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란(61)

요미우리 겐지로

by 이 범

요미우리 겐지로는 조선총독부 고등계 형사 중에서도 가장 악명 높은 인물이었다. 그의 사무실 벽에는 조선 독립운동가들의 사진과 정보가 빼곡히 붙어 있었다.




"박 서기, 이산갑 주변 인물들의 동향은 어떻게 되고 있나?"
요미우리가 책상에 앉아 담배를 피우며 물었다.
박성표 면서기가 비굴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예, 요미우리 형사님. 계속 감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산갑이라는 자는 워낙 조심스럽게 행동해서..."

"조심스럽다는 것 자체가 수상한 거 아닌가!"

요미우리가 책상을 탁 쳤다.

"분명히 한도회와 연결되어 있을 거야. 윤서영 그 여자도 그렇고..."

요미우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윤서영에 대한 그의 감정은 복잡했다. 유학 시절 그녀를 짝사랑했지만 거절당했고, 그 후 그녀가 조선의 독립을 위해 활동하는 모습을 보며 배신감을 느꼈다.

"서영이 그 여자... 나를 거절하고 조선 독립 따위를 외치다가 결국 죽고 말았지."

박성표가 아첨하듯 말했다.

"형사님께서 올바른 길로 인도하려 하셨는데, 그 여자가 어리석었던 겁니다. 내선일체, 우리는 모두 대일본제국의 신민인데..."

"그래, 조선인들이 황국신민이 되는 것이 얼마나 영광스러운 일인지 모르는 거야."

요미우리는 창밖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이산갑의 전답들, 참 기름진 땅이더군. 그런 땅을 조선인이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제국을 위해 헌납해야 마땅하지요."

박성표의 눈에 탐욕이 어렸다.

"하지만 이산갑은 워낙 영향력이 커서 함부로 손댈 수가 없어. 그래서 밀정들을 더 심어야 해."

요미우리는 서류를 뒤적였다.




"백정치는 이미 우리 밑에 있고... 김상돌도 감시하고 있고... 이제 필요한 것은 이산갑에게 더 가까이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이야."

"형사님, 한호건이라는 자가 있습니다."

박성표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한호건, 앉게."

요미우리가 의자를 가리켰다.

"무슨 일로 저를 부르셨습니까?"

"자네, 식물도감을 만들고 있다지?"

"예... 우리 땅의 식물들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서요."





"훌륭한 일이야. 제국도 조선의 식물 자원에 관심이 많거든."

요미우리가 담배를 권했지만 한호건은 정중히 거절했다.

"자네가 이산갑과 자주 산에 오른다지?"

"예, 이산갑 어르신께서 식물에 관심이 많으셔서 가끔 동행합니다."

"그럼 이산갑과 가까운 사이겠군. 그 사람이 평소에 무슨 말을 하던가?"

한호건은 잠시 생각하는 척하다가 대답했다.

"주로 식물 이야기를 합니다. 어떤 나무가 약재로 좋다든지, 어떤 풀이 희귀하다든지..."

"그것 말고! 정치적인 이야기는 안 하나?"

요미우리의 목소리가 날카로워졌다.


"정치 이야기요? 글쎄요... 기억나지 않는데요."

"한호건, 솔직하게 말하게. 이산갑이 한도회와 연결되어 있지 않나?"

한호건은 놀란 척했다.

"한도회요? 그게 뭡니까?"

"모르는 척하지 말게! 조선 독립을 꿈꾸는 불온한 단체야!"

"저는... 정말 모릅니다. 이산갑 어르신은 그저 산과 식물을 사랑하시는 분일 뿐입니다."

요미우리는 한호건을 노려보다가 전략을 바꿨다.

"한호건, 자네 식물도감 말이야. 제국에서 출판을 지원해줄 수도 있네."

한호건의 눈이 커졌다.

"정말입니까?"

"물론이지. 하지만 조건이 있어. 이산갑의 동향을 우리에게 알려주게. 누구를 만나는지,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지..."

"하지만 그것은..."

"자네 평생의 꿈이 식물도감 완성 아닌가? 우리가 도와주겠네. 돈도 대주고, 인쇄도 해주고, 일본에까지 배포해주지."

한호건은 고민하는 척했다.

"시간을... 좀 주십시오."

"좋아. 일주일 후에 다시 오게. 그때 답을 듣지."


한호건이 경찰서를 나오자마자, 그는 곧장 이산갑에게 달려갔다.

"어르신, 큰일입니다!"

이산갑은 한호건의 보고를 듣고 침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예상했던 일이네. 요미우리 그 자가 움직이기 시작했구나."

"어르신,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호건이, 자네 연극 실력을 발휘할 때가 왔네."

이산갑이 미소를 지었다.

"요미우리에게 협조하는 척하게. 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정보만 흘려주는 거야."

"역이용을 하자는 말씀이십니까?"

"그렇네. 정혁진과도 이미 상의했어. 이제 요미우리를 우리가 이용할 차례야."

한호건의 얼굴에 결연한 표정이 떠올랐다.

"알겠습니다, 어르신. 제 식물도감보다 조선의 독립이 더 중요합니다."

"고맙네, 호건이. 하지만 조심해야 해. 요미우리는 악질이야."

일주일 후, 한호건은 다시 경찰서를 찾았다.

"형사님, 협조하겠습니다."

요미우리의 얼굴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번졌다.

"잘 생각했네! 자, 그럼 앞으로 이산갑의 모든 동향을 보고하게."

하지만 요미우리는 몰랐다. 한호건이 전하는 정보들이 모두 이산갑과 정혁진이 계획한 거짓 정보라는 것을.

이산갑은 이미 요미우리의 밀정 조직과 그 동태를 훤히 꿰뚫고 있었고, 정혁진을 통해 정보를 긴밀히 나누며 한 수 앞서 움직이고 있었다.

"호건아, 이제부터 우리가 요미우리를 춤추게 할 차례야."

이산갑의 눈빛에 서영을 잃은 슬픔과 함께, 복수를 향한 냉철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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