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시티즌의 골방이야기(3)

구슬과 말의 티: '언어의 정원'(1)

by 이 범

성약집요 구절

말을 조심해서 하고 몸가짐을 경건하게 하여 늘 안정되고 착하게 행동하라. 흰 구슬의 티는 갈아내면 되지만 말의 티는 다듬을 수 없느니라. 경솔하게 말하지 말고 구차하게 말하지 말라. 내 혀를 붙잡아 줄 이 없으니 함부로 말을 내뱉지 말라.


침묵의 벽, 그리고 '인정하는 말'의 부재
​주인공 서아는 촉망받는 IT 스타트업의 유능한 기획자입니다. 그녀는 일 처리에서는 완벽주의자이지만, 연인 현우에게는 늘 차가운 언어를 사용했습니다. 서아의 연인 현우의 주된 '사랑의 언어'는 **인정하는 말(Words of Affirmation)**이었지만, 서아는 현우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 일상적이었습니다.



​"또 그걸 이렇게 했어? 시간 낭비 좀 그만해."
"결과가 이렇게 뻔한데 왜 미리 확인을 안 했어? 비효율적이야."
​서아에게는 이것이 그저 '솔직하고 효율적인 피드백'이었습니다. 그녀는 현우의 사소한 실수나 부족한 점을 지적하는 데 주저함이 없었습니다. 현우의 마음속에는 흰 구슬의 티처럼 작았던 서아의 말들이 깎아낼 수 없는 상흔으로 쌓여갔습니다. 현우는 매일 밤 “흰 구슬의 티는 갈아내면 되지만 말의 티는 다듬을 수 없느니라”라는 옛말을 떠올리며 고통스러워했습니다. 그는 점점 서아와의 대화를 피하게 되었고, 둘 사이에는 짙은 침묵의 벽이 세워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