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의 무게를 내려놓는 법”
“불안의 무게를 내려놓는 법”
아라는 회사 입사 2년 차에 드디어 중요한 프로젝트 발표를 맡게 되었다. 팀장은 “이번엔 아라 씨가 하는 게 좋겠어. 자료도 잘 만들었잖아”라고 말했지만, 아라의 마음은 복잡하게 흔들렸다.
‘내가… 정말 할 수 있을까?’
어린 시절부터 발표가 두려웠던 기억이 떠올랐다.
많은 사람 앞에 서면 손이 떨리고 목소리가 약해지는 자신이 떠올라, 가슴이 답답해졌다. 그 날 퇴근길, 지하철 창에 비친 자신의 얼굴은 어딘가 불안으로 굳어 있었다.
다음 날 팀원들 앞에서 리허설을 하기로 했다. 발표 시작 버튼을 누르는 순간 아라의 목이 마른 듯 떨렸다. 슬라이드 첫 장을 겨우 넘기며 설명을 이어갔지만, 중간중간 말이 끊어지고 손끝이 흔들렸다.
리허설이 끝나고 모두가 조용하자, 아라는 그 침묵을 ‘실망’으로 받아들였다.
“죄송합니다… 제가 잘 못 해서…”
그러자 팀장이 웃으며 말했다.
“아니야, 아라 씨. 처음인데 너무 잘했어. 지금은 연습 단계잖아.”
동료들도 “톤은 좋은데 조금 더 천천히 말하면 더 좋을 거 같아요” “자료 구성이 좋아요. 흐름이 매끄럽네요”라며 도움 되는 말들을 건넸다.
그러나 아라는 칭찬이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내가 잘한다고? 정말?’
오랫동안 자신을 낮게 평가했던 버릇 때문에, 칭찬조차 의심하게 되는 자신이 답답했다.
리허설을 다시 준비하며 밤늦게 사무실에 남아 있던 아라는, 문득 창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마주봤다.
“왜 나는 나를 이렇게까지 못 믿을까?”
그녀는 자리에 앉아 가볍게 눈을 감았다. 그러자 오래전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초등학교 발표 시간, 잘했다는 칭찬보다 “조금 더 당차게 말하면 좋을 것 같다”는 선생님의 말이 훨씬 크게 들렸던 기억. 그때부터 ‘난 발표를 못해’라는 믿음이 그녀 안에 깊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아라는 조용히 속삭였다.
“그건 그때의 나였을 뿐인데…”
성인인 지금의 자신이, 어린 시절의 두려움에 여전히 묶여 있다는 사실이 조금은 서글프게 느껴졌다. 그러나 동시에 그 사실을 알았기에, 이제는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녀는 거울 대신 노트북 화면을 바라보며 천천히 말하기 연습을 시작했다.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은…”
조금씩, 아주 조금씩 목소리가 단단해졌다.
발표 당일, 회의실 문을 열기 전 아라는 손을 꽉 쥐었다 펴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긴장해도 괜찮아. 나도 괜찮아.”
그녀는 몇 번 숨을 고르고 단상에 섰다. 조명이 그녀의 얼굴에 닿는 순간, 처음엔 심장이 빨리 뛰었지만 점차 호흡이 안정됐다.
첫 문장을 무사히 말해냈다. 두 번째 문장도. 그리고 흐름을 잃지 않고 설명을 이어갔다.
발표가 끝났을 때 팀장은 미소 지으며 박수를 쳤다.
“정말 잘했어요, 아라 씨.”
그제야 아라는 자신이 해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지만, 그 떨림은 두려움이 아니라 성취감이었다.
자기 평가의 무게를 조금 내려놓은 하루.
아라는 그동안 자신을 지배하던 ‘나는 못한다’는 믿음이 서서히 무너지는 것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