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들에겐 산책이 세상의 전부이지만 나에겐 잠시 숨돌릴 틈조차
허락되지 않는 하루의 연속이다.
조금 이른 퇴근길, 철커덩 정적을 깨는 대문소리가 들리자
네마리 개들의 눈들이 온통 내게로 쏠린다.
계절이 봄으로 바뀌면서 견사안은 강아지들이 벗어놓은
두꺼운 털로 인해 듬성듬성 쌓인 눈발처럼 보였다.
한동안 산책을 시키지 못한 나에게 보내는 간절한
그 눈빛은 나가고 싶다는 무언의 압력이다.
항상 피곤해 하는 나는 강아지들과의 산책은 힐링이 아니라
의무처럼 느껴진다.
그날은 비교적 햇살이 포근해져, 힘들다는 남편을 설득해
산책길에 나섰다.
나는 내 덩치보다 더 큰 진돗개 종인 마루와 복실이를,
남편은 발발이 종으로, 덩치는 자신의 3분의 1정도 되는
아롱이 다롱이의 줄을 잡는다.
나는 큰애들에게 꼭 끌려가는 모양새고 남편은 여유롭게
강아지와 산책하는 동네아저씨 같은 느낌이다.
남들이 보면 좀 웃기는 조합이지만 댕댕이들은 각자에게 길들여져
있어, 목줄잡은 사람이 바뀌면 어색해 하며 서로 눈치를 본다.
우리동네는 산책길이 따로 있는게 아니어서 끊임없이
차가 지나다니는 2차선 도로가를 따라 걷는다.
논과 밭을 지나 이웃마을로 들어서면 목줄에 묶여 있는
동네개들은 불청객을 맞이하듯 지나갈때마다 컹컹거리며
요란하게 짖는다.
나는 미안한 마음에 동네 개들을 따라 짖는 마루와 복실이의 목줄을
짧게 움켜 잡는다.
시골집 농가에서 키우는 개들은 산책이 무언지도 모른다
혹한의 겨울에는 문이 없는 개집에서 칼바람을 견뎌내고,
태양이 내려쬐는 한 여름에는 손바닥만한 그늘에 목줄이 묶인채,
헥헥대는 모습에 나는 마음이 힘들어진다.
말은 못해도 느낄줄 아는 생명인데 그렇게 방치하는것 가혹한 짓이다
그래서인지 개들은 한번 목줄이 풀리면 온 산천을 누비며, 바람에 자유를
느끼고, 야박한 사람들에게 돌팔매질을 당한다.
결국에는 사람이 없는 산으로 올라가 들개가 되어, 먼저 집 떠난 개들을 만나
함께 어울리며, 불쑥불쑥 동네에 나타나기도 한다.
우리는 산책할 때 들개들을 만나게 될까 싶어 신경을 곤두세우게 된다
덩치가 큰 복실이는 세상에 겁나는게 없다. 숫자로 따져봐도 뒤질게 없지만
나는 누구의 상처도 원치 않기 때문에, 들개들이 출몰하지 않는 길을 찾아
먼길로 돌아다닌다.
몇해전 대문 밖 공터에는 유기견 한마리가 살고 있었다.
사료와 물을 항상 챙겨 줘서 인지 그 개는 내가 어디를 가든
1미터 남짓의 거리에서 호위무사처럼 내곁을 지켰다.
어느날 대문 밖 공터에서 지내던 유기견이 이웃동네에서 내려온
두마리의 사냥개에게 공격을 받자, 복실이는 전광석화처럼 문열린
밖으로 뛰어나가 두마리의 사냥개에게 덥볐다.
복실이의 욕맹함에 둘다 꼬리를 내리고 물러섰다.
위험앞에서 싸움을 택한 복실이는 유기견을 지키는 일이
나를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했던것 같다.
오랜만에 콧바람을 쐬고 기분이 좋아진 개들은 여기저기
코를 들이대며 킁킁거린다.
개들이 냄새를 맞는 이유는 상대의 성별, 건강상태, 기분,
심지어 식단까지 알아낸다고 한다.
그들은 후각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것이다. 황소처럼 고집이 쎈,
진도믹스 마루는 앞서 지난간 개들이 남긴 흔적위에 자신의 우세함을
알려주듯 영역표시를 하고 지나간다.
마루는 아랫밭 개장수 집이 시청단속으로 철거될때, 사람들에게
예약되어 있다며 녹슨 뜬장에 숨겨져 있었다.
비싼값을 치루고서야 우리집으로 온뒤 마루라는 이름으로,
함께 한지 벌써 7년째다.
한시간 남짓한 산책길, 마루는 집을 바로 앞에두고 뭐가 아쉬운지
목줄을 끌어당겨도 꿈쩍도 하지 않는다.
복실이도 옆에서 킁킁소리를 내며 보채 보지만 요지부동이다.
마루의 고집에 나는 더욱 더 지쳐간다.
" 그래 너 잘났다, 오든지 말든지," 이런일이 한두번도 아니어서
목줄을 풀어 길가에 세워두고 우리끼리 집으로 돌아왔다.
한참이 지나서야 대문앞에서 서성거리는 모습이 보인다.
성질같아선 내쫓고 싶지만 개하고 싸워봐야 나만 손해다.
동네에서 개하고 싸웠다고 개만도 못하다고 소문날까 싶어
성질머릴 죽이고 대문을 빼꼼히 열었다.
고집부려 미안한 마루는 엉거주춤 거리며, 문이 열린만큼의
소심함으로 들어선다.
뒤끝있는 나는 견사앞으로 꼬리를 한껏 말아 올리고 만족스럽게
걸어가는 마루의 뒷통수에 대고 한마디 했다.
야! 너 바람났냐?"
위에 사진은 우리집에 온지 얼마 안돼 산으로 도망가는 바람에
몇날을 산에 오르내리면 찾으러 다녔다.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를 듣고 멀리서 지켜보고 있는
마루를 포기 하지 못해 하다 못해 삽겹살을 구어가지고 가서
냄새를 풍기자 가까이 다가오지 못하고 풒숲에서 쳐다만 보고 있었다
그 당시 너무 늦은시간이고 산밑이라 무서워 못잡으며 포기하려고
했었다. 마지막으로 어른인 내가 다가가며 도망갈까 싶어 어린 손녀에게
목줄을 손에 쥐어주고 마루쪽으로 보냈다.
마루는 도망가지 않고 기다려 주고 있었다.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