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까짓 설거지가 뭐라고,

by 인생서점 북씨

유난히 길었던 설명절날, 아들 며느리가 오지 않아 눈치 볼일 없어 좋았다

시대가 변하면서 아들 며느리는 손님처럼 느껴진다

느긋하게 저녁을 먹고 하릴없이 침대에 뒹글면서 유튜브를 켜자 드라마 하나가

눈에 훅 들어왔다,

평소에는 그냥 지나칠수 있는 거였지만 명절에 "며느라기"라는 드라마는 분명

알고리즘의 의도였다

누군가의 며느리였던 나의 젊은 시절과 많은 부분들이 오버랩 되고 있었다

드라마속 "며느라기"에서 시어머니 은 아들이 설거지 하는것도, 집안일 하는것도

못마땅하다.

몇십년전 신혼시절, 살림이 서툰 내개는 든든한 남편이 있어 힘든 시집살이를 이겨

낼수 있었다. 그 당시 형편이 좋지 않아 분가는 꿈도 못꿨다

임신중에다 아침 잠까지 많은 나는. 아침은 시어머님이, 저녁은 내가 하면서 된장국은

어떻게 끓이는지. 밥물은 얼마나 부어야 밥이 되는지, 모르는 것 투성이었다.

세탁기가 없던 시절, 커다란 이불 빨래는 어떻게 하는지도 몰랐다

모든걸 친정 올케언니에게 전화해서 물었다. 그 당시 내눈엔 올케언니는 요리백과사전

이었으며 생활의 달인이었다.



어느날, 저녁식사가 끝난 후, 남편이 설거지를 자신이 하겠다며,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서자

시어머니왈 " 아이고 냅둬라 내가하마" 하시면서 남편을 옆으로 밀쳤다

시어머니의 조금 과하다 싶은 행동에 당혹스러움과 충격이 컸다.

그 몸짓은 나를 향한 것 이었다.

" 그까짓 설거지가 뭐라고"

시어머니 입장에서는 아침밥도 하지 않는 며느리가 집안에 장손에게 설거지를 시키는 걸로

보여 못마땅 했을것이다.

첫애가 태어나자 함께 살자는 시부모님을 뒤로 하고 일년만에 시집살이를 끝냈다

연년생 둘에 가게일에 살림까지 1일 3역을 하면서 평소 낙천적인 성격인 나는 모든것에 예민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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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세월이 흘렀다. 나는 그당시 시어머니의 나이대를 훌쩍 넘어섰다

나의 시어머니는 코로나 백신부작용으로 넘어져 고관절을 다치시는 바람에

요양원에 계시다가 몇년전에 돌아가셨다.

나이를 먹으면서 사람은 나이대로 살고 있음을 알게됐다


오랜 세월이 흘러도 남편은 여전히 시어머니의 소신에 기대어 손에 물한방울

안묻히고 살아갔다

함께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남편은 소파에 껌딱지라도 붙었는지 비스듬이 누워

티브이 리모컨만 이리저리 돌리면서 꼼짝도 않는다.

"누군 참 좋겠다" 라는 나의 빈정거리는 말투에 "내가 뭘!" 남편은 삐닥하게 말했다

"아니 똑같이 일하고 와서 누구는 쇼파에 누워 티비만 보고 나는 발동동 구르면서

얘들(고양이들) 똥도 치우고 청소에 저녁에 바쁘게 뛰어다니잖아"

남편의 나의 말에 화가 났는지 찬바람을 일으키면 쌩하고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속으로 한마디 더 보탰다"어이구 밴댕이 소갈딱지"


며느리를 들이고 나서야 남편은 아들의 행동에서 배운다

집에 놀러온 아들, 며느리는 식사후에 설거지는 아들이 책임지고 한다. 나또한 옆에서 한마디 거둔다.

"집안일은 부부가 같이 나눠서 하고. 조금 더 힘든일은 힘쎈 남자가 하는게 맞는것 같애"

뒤늦게나마 설거지도 청소도 고양이들 똥도 치워주는 남편이 철들었음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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