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인물
몇 년 후, 1910년세상이 급변하고 있었다. 일제강점기가 시작되면서 조선의 전통적인 질서는 뿌리째 흔들리고 있었다.
이충헌도 이제 일제의 통치 아래에서 관직을 수행해야 하는 복잡한 상황에 놓였다.
이충헌에게 일본 총독부의 대민 압력 행동과 식민통치 지령은 그의 성품으로 볼 때 얼굴에 웃음기가 사라지게 했고 평점심 또한 잃은 근심과 분노의 얼굴을 만들어 가게 했다 .
그 무렵 지영과 서영이 서로 모녀처럼 깊은 믿음을 쌓아가고 있었다.
어느날 ,서영에게는 청천벽력같은 갑작스러운 소식이 전해졌다. 명성황후의 친족이라는 신분 때문에 일본 정부에서 그녀를 일본으로 유학 보내겠다는 것이었다. 표면적으로는 '신문명 교육'을 위한 것이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조선의 구 왕실 세력을 견제하고 감시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서찰을 서영에게 전하는 지영은 떨리는 마음으로 지영을 안으며 말했다.
"서영아," 지영이 안타까워하며 말했다. "이렇게 갑자기 떠나야 한다니...""어쩔 수 없어요, 어머님." 서영이 씁쓸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거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에요 . 어머님 !" 지영은 언젠가 이 날아 올것이라는 것을 예견한 사람처럼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했다.
산갑이는 서영의 소식을 듣고 충격에 빠졌다. 이제 막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기 시작한 참인데, 이별이라니...
"서영 양, 정말... 정말 가셔야 하는 건가요?" 산갑이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산갑이는 서영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있었다.
" 네... 일본에서 새로운 학문을 익혀서 조선을 위해 쓰라하니까요." 서영이 슬픔을 감추며 말했다."그럼... 언제 돌아오실 수 있나요?""모르겠어요. 아마도... 몇 년은 걸릴 것 같아요."산갑이의 가슴이 미어져 내리는 것 같았다. 서영 역시 떠나기 싫었지만, 시대의 거대한 흐름 앞에서는 개인의 의지가 무력했다.
서영이 떠나는 날, 산갑이는 멀리서나마 그녀를 배웅했다. 가마에 오르기 전 서영이 뒤돌아보며 작은 손수건을 흔들었을 때, 산갑이도 조용히 손을 들어 작별 인사를 했다.
정치 역시 멀찍이서 서영의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마음속 깊이 간직했던 사람이 영원히 사라져가는 것 같아 가슴이 아팠다일제강점기라는 격변의 시대를 배경으로 세 인물의 운명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알수 없었다 .
서영은 명성황후 친족이라는 신분 때문에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게 되고, 산갑이는 현실적 선택으로 일제강점기 관료의 길을 걷게 되며, 정치는 여전히 사회 하층민으로서 새로운 시대에도 소외된 현실에 불만을 품게 된다.
특히 일제강점 후 표면적으로는 반상의 신분제가 폐지되었지만 실제로는 새로운 형태의 계급이 생겨나고, 여전히 출신에 따른 차별이 지속되는 현실을 통해 시대의 모순을 보여주려 했다.
세 사람이 각각 다른 방식으로 변화하는 시대에 적응해가는 시기였다.
이산갑은 서영이 건넨 손수건을 보며 회상에 잠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