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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숨쉬는 별 Dec 15. 2021

제7화.몇 분의 차이인지?  몇 초의 차이인지도 모르게

그날...이별...

2007년 12월 24일 성탄절 준비를 위해 교회를 가기로 한 아침이었다.

아들이 일찍 잠에서 깨어나면 난 꼼짝을 못 한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갈 수도 있고 베란다 쪽으로 나가면 창문을 열 수도 있기에

아들이 깨어 있으면 난 눈을 뗄 수도 없었기에 다른 행동을 하기도 어려웠다.


그래서 곤하게 자고 있는 아들의 모습을 보며 화장실 문을 열어둔 채 나는 부지런히 씻고 준비를 한다.

엊저녁에도 새벽녘까지 잠들지 않은 아들은 늦게 잠을 청했고 다행히 아직 곤한 잠을 자고 있으니

부지런히 씻고 아들을 씻기고 그렇게 나가면 되는 상황이었다.

잠에서 깨어나 씻고 나왔다. 그리곤 이쁘게 자고 있는 아들을 다시 바라보았다.


그런데 무언가가 달랐다 씻으러 들어갈 때 하고도 다른 느낌이 들었다.

(아니 어쩜, 씻어야 한다는 생각에 아들 얼굴을 확인하지 못하고 씻으러 간것 인지도

알수가 없었다)

놀란 난 아들을 깨웠고 그렇게 자고 있다고 생각했던 아들은....,


다시 그 장면을 돌아본다는 건 심장이 그대로 멈출 것 같은 고통이다.

다시 생각을 해본다는 건 10년이 훌쩍 지난 후에야 간신히 한번쯤 돌아볼 수 있는 그날이 되었다.


그렇게 난 아들을 잃었다. 몇 시간의 차이인지? 몇 분의 차이인지? 몇 초간의 차이인지도 모르게...


아들은 특수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었다. 유예기간을 미룰 만큼 미뤄두었기에

이젠 특수학교를 가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하지만 들어갈 수 있는 학교가 넉넉하지는 않았다.

이미 한 학교에서는 상담을 하니 받기 어려운 상황이란 이야기를 들었고

어쩔 수 없이 갈 수 있는 학교를 찾아 주소를 옮겨 놓아야 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그래도 학교를 보낼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준비를 하고 있었다.

‘몸이 불편하니 더 깔끔하게 입혀야 해 아픈 아이일수록 더 많이 사랑받고 있다는 걸 보여주어야지,

선생님도 더 이뻐해 주시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했다.


그래서 입학식 날 입을 옷도 준비를 해두었다. 까만 바바리에 까만 구두까지 그래도 입학식인데 근사하게 차려 입혀야지 라는 생각으로 색깔도 맞추고 스타일도 맞추어 놓았다.


하지만 그날 아이는 수의가 따로 없다는 말에 그 옷을 챙겨 입혔다.

입학실 날 입힐 옷이 수의가 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

      

장례식이 치러지던 그날,

수많은 사람들이 장례식장에 왔다. 크리스마스이브에,

아이 엄마에게 아이가 어떤 의미인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던 지인들은

갑작스러운 소식에 아이 엄마가 혹여 라도 잘못되면 어쩌나 하는 우려가 컸던 것도 같았다.     


그렇게 장례식이 치러지던 그날, 쓰러지다 울다 지친 엄마 옆엔 걱정스러운 표정의 딸아이가 있었다.

정신을 잃곤 하던 내게 잠깐 눈을 붙인 아이가 환하게 웃으며 내게 말했다.

 “엄마 나 지금 OO이 만났어. 그리고 나한테 말도 했어”라고.

난 그런 딸아이의 말을 믿지 않았다.      

나를 위로하기 위해 만든 거짓말일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딸아이는

“엄마, 목소리가 너무 이뻐, 깜짝 놀라 정도로 이쁜 목소리로 누나!”라고 했어.     

난 거짓말이어도 만났다는 말에 혹시 정말일지 모른다는 아주 희박한 가능성을 가지고 물었다.

“뭐라고 했어?”

“응, 엄마, 아빠한테 꼭 고맙다고 말해달래”       

거짓임을 확신한 난 혹여나 하는 마음에 다시 물었다.


“그래 무슨 옷을 입었는데?” 그러자 딸아이가 말했다.

“응 엄마, 까만 바바리 같은 옷에 까만 구두를 신고 한쪽 손에 핸드폰을 들고 왔어”

아이는 마치 본 것처럼 장면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 소리를 듣는 순간 난 소리를 질렀다.

“네 동생이 맞는데 그냥 보내면 어떻게”

“잡았어야지 어떻게 해서든 잡고 못 가게 했어야지”

    

딸아이에게  그런 동생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동생의 그 차가운 몸을 만지게 하고 싶지 않았고, 관에 누워있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생각조차 하고 싶지 않았기에 그 장소에도 못 오게 하였고,  

입학식 날 입을 옷도 학원 다니느냐 바쁜 딸에게 보여주지도 못했다.

     

좋은 모습이 아니니 어린 나이에 경험하게 하고 싶진 않았기에

하지만 딸아이가 만났다는 그 모습은 내 아들의 모습이었다.      

심지어는 염을 할 때 아들이 항상 음악 듣기를 좋아 했기에 구형 핸드폰을 오른손 한쪽 켠에 놓아주었다.

줄 것이 아무것도 없기에 아들이 낯설거나 두려워하지 않았음 하는 마음으로,

그런데 한 손에 핸드폰을 들고 있었다는 말까지,

지금에 생각해 보아도 결코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딸아이의 이야기를 듣고는, 나는 다시 목놓아 울었다

“엄마한테 와야지, 왔으면 절대 그냥 보내지 않았을 거야”     

"왜 못데리고 왔냐고" 괜한 딸에게 나는 이유없이 책임을 물었고,

무슨 잘못인지 잘 모르겠는 딸도 덩달아 큰 소리로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리곤 다시 정신을 차리니

세상에 다시 올 일이 있으면, 꼭 엄마를 다시 찾아오라고,

정말 정말로 더 잘해 주겠다고, 미안하다고 너를 놓쳐 미안하다고...

엄마가 정말 미안하다는 말만 계속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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