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살아야 100년인것을 (51)

현재 불만족

by 이 범

현재 불만족
Q: 왜 지금 이 순간을 즐기지 못할까요?
A: 항상 더 나은 미래를 꿈꾸기 때문입니다. 해법은 하루에 3번,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시간을 갖는 것입니다. 호흡에 집중하세요.

서윤은 늘 내일을 들여다보며 살았다.
마치 창밖 먼 산 능선을 따라가는 기차처럼, 마음은 언제나 지금보다 앞서 있었다.

아침이면 커피를 내리며 속으로 계획을 읊었다.
“오늘은 이걸 하고, 그다음엔 저걸 하고, 그러고 나면…”
컵에서 피어오르는 고운 김은 어느새 식어가고 있었다.
그 향을 느낄 틈도 없이.

점심 무렵, 동료 민규가 말했다.
“잠깐 산책할래? 공기가 좋아.”
서윤은 고개를 저었다.
“할 일이 너무 많아서.”
하지만 마음 속에서는 누군가 조용히 문을 두드렸다.
지금, 바로 지금이 단 하루가 만들어지는 시간이라고.

해가 기울 무렵, 창밖이 분홍빛으로 물들었다.
서윤은 모니터 화면에 반사된 그 빛을 보고 갑자기 멈춰 섰다.
마치 오래 잊고 있던 노래가 문득 귀를 스친 것처럼.

창문을 열었다.
바람은 마른 은행잎 냄새를 실어 왔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웃음소리, 자전거 바퀴 소리, 저 멀리 신호등이 바뀌는 소리까지.
모든 게 잠깐 선명해졌다.

그때야 깨달았다.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고
과거는 이미 지나갔으며
지금은 한 번만 지나가는 얇은 종잇장 같은 순간이라는 것을.



서윤은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
어깨가 가라앉고, 가슴이 부드럽게 풀렸다.

“지금 여기.”

그 말이 마음 속에서 작은 돌처럼 조용히 가라앉았다.
낮게, 그러나 분명하게.


그날 이후 서윤은 하루에 단 세 번만 멈추기로 했다.
아침 한 모금,
점심 햇빛 한 줄기,
저녁 바람 한 차례.



그는 알게 되었다.
행복은 거대한 미래 프로젝트가 아니라
조용한 순간 속에 숨어 있다는 것을.



삶은 늘 지금이라는 작은 방에서만 존재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