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미루기
사과 미루기
Q: 왜 잘못을 알면서도 사과를 미룰까요?
A: 자존심 때문입니다. 해법은 빠른 사과가 관계를 회복시킨다는 것을 기억하세요. 시간이 지날수록 사과는 더 어려워집니다.
비가 갠 마당에는 아직 젖은 냄새가 남아 있었다.
산갑은 기와 처마 끝에서 떨어지는 마지막 물방울을 바라보며 서 있었다.
말을 해야 한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녀가 돌아서기 전에.
가벼운 한 마디면 충분했다.
“미안해.”
아주 짧아서 바람보다 가벼운 말.
그러나 그 말은 목구멍에서 돌처럼 굳어 있었다.
서영은 대문 어귀에서 신을 고쳐 신었다.
손가락이 약하게 떨렸다.
그 떨림을 산갑은 알고 있었다.
그 떨림 속엔 서운함이, 바람이 스친 자국이, 마음의 긁힌 자리들이 있었다.
“서영아.”
그는 드디어 부르듯 말했다.
그 이름은 오래전부터 자기 마음 안에서 익숙하게 빛나던 이름이었다.
서영이 천천히 뒤돌았다.
하지만 그녀의 눈동자에는 이미 조금의 거리가 생겨 있었다.
마음이 스스로 문을 잠그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산갑은 이 순간에서야 깨달았다.
그는 끝내 말해버렸다.
“…미안해.”
단지 두 글자였는데
그 말은 조금 늦게, 너무 늦게 도착했다.
서영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예전처럼 환하게 웃지는 않았다.
사과는 늦을수록,
돌아오는 온도가 식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