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숨쉬는 별 Nov 20. 2021

제5화. 내가 그들을 외면한 것일 수도 있었다.

심한 장애를 안고 태어난 아이는 말을 하는 것도 어려웠고, 의사 표현뿐만 아니라 과잉행동 장애도 있어 보호자의 손을 놓치게 되면 어디로든 뛰쳐나가기 일쑤였다.      

엄마가 화장실을 잠깐 간 사이에 베란다 창문을 열고 에어컨 위로 올라간 적도, 열린 남의 집으로 신발을 신은 채로 뛰어가 소파 위에서 신발을 신은 채 점프를 한 적도, 하지만 그런 경험 속엔 화내며 짜증 내는 분들보다는 괜찮다며 아이를 잃을까 더 염려해준 이웃 분들이 더 많았다.     


날도 좋고 평화롭게 느껴지던 어느 날, 엄마는 아름다운 계절의 풍경을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그렇게 4.19공원 나들이를 갔던 날은 더욱이 잊을 수 없는 날이었다. 그 넓은 공원에서 아차 하는 순간 아이의 손을 놓치고 보니 위험한 연못도 있었고 그 위험을 알길 없는 아이가 혹시라도 크게 다치게 될까 엄마는 그 두려움에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게다가 그렇게 잘 뛰는 아이를 앞설 수 있는 그런 힘을 평범한 어른이 내기는 힘들었다.     


결국은 이리저리 울며불며 뛰어다니는 엄마를 보다 못해 누군가가 공원 관계자분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공원에 있던 몇몇 분들이 엄마와 함께 아이를 찾기 시작했다. 그때 공원 젤 높은 곳으로 직원분이 올라갔다.

그분이 아이가 어느 방향에 있는지 몸짓과 소리로 알려주면 그 방향으로 우르르 사람들이 몰려가길 몇 번, 이쪽 인가 싶다가도 어느새 저쪽이라는 걸 알게 되고  그렇게 놓치기를 몇 번, 끝이 없을 것처럼 몇 번을 반복했고 어느새 조금씩 지쳐가고 있었고 일몰이 내릴 때쯤 엄마는 공원 안을 함께 쫓아다녀준 누군가의 도움과 노력으로 아이의 손을 잡을 수 있었다.


그렇게 아이를 안고 손을 잡은 엄마는 하염없이 울기 시작했다. 그런 엄마를 보며 다른 누구도 힘들었네 왜 그랬냐고 한마디 하지 않았다. 그냥 그렇게 우는 모습만 바라보며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라며 삥 둘러 아이와 엄마를 바라보고 있었다.     


엄마의 마음은 다시는 이렇게 넓은 공원에 오면 안 되겠다는 그런 생각도 들었지만, 손을 더 꼭 잡아야겠다는 다짐을 한 번 더 했다. 다시는 손을 놓치지 말자고 스프링처럼 튕겨나가지 않게 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걸 알고 더 자유롭고 싶어서 그랬던 것일까?

두려움 때문에 먼저 조심하고 막았던 것들이 있지 않았던가?

주변의 누군가 중에서 내게 먼저 손을 내밀고 다가왔던 이들도 있었던 것 같았다. 단지 그들의 시선이 다르고 마음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하고 내가 그들을 외면한 것 일수도 있었다.      


많은 사람들 속에서도 진심을 가지고 다가온 그들조차 내가 애써 모른 척한 것도 많았던 듯싶었다. 어쩜 나도 힘들어요 옆에서 조금만 도와주세요 라는 표현을 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                                                                           

작가의 이전글 제4화. 명령 아닌 명령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