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길
기차가 마침내 송정리 역에 도착했다. 증기가 플랫폼에 가득 퍼지는 가운데, 두 여인은 짐을 들고 내렸다. 많은 사람들이 봇짐을 들고 기차에서 내렸다.
개찰구를 나오자 이은주가 누군가를 향해 팔을 올려 손을 흔들었다.
역 앞에는 마차가 기다리고 있었다.
하얀 두루마기를 입은 노인—막심 이의 남편인 하인 조영감이었다.
조영감이 —이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조영감 : "아씨, 오셨습니까. 도련님께서 손님을 모시고 오라 하셨습니다."
이은주: "고마워요, 아저씨. 이분이 강지윤 선생님이세요."
강지윤은 정중히 인사했다. 조영감은 그녀를 흘끗 보더니, 미소를 지었다. 조영감: (작게 중얼거리며) "아... 도련님께 어울리는 분이시구먼..."
마차가 출발했다.
밀재를 넘자 영광의 여름 들판이 펼쳐졌다. 논에서는 농부들이 모내기를 하고 있었고, 멀리 산자락이 푸르게 보였다.
강지윤: (창밖을 보며) "참 오랜만에 아름다운 이곳에 오네요."
이은주: "우리 집이 저 산 너머 산아래 읍내에 있어요.
오빠가 매일 오르시는 산이 저기 보이는 물뫼산이에요."
강지윤은 산을 바라보았다. 산 정상에는 구름이 걸려 있었고, 산자락을 따라 숲이 우거져 있었다.
강지윤: (조용히) "저곳에서... 오빠분이 기도하시는군요."
이은주: "네. 새벽마다 오르신대요. 비가 오나 눈이 오나..."마차는 좁은 시골길을 따라 천천히 나아갔다.
이윽고 큰 한옥 기와집 한 채가 보였다. 대문 앞에는 큰 느티나무가 서 있었고, 담장 너머로 살구나무가 보였다.
조영감: "다 왔습니다."마차가 멈추자, 대문이 열리고 막심 이가 나왔다. 그녀는 이은주를 보자 반갑게 미소 지었다.
막심이: "아씨, 어서 오세요. 도련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이은주는 "아주머니, 이분이 강지윤 선생님이세요. 경성대학교에서 함께 일하는 분이시죠."
막심 이는 강지윤을 보더니, 잠시 멈칫했다. 그녀의 눈빛에는 무언가 복잡한 감정이 스쳐갔다.
막심이가 (공손히) "... 어서 오십시오, 선생님. 안으로 드시죠."
강지윤은 대문을 넘어섰다. 마당에는 아직 아침에 보았던 살구나무가 서 있었다. 대청 쪽에서는 바람에 풍경 소리가 울렸다.
그리고...
대청 끝, 그늘진 곳에 한 남자가 서 있었다.
하얀 두루마기를 입은 그는 책을 손에 들고 있었다. 고개를 들어 강지윤을 바라보는 순간,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이산갑.
그는 조용히 책을 덮고, 천천히 마당으로 내려왔다
이산갑: (차분한 목소리로) "어서 오십시오. 먼 길 오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강지윤은 가슴이 두근거렸다. 소문으로만 듣던 그 사람. 윤서영을 사랑했고, 지금도 그 그리움에서 벗어나지 못한 그 사람.
강지윤은 (공손히 인사하며) "... 강지윤입니다. 은주 선생의 초대로 왔습니다."
이산갑은 잠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에는 온화함이 있었지만, 동시에 깊은 슬픔이 감춰져 있었다.
이산갑이 "강지윤... 선생님이시군요. 은주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식품영양학의 대가라고..." 말했다
강지윤은 (겸손하게) "과찬이십니다. 저는 아직 배우는 중입니다."
이산갑은 미소 지었다. 하지만 그 미소에는 여전히 무언가 무거운 것이 담겨 있었다.
이산갑이"안으로 드시죠. 막심이, 차를 준비해 주게."
막심이는 "네, 도련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