑 도련님." 서영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 미소를 본 순간, 이산갑의 가슴이 크게 뛰었다. 이것이 바로 사랑이라는 감정인 것일까? 그는 자신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 후 며칠이 지나면서 산갑이와 서영 사이에는 묘한 감정이 자라나고 있었다. 산갑이는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뒷산을 돌며 서영에게 줄 것들을 찾았다.

어떤 날은 예쁜 들꽃을, 어떤 날은 약초를, 또 어떤 날은 맑은 샘물을 떠다 주었다.

그럴 때마다 서영의 얼굴에 피어나는 환한 미소가 그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보상이었다."산갑 도련님은 정말 세심하세요." 서영이 산갑이가 가져다준 야생화를 보며 말했다. "이런 예쁜 꽃이 뒷산에 있는 줄 몰랐어요.""

서영 양께서 좋아하신다면 매일 가져다드리겠습니다." 산갑이가 진심으로 말했다.두 사람은 함께 마당을 거닐거나,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서영은 한양에서 배운 시와 글을 산갑이에게 들려주었고, 산갑이는 이 고장의 역사와 아름다운 전설들을 서영에게 이야기해주었다."이 고장에 옛날에 선녀가 내려와 목욕했다는 연못이 있다고 하던데요." 산갑이가 서영과 함께 연못가에 서서 말했다."정말요? 그런 아름다운 전설이..." 서영이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그럼 지금도 선녀가 나타날까요?""이미 나타났는데요." 산갑이가 서영을 바라보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서영은 산갑이의 말의 의미를 깨닫고 얼굴이 붉어졌다.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말없이 미소를 교환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을 멀리서 지켜보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백정치였다.정치는 이 댁에 잡역을 하러 와서 우연히 두 사람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창백하지만 아름다운 서영의 모습에 그의 마음은 순간 사로잡혔다.


하지만 자신의 신분을 생각하니 그 감정을 표현할 수도 없었다."저 분이 바로... 명성황후의 친족이라는..." 정치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정치는 서영이 마당을 거닐 때마다 멀리서 바라보았다. 그녀가 기침을 할 때면 가슴이 아팠고, 그녀가 웃을 때면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하지만 감히 가까이 다가갈 수는 없었다."도련님과 저 양반은 참 잘 어울린다..."


정치가 쓸쓸하게 말했다.어느 날, 정치는 서영이 혼자 뒷마당에서 꽃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용기를 내어 조심스럽게 다가갔다."소... 소저님." 정치가 떨리는 목소리로 불렀다.서영이 고개를 돌려 정치를 바라보았다. "당신은?""백정치라고 합니다. 이 댁에서 잡일을 돕고 있습니다.


" 정치가 깍듯하게 인사했다."아, 그러세요." 서영이 단정하게 답했다.정치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주머니에서 작은 것을 꺼냈다. 그것은 그가 정성스럽게 깎은 작은 나무 장신구였다.


"소저님께서... 소저님께서 기침을 많이 하시는 것 같아서... 이것을 목에 차시면 기침에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정치가 조심스럽게 내밀었다.서영은 정치의 진심어린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비록 신분은 다르지만 그의 순수한 마음에 감동했다.


"고마워요. 정성이 느껴져요." 서영이 부드럽게 말하며 장신구를 받았다.정치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하지만 그 순간 산갑이가 나타났다."서영 양, 여기 계셨군요." 산갑이가 다가오며 정치를 발견했다.


"정치야, 무슨 일이냐?""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도련님." 정치가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산갑이는 서영의 손에 들린 나무 장신구를 보고 눈썹을 찌푸렸다."이것은 뭐냐?" 산갑이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정치가... 제 건강을 걱정해서 만들어준 것이에요." 서영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순갑이의 마음에 묘한 질투심이 일어났다. 정치가 서영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이 불쾌했다."정치야, 네가 서영 양께 함부로 접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산갑이 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정치는 고개를 더욱 깊이 숙였다. 자신의 감정이 얼마나 무모한 것인지를 깨달았다.


"죄송합니다, 도련님." 정치가 작은 목소리로 말하고는 그 자리를 떠났다. 서영은 정치의 뒷모습을 안쓰럽게 바라보았다. 그의 순수한 마음을 알 수 있었기에 더욱 마음이 아팠다. "산갑 도련님, 너무 하신 것 아니에요? 그분은 그저 친절을 베푼 것뿐인데..." 서영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산갑이는 자신의 질투심을 드러낸 것을 후회했다.


하지만 서영을 향한 자신의 마음이 이렇게 강할 줄은 몰랐다."죄송합니다, 서영 양. 제가 너무 성급했습니다." 선갑이가 미안해하며 말했다. 한편 정치는 혼자 저수지 근처로 가서 깊은 한숨을 쉬었다.

높은 하늘의 달을 바라보며 자신의 처지를 한탄했다."나 같은 놈이 감히... 명성황후의 친족을..." 정치가 자조적으로 웃었다. "하지만 이 마음만은... 이 마음만은 어쩔 수 없구나."그 밤, 세 사람 모두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냈다. 산갑이는 서영을 향한 사랑으로, 서영은 두 사람을 향한 복잡한 마음으로, 그리고 정치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아픔으로.


수,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