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숨쉬는 별 Nov 16. 2021

제3화. 은행나비를 본 적 있으세요?

아이는 한마디도 의사 표현을 못한다.

선척적 장애를 안고 태어나다 보니 말을 표현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짙은 눈썹에 동그란 눈동자 잘생긴 천상 천사 같은 아이의 모습이었다.

그렇지만 아이 엄마의 생각은 달랐다.

주변 모든 사람들은 아이가 말도 못 하고 의사표현을 하지 못한다고

생각했고 그렇기 때문에 무엇인가를 할 수도 없을 거라 했다.

아무것도 표현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이의 엄마는 아이는 충분히 들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음악이 나오면 몸을 흔들 줄 알고 큰소리에 놀라는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항상 아이에게 말을 걸었다.

몸이 불편해도 정신이 올바르지 못해도

엄마의 목소리는 들을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으니,

누가 뭐라고 해도 좋은 소리로 말했고, 노래를 불러주었고,

입이 말라 소리를 내기 힘들어도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있어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차를 타고 갈 때는 숫자를 1부터 차례대로 외웠고 그날의 느낌을 수다를 아무렇지 않게 그렇게 반복하는 세월이 몇 년이 되었다.

아이는 자연스럽게 숫자를 좋아하게 되었고 가위를 들고 와 종이로 숫자를 오려달라거나 종이에 써달라는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여전히 말문을 트일 수 없었고, 그래도 엄마는 여전히 쉬지 않고 말을 한다.


벌써 9년째, 그러던 어느 날 아이와 함께 가는 차 안에서 창밖으로 하염없이 은행잎이 떨어지던 가을날 이제는 익숙한 듯 아이에게 대답 없는 말을 걸었다     

“어머, 바람이 많이 부네 은행잎이 저렇게 이쁘게 움직이고 있어, 정말 이쁘지 않아?”

 그런데 그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엄마는 아이의 목소리를 들었다,     

“나.. 비” 순간 잘못 들었을 거라는 생각에 아이한테 엄마는 다시 물었다

“뭐라고?” “뭐라고 했어? 한 번만 더 해봐”

하지만 아이는 아무런 말도 없었다.

눈빛도 변함없는 공허한 눈빛이었다.

엄마는 몇 번을 다시 물어보고 다시 창밖을 바라보았다.      

노랗게 떨어지는 은행잎이 창문에 붙었다 다시 바람에 움직이고 있었다.

나비처럼, 아니 나비였다. 노란 나비가 바람에 그렇게 날아다니고 있었다.


엄마는 아이에게 다시 묻기를 멈추고 앞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 그 한마디가 너무 고마웠다. 돌아보아도 생생했던 그날의 그 시간은 마치 며칠 전 있었던 것 같았다. 그 이후에도 엄마는 아이의 말 한마디도 듣지 못했지만, 평생을 잊지 못하고 지낼 것 같았다.      

노란 나비를 은행나비를 ......,

그래서 엄마는 아이가 함께 했던 시간보다 떠나보낸 그 시간이 더 길어져도, 아직도 여전히 가을이 되면 은행나비를 바라본다는 걸...                      

작가의 이전글 제2화. 소두증이라고 머리가 작다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