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시티즌의골방이야기(2)

성학집요 풀이

by 이 범

어느 날, 효종은 강준의 충성심을 시험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강준을 은밀히 불러 자신이 아끼는 붓을 하사하며, "이 붓으로 짐의 초상을 그려주시오. 단, 아무도 모르게, 그리고 오직 붓의 힘으로만 그려야 합니다."라고 명했다. 강준은 영문을 알 수 없었지만, 군주의 명령이기에 붓을 받아들었다.
​며칠 후, 강준은 초상화를 들고 효종을 찾아왔다.


효종은 그림을 펼쳐 보고는 크게 놀랐다. 그림 속 자신의 모습은 실물과 똑같았을 뿐만 아니라, 붓의 필선에서 느껴지는 기백이 살아 숨 쉬는 듯했기 때문이다. 효종은 강준의 뛰어난 재능에 감탄하면서도, 동시에 그를 향한 의심을 더욱 깊게 품게 되었다.
​이후로 효종은 강준을 견제하기 시작했다. 주요 관직에 강준의 반대파를 앉히고, 강준이 추진하는 정책마다 제동을 걸었다. 강준은 묵묵히 군주의 뜻을 따랐지만, 점차 지쳐갔다.
​어느 날 밤, 효종은 잠 못 이루고 뒤척였다. 강준의 충성심을 의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를 잃을까 봐 두려웠다. 효종은 자리에서 일어나 서재로 향했다. 그곳에는 강준이 그린 자신의 초상화가 걸려 있었다. 효종은 그림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그림 속 자신의 모습은 여전히 위엄 있었지만, 어딘가 모르게 외로워 보였다.
​효종은 문득 강준이 그림을 그릴 때 어떤 마음이었을까 궁금해졌다. 강준은 자신을 진정으로 존경하고 따랐던 것일까? 아니면 그저 의무감에 따른 것일까? 효종은 혼란스러웠다.
​그때, 효종의 눈에 초상화 아래쪽에 작은 글씨가 들어왔다. "군주의 덕은 백성에게서 나오고, 백성의 마음은 군주에게서 나옵니다." 효종은 그 글을 읽고 큰 깨달음을 얻었다. 자신이 강준의 재능을 질투하고 의심했던 것은, 결국 자신의 덕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강준의 충성심은 의심할 여지 없이 진실된 것이었다.
​다음날 아침, 효종은 강준을 다시 불러들였다. 효종은 강준에게 그동안 자신의 어리석음을 솔직하게 고백하고 용서를 빌었다. 강준은 눈물을 흘리며 군주의 진심을 받아들였다.
​이후 효종과 강준은 서로를 더욱 믿고 의지하며 대하국을 태평성대로 이끌었다. 효종은 강준의 충언을 귀담아듣고, 강준은 효종의 뜻을 받들어 국정을 보살폈다. 두 사람의 아름다운 이야기는 후대에 길이 전해졌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