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밖 키 큰 남천나무가 바람에 바스락 거리고
서릿발 무성한 길은 고양이의 앙증맞은 걸음걸이에도 스러져 내린다
창문너머의 새들은 짹짹 거리면 먹이를 찾아 분주하다,
그 길 위를 반짝이며 빛나는, 아침의 햇살이 눈부셨다
커텐을 열었다.
막무가내로 창안으로 밀고 들어오는 날카로운 빛이
순간적으로 시야를 가려 눈을 멀게 했다
작은 내 방은 창문은 뚫고 들어오는 햇살을 막아내기에 역부족이었다
나는 열었던 커튼을 반만 닫고, 반은 살짝 열어 두었다
몸을 최대한 낮게 낮춘 채 빛을 피해 노트북을 켰다
아침마다 독서를 하며, 글쓰기 연습을 하고 있는 나에게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은 오히려 불편했다
2월이라고 해도 겨울은 아직 물러설 준비가 안된 것 같았다
아침마다 문 앞에 버티고 있는 고양이들 등살에 방문을 열자
거실의 더운 공기가 훅하고 몸을 덮쳤다, 어 뭐지?
방안에 온도는 12도, 더운 공기를 불러왔던 거실은 조금 더 따뜻했다
고작 몇도의 차이였지만 아침의 체감은 전혀 달랐다
노트북을 켰지만, 이 날은 출근을 서둘러야 해서 글쓰기 연습은 포기하고
독서를 하기로 했다 아침의 독서는 짧은 몇 페이지 일지라도,
마음에 남은 문장 하나라도 있으면 책을 덮을수 있었다
이 아침, 루틴을 만들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남들은 6개월 정도면 가능하다고 했지만, 나는 겨울만 되면
얼어붙은 아침을, 포근한 이불속에서 보내며 곰처럼 잠을 잤다
그렇게 두번의 겨울을 보내고 세 번째 겨울의 문턱에서부터 독서가
겨우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아직 습관이라고 부르기엔 부족하지만,
예전에 어디선가 읽었다.
삼일부독서어언무미, (三日不讀書 語言無味) 라는 말은
사흘만 책을 읽지 않아도 말이 싱거워진다는 뜻이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아침의 몇 페이지는 하루의 말을 망치지 않기 위한
작은 의식처럼 느껴졌다.
출근 준비를 서두리기 위해 나는 자리에 일어서서 반쯤 닫힌 커튼을 열었다
가려져 있던 커튼이 열리자 많은 빛이 한꺼번에 방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고양이들이 내방을 좋아하는 이유는 아침의 햇빛 때문이기도 하다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고양이의 뒷모습을 보며 마음이 잠시 짠해졌다
고양이는 작은 창틀 위 세상에 앉아 보약 같은 햇볕으로 일광욕을 즐기고 있었다,
햇빛은 내게는 부담이었고 고양이들에게는 혜택이었다
같은 햇빛이 다른 하루를 만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