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좇는 발걸음”
“행복을 좇는 발걸음”
은서는 매일 다이어리에 ‘오늘은 행복한 하루 만들기’라는 문장을 적어두었다.
행복은 계획하고 관리하면 얻어지는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아침 스트레칭, 건강식 아침, 하루 목표 3개 설정… 그녀의 하루는 반복되는 ‘행복 루틴’으로 꽉 차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행복은 해야 할 일이 되었고, 체크박스에 표시하지 못한 날이면 스스로를 다그쳤다. ‘오늘도 제대로 못 했네.’
그러던 어느 날, 출근길 버스에서 은서는 문득 자신이 행복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내려 하는’ 것 같다는 이상한 감정에 사로잡혔다.
그날 회사에서는 예기치 못한 일이 많았다. 오전 미팅 일정이 뒤바뀌었고, 점심에 가려던 식당은 문이 닫혀 있었다. 오후에는 갑작스러운 팀 업무가 몰렸다. 은서는 계획이 틀어지는 순간마다 불안해졌다. 행복을 관리하지 못하는 느낌 때문이었다.
퇴근길, 사람들로 붐비는 버스 안에서 은서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도로 위로 노을빛이 천천히 내려앉고 있었다. 사람들은 피곤한 얼굴로 창밖을 바라보거나 휴대폰 화면을 스크롤했다.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혹시 나는 삶을 너무 통제하려 했던 건 아닐까?”
행복을 목표처럼 정해두고 달려가야 한다고 믿었지만, 정작 그 과정에서 그녀는 자신을 조급하게 만들고 있었다.
버스는 시내를 벗어나 작은 다리를 건넜다. 다리 아래로 잔잔한 강물이 흐르고, 가로등 불빛이 은은하게 반사되었다. 그 풍경을 바라보는 순간 은서는 자신도 모르게 숨을 길게 내쉬었다.
‘지금… 이 순간, 이렇게 조용히 세상을 바라보는 것도 행복일 수 있겠네.’
그녀는 작은 사실 하나를 깨달았다. 행복은 쫓아가서 잡는 것이 아니라, 흘러가는 틈 사이에서 문득 스며드는 감정이라는 것을.
버스에서 내려 집까지 걸어가는 동안 은서는 오늘 하나도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이상하게도 덜 중요하게 느껴졌다. 오히려 계획 밖에서 일어난 작은 일들이 그녀의 마음을 가볍게 만들었다.
집 앞 골목에서 시원한 가을 바람이 불어왔다. 나뭇잎이 사르락 흔들리고, 은서는 그 소리가 마음속으로 깊이 들어오는 느낌을 받았다.
“오늘은… 실패한 하루가 아니라, 그냥 하루였네.”
그는 그 말이 주는 편안함에 살짝 미소를 지었다.
집에 들어와 다이어리를 펼쳤지만, 오늘도 체크박스를 채우지 못한 항목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나 은서는 더 이상 불안하지 않았다.
대신 한 줄을 조용히 적었다.
‘행복은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내가 멈춰 섰을 때 비로소 들리는 작은 속삭임.’
그녀의 손끝은 느리지만 단단했다.
그날 은서는 처음으로 행복을 쫓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날이, 오히려 더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