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심이의 겨울외출

by 인생서점 북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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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열시부터 독서모임이라 서둘렀다.

문을 나서자 자동차 유리문에는 온통 서릿발이 무성했다

얼음동굴 속 같은 냉기가 가득찬 차문을 열면서

나는 차가운 냉기에 저절로 몸서리를 쳤다

시동을 켜자 양주 최저 기온 영하 16도라는 멘트가 무심하게 흘러 나왔다.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일찍 도착해 “손님맞을 준비를 하고 있을 때”‘

회원들은 하나둘 옷깃을 여미며 책방안으로 들어섰다

사람들의 낮은 소곤거림과 함께

추위는 문밖에 남겨둔 채,“서점안은 금방 훈훈해졌다”

마지막에 강연자이면서 작가이기도 한 민선생님이 문을 밀고 들어섰다

"저기 밖에 고양이 한마리가 악을 쓰고 있던데. 책방 고양이 아닌가?

우리 얘들이 나갈일이 없는데....

순간 아차. 조금전에 손님 한분이 들어와 책 사가지고 나간게 생각났다.

바로 뒤이어, 지나가는 남자가 출입문이 열려 있다면 알려준것도 생각났다

그 남자는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안에 고양이들이 있는 것 같은데, 문 열려있으면 나갈까봐서요”

남자의 웃음뒤에는 고양이가 추운길거리로 나설 것 같은

염려와 참견해도 좋을지 모르겠다는 민망함이 말속에 묻어나왔다

한꺼번에 독서모임 회원님들이 들어오는 바람에

나는 거기에 정신 팔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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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들은 사람이 들어오면 숨기 때문에 다들 숨어있는줄만 알았다,

부랴부랴 고양이가 소리지르고 있는 건물 뒷쪽으로 돌아가자

털이 하늘로 곤두선채 누군지 알아볼수 없을 만큼 부플어오른

치즈냥이 한마리가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고 있었다.

“엄마 나 추워요” 얼어죽을 것 같아요 꿱꿱꿱

순심이었다

두려움에 완전히 넋이 나간 얼굴이었다


인간도 극한 상황에 처하면 머릿속이 하애 지면서 아무 생각도 안난다

딱 순심이도 그런 표정으로 악을 썼다

날마다 완전한 공간안 창가, 캣타워 위 에서 내다본 환상의

바깥 풍경은 차가운 공기와 바람은

창문 너머로 보던 풍경과는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다.

순심이가 상상하지 못했던, 뜻밖의 지옥이었으리라



내 얼굴을 보자 순심이는 구세주라도 만난 것처럼

책방쪽으로 뛰어 나보다 먼저 문앞에 도착했다,

순심이는 그때서야 빨리 문열라는 듯이 냐옹거렸다

밖에서 태어나 한 두번의 추운 계절을 겪어본

길고양이 출신들은 유독 추위에 민감하다

그런 순심이가 하필이면 가장 추웠던 날

호기심을 이기지못하고 밖으로 나간 것 이었다

매장안에서도 순심이는 온기가 나오는

작은 난로를 최대한 바람나오는곳에

엉덩이를 딱 붙이고 하루를 보낸다

독서모임이 끝나고 하나 둘 돌아가자

순심이는 창문을 뚫고 들어온 따뜻한 볕을 쬐며

무심한 듯 누워있었다 조금전의 상황을 모두 잊은 듯,

해탈한 고양이처럼. 바깥 풍경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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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날 순심이를 잃어버렸을지도 모른다는 아찔했던 순간과

순심이 털이 하늘로 솟구친 모습을 하고 악을 쓰던 모습이 생각나

하루종일 안쓰러움과 웃음이 교차하고 있었다



우리가 창문 너머로 상상하는 바깥은 언제나 근사해 보이지만,

막상 나서보면 누군가에게는 감당하기 힘든 추위일 수도 있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문을 한번 더 확인하고 난로의 온기를 더 높인다

이 작은 온기가 누군가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풍경일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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