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봤니? OECD가 지적한 황금티켓 증후군"

- "황금티켓 증후군에 휘둘린 엄마의 고백"

by MYMENA

'황금티켓 증후군'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이미지 출처 : pixabay

요즘 '황금티켓 증후군(Golden ticket syndrome)'이라는 말이 화제가 되고 있다고 해서 관심을 갖게 됐다. 알고 보니 2022년 OECD가 우리나라를 두고 한 말이었다. 명문대 진학과 대기업 취업이라는 낮은 확률의 기회를 향해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는 기형적 현상을 지적한 용어다.


왜 다시 화제가 되고 있을까?

이게 저출산의 주된 원인 중 하나라는 분석이 나왔기 때문이다. 청년들이 좋은 일자리를 얻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느라 결혼과 출산을 계속 미루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금 결혼하는 나이를 보면, 남자는 평균 34세, 여자는 31.5세라고 한다. 우리 때와는 정말 많이 달라졌다. 우리 시대만 해도 남자는 아홉수를 피하려고 29세 전에, 여자는 24~26세 사이에 금은동 순서를 매기며 결혼했었는데. 27세 여직원이 회사에 있으면 "쟤는 왜 결혼도 안 하고 히스테리를 부리냐"는 소리까지 들었던 시절이었다.


요즘엔 대학교에서도 이런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있나 보다. 올해 1월에 고려대 교육대학원에서도 '한국 사회의 고질병, 황금 티켓 증후군'이라는 주제로 글이 나온 걸 보니 말이다.

이런 내용들을 접하면서 너무 깜짝 놀랐다. 황금티켓 증후군을 살펴보니 나도 그 증후군에 휘둘린 엄마였단 걸 알게 됐기 때문이다.


다들 그렇게 하니까

한국에서 아이를 키우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다들 그렇게 하니까' 따라가게 되는 길이 있다. 명문대 → 대기업 → 결혼 → 아파트 → 자녀교육... 마치 게임에서 황금티켓 하나만 있으면 다음 판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식이다.

나는 이런 이야기를 들으며 내가 그동안 아이들을 너무 방치했나 하는 불안감이 들기 시작했다.


평화로웠던 초등 시절

딱히 우리 부부는 공부만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없던 터라 아이들을 공부로 내몰고 싶지 않았다.

그 당시 아이들 목에 집 열쇠 목걸이를 걸고 다니는 아이들이 많았다. 1년 내내. 초등학생이 밤늦은 시간까지 학원 스케줄을 소화하는 것도 너무 좋지 않게 보였다. 그래서 내 아이들은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했다. 살아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니까.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만 해도 사회적으로 사람들 인성이 착했나 보다. 일부 목걸이 열쇠를 보고 범죄가 일어나긴 했지만 대부분이 그렇게 살았으니까. 아이들이 혼자서도 안전하게 다닐 수 있는 시대였으니.


공부도 좋지만, '함께 저녁 먹는 시간', '아이 눈을 보며 웃는 하루'가 더 소중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이에게 시킨 학원이라곤 피아노, 태권도, 영수 보습학원 정도였다.


초등 시절까지는 그렇게 평화로웠다.


"우리 아이는 행복하게 키우겠다.“


우리 부부의 가치관이 그랬다.


입시라는 단어가 가까워질수록

그런데 중학교에 들어가고, 입시라는 단어가 가까워질수록 나도 모르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특히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엄마들 분위기에 완전히 휩쓸렸다.


그 시기에 우리 집에 주요 이슈가 발생했던 것도 한몫을 했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아이들 공부에 더욱 집착하게 됐다. 아마도 불안했던 것 같다. 뭔가 확실한 것, 안전한 것에 매달리고 싶었던 마음이었을까.


맞벌이 엄마였던 나는 학부모 모임 엄마들과 어울리기 위해 각종 모임에 참석했다. 학교 행사에 적극 지원하고, 공부 잘하는 애 엄마와 어울리려 노력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학교 진도 정보, 선생님 정보, 학원 정보를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정보는 곧 권력이었고, 그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그들의 네트워크에 들어가야 했다.

그 세계에는 은밀한 서열이 있다. 공부 잘하는 아이 순으로 엄마들의 위치가 정해지는 것이다.

국영수 과외, 수리논술, 대형학원, 컨설팅, 모의면접, 기출풀이... 나는 아이를 '배움의 길'로 내몰고 있었다. 밤늦게 들어오는 아이, 새벽에 일어나는 아이, 그런 아이에게 내가 자주 했던 말은 "조금만 더 해보자."였다.


자유롭게 있다가 갑자기 공부로 밀어붙이니 나도 힘들고 아이들도 힘들었을 것 같다. 그런데도 멈출 수가 없었다. 이미 그 시스템에 완전히 편입되어 버린 것이다.


아이가 "엄마, 나는 이거 하기 싫어"라고 말했을 때 나는 어떻게 대답했을까? "네가 지금 안 하면 나중에 후회해"라고 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아이의 마음을 듣는 게 아니라 내 불안을 아이에게 떠넘기는 일이었다.


그리고 주변의 말들. "너희 애는 어디 보내니?" "요즘 안 보내는 엄마가 어디 있어?" 이런 말들이 더 큰 압박이었다. 마치 안 보내면 무책임한 엄마가 되는 것 같았다.


그렇게 아이들만 공부시키는 게 미안했다. 그래서 나도 공부를 시작했다. 학부 청소년교육과 4년 과정이었다. 교육학을 공부하며 아이들과 어머니 세대에 대해 많은 이해를 하게 됐다. 아이러니하게도, 교육을 제대로 공부할수록 내가 아이에게 하고 있던 일들이 교육과는 거리가 멀다는 걸 깨달았다.


어느 날 한 엄마가 이렇게 말했다. "딱히 재능이 없으니까 공부는 해야지."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다른 길도 있고 다른 재능도 있는데 왜 저렇게까지 얘기하나 싶었다. 그럼에도 다른 한편으로는 나도 그런 마음이 있었다.


성적이 오르면 등급이 바뀌고, 더 하면 상위권 학교에 갈 수 있다는 생각에 빠져 있었다. 나는 아이의 가능성보다 경쟁에서의 순위를 먼저 보았고, 그것이 사랑과 관심이라는 이름으로 위장된 압박이었다는 걸 한참이 지나서야 깨달았다.


왜 그랬을까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성적이 특출나지도 않았고, 딱히 공부를 좋아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왜 나는 대형학원에 보내고, 성적표를 들여다보며, "이번 시험은 왜 이렇게 나왔어?" 같은 말들을 반복했을까?


아마도... '걱정의 순서'가 이미 사회적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중고등학교 → 대입 → 취업 → 결혼 → 육아... 그 순서에서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불안했다. 남들은 어떻게든 해내고 있는 것 같았고, 우리 아이만 그 레일에서 벗어나면 뒤처질까 두려웠다.


황금티켓의 진짜 비용

외고 진입을 위한 과외비는 일반 과외비의 2배였다. 일반과외 한 과목에 30만원이면 외고 과외비는 최소 70만원 이었고, 고3의 경우 국영수 한 과목당 100만원씩이었다. 그 돈이면 가족 전체가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돈이었다.


더 큰 문제는 이 시기에 우리 부부가 오랜 시간동안 차곡차곡 모아뒀던 나중에 쓸 유학비용을 미리 끌어다 썼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은 유학을 가지 못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너무 바보같은 어리석은 선택이었다. 황금티켓을 얻기 위해 더 큰 기회를 포기한 셈이다.


하지만 뒤돌아 보면 돈보다 더 큰 손실이 있었다.

그때 아이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성적에 쫓기며 자신만의 시간도 없이 살았던 아이. 친구들과 놀 시간도,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탐구할 여유도 없이 오직 시험과 입시만을 위해 달려야 했던 아이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던 게 가장 후회된다.


그 무렵 아이에게 변화가 생겼다. 말수가 적어지고, 나를 대하는 게 자연스럽지 않았다. 내가 뭔가 말하면 틱틱거리고, 내가 하는 말에 한숨이 많아졌다.

"오늘 학원 어땠어?"

"그냥요..."

"시험 준비는 잘 되고 있어?"

"후... 네.“


그때는 사춘기려니 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그건 아이가 보내는 신호였다. "엄마, 나 너무 힘들어요. 이제 그만해요"라는 무언의 외침이었던 것 같다. 나는 그 신호를 놓쳤다.


변화하는 세상의 신호들

실제로 우리 주변을 보면, 명문대 나온 친구는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고졸 출신 지인은 자신만의 사업으로 더 안정적인 삶을 살고 있다. 특히 코로나를 겪으며 원격근무,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전통적인 '좋은 직장'의 의미도 많이 달라졌다.

더 이상 한 회사에서 평생 근무하는 시대가 아니고, 안정성보다는 적응력과 창의성이 더 중요해진 세상이다.

그 티켓, 정말 황금이 맞을까?

그런데 말이다. 진짜 묻고 싶다. 그 티켓, 정말 황금이 맞을까? 아이가 원하는 길이 아니었고, 엄마인 나도 진심으로 원했던 게 아니었다면... 그건 그저 반짝이는 것처럼 보였던 '금색 종이'일 수도 있다.


황금티켓 증후군은 우리 모두를 지치게 한다. 희소한 기회를 위해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거기 들지 못하면 존재 자체를 실패로 여기는 사회. 그래서 결국 아이를 낳지 않기로 하고, 나처럼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어지는 부모가 늘어나는 사회.


이게 우리가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미래인가?

30대가 된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때 나는 정말 아이를 위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그건 내 불안이었을 수도 있겠다. 황금티켓이 없으면 불행할 거라는, 그 레일에서 벗어나면 실패할 거라는 내 두려움이었을지도.


다행히 아이들은 그 모든 과정을 견뎌내고 지금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고 있지만, 나는 가끔 생각한다. 그때 내가 조금 더 여유로웠다면, 조금 더 아이의 속도를 인정해줬다면 어땠을까 하고.


이제 곧 엄마 아빠가 될 나의 아이들에게

먼저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어.

부모로서 최선을 다한다고 생각했고, 너희에게 잘해주고 싶은 마음으로 했던 일들이었지만, 결국 정해진 레일 위에서만 달리게 했구나. 너희가 원하는 길이 무엇인지, 너희만의 속도가 어떤 건지 제대로 물어보지도 않고.

너희도 곧 부모가 되면 알겠지만, 부모의 마음이란 참 복잡하단다. 아이가 행복하길 바라면서도 동시에 불안하고, 사랑한다고 하면서도 결국 내 기준으로 판단하게 되더라. 그래서 더 미안해.


물론 너희 육아방식이나 교육방식에 관여하고자 하는 건 아니야. 너희는 너희만의 방식이 있을 테고, 그게 맞아. 다만 엄마가 먼저 겪어본 일들을 통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하는 말이야.


이제 너희에게 전하고 싶어. 너희 아이들은 꼭 그 티켓을 위한 치열한 레일위에 올려놓지 않았으면 해.


물론 공부를 잘해서 명문대에 가고 대기업에 취업하면 성공할 확률이 높은 건 사실이야. 그건 예전부터 검증된 안전한 길이었으니까. 하지만 그건 이전 세대의 방식이야.


그러나 세상이 너무 빠르게 변하고 있고, 지금은 사고가 열린 세상이야. 유튜버, 웹툰 작가, 1인 기업가, 프리랜서, 소셜벤처 창업가... 다방면으로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는 기회가 훨씬 많아졌어. 모두가 가는 길이 아니라, 아이 자신이 의미 있다고 느끼는 길을 걸을 수 있도록 지켜봐 주면 좋겠어.


남들이 말하는 정답 대신, 아이만의 해답을 찾아가는 시간을 허용해줬으면 해. 성적이 조금 부족해도, 스펙이 화려하지 않아도, 자신만의 재능과 관심사를 키워가며 삶을 단단히 사랑하는 사람으로 키웠으면 좋겠어.


엄마인 내가 원하는 건, 티켓이 아니라 너희와 너희 아이들의 행복이야.


그 티켓을 위해 달리느라 진짜 아름다운 것들을 놓치지 않았으면 해.


엄마가 먼저 살아봤으니까

꼭 '황금'이 아니어도 빛나는 인생은 많단다. 세상에 내어줄 너희와 너희 아이들의 삶은 그 누구도 아닌, 너희의 선택에서 시작될 테니까. 그 길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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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통계청, 『2023년 혼인.이혼통계』(2024.3.19.)

OECD, 『2022 한국 경제 보고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제4차 인구전략 공동포럼 (2024.10.21.)

고려대학교 교육신문, "[오피니언] 한국 사회의 고질병, 황금 티켓 증후군" (2025.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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