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승전결,시아버지와 고양이

by 인생서점 북씨


껏이.

발 동동 구르는 쿠키의 화장실을 따라가기로 했다

한줌도 안되는 나의 잠 보다 쿠키의 간절함이 더 컸다

모래 화장실에 들어가서도 쿠키는 바깥 동태를 더 살피고 있었다

나는 모래삽을 들고 열심히 모래를 헤쳐 줬다

쿠키는“쟤 뭐야:하는 표정으로 내 얼굴을 멀뚱히 쳐다보고 있었다

창문넘는 쿠키.jpg

같아선 한 대 쥐어 박아주고 싶었다

“아 빨리 쉬 하라고” 라는 소리가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숨 한번 내리 쉬면서 꿀꺽 삼켰다

작은 소리에도 예민한 쿠키앞에서는 숨소리 마저도 감춰야 했다

모래 화장실을 몇바퀴를 돌고 나서야 모래를 파 헤치는 소리가 요란했다

참 너도,별꼴이다

남 다 싸는 오줌똥,

싸는것도 집사를 앞에 앉혀놓고 싸야 나오냐?

잠자는 쿠키.jpg

화기

소리가 요란하게 울리고 있었다

뜬금없는 시간에 전화가 오는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특히 집안에 나이드신 어른이 계시면 전화소리에는 긴장하게 된다

한 밤중이나 깊은 새벽에는 필시 안좋은 일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 시간에 좋은일이 있다고 전화 오는일은 평생 살면서 단 한번도 없었다

이 새벽에 무슨 급한일이 있다고 누가 전화를 했을까?

나는 볼일 다 본 쿠키를 뒤에 두고 방안으로 들어서자, 어둠을 흔들어대던

벨 소리가 뚝 멎었다, 내 심장도 멎는 것 같았다

불안한 마음에 화면을 터치하자 부재중 전화가 한통 떠 있었다

지지난해에 시어머니를 먼저 떠나 보내시고 홀로 계신 시아버지 전화였다

무슨일이 생긴건 아닐까 하는 불안에 마음에 다시 전화를 걸었다

수화기 너머의 시아버지의 멋쩍은 “응”이라는 말소리가 먼저 흘러나왔다

나는 조금 안심이 되어 최대한 나의 퉁명스러운 말투를 감추고 “웬일이세요?

라고 물었다 눈치 빠른 시아버지가 얼른 내 말을 이어받았다

“아 글쎄 한번도 보이지 않던 니 시에미가 꿈에 다 나오지 뭐냐?

”아네” 나는 가볍게 대꾸를 했다, 시아버지와의 통화는 그래야 빨리 끊기기

때문이라는걸 알게 된 나의 경험적 판단이었다

전화통화를 하게 되면 시아버지는 먼 먼 조상이야기까지 다 들고 나온다

그러다보니 하루종일 무료함을 견디고 계신 시아버지에게는

꿈에 나타난 시어머니가 더 큰일이 될 수 있었다,

나는 고양이가 똥싸러 가는 화장실까지 따라 가는 마당에

시아버지께 효도하는 셈치고 끝까지 기쁜마음을 담아서

꿈에 나타난 시어머니 이야기를 들었다.

쿠키잠.jpg

결국,

모든 세상이 다 잠들어있을 시간에 나는 쿠키의 화장실 문제를 해결하고

시아버지의 꿈에 나타난 시어머니 이야기 까지 듣고 나서야

나만의 시간을 가질수 있었다

그렇게 나의 달달한 깊은 새벽의 잠은 여명과 함께 밝아지고 있었다

며느리의 잠 따윗 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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