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이상하게 새해 같지 않은 새해시즌이다. 뭔가 변화라는 건 못 느꼈고, 2025에서 조금 삐그덕 대서 6자로 바꾼 정도만, 딱 그 정도만 뭔가 바뀐 것 같다. 새해니까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살겠답시고 수영과 헬스장을 등록했다. 갑자기 한동안 소식 없던, 여자에게 한 달에 한 번씩 찾아온다는 그 '마법'의 주간이 오셔서 한 번밖에 가지 못했다는 건 함정. 새해계획은 원래 꼬이라고 있는 거라지만 기분이 좀 나쁘다. 이게 뭐야? 떼잉, 쯧.
방학이 오니까 기다렸다는 듯이 무기력증이 찾아왔다. 내가 이럴 줄 알았어. 내가 인생을 바꿔보겠다고? 인생역전은 무슨! 인생 여전이다. 누워있는 것이 나의 특기이지만 이젠 지겨워서라도 못 누워 있겠다. 근데 앉아있으면 또 졸리고… 좀 정신이 든다 싶으면 죽고 싶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니 여전한 거겠지만, 내가 뭘 열심히 한다고 그다지 기쁠 것 같지도 않다. 재밌을 것 같지도 않고.
코딱지만 한 돈을 모아서 보컬 학원에 다녀보려고 수강비를 냈다. 다음 주에 선생님을 배정받으면 왕복 3~4시간 되는 거리를 왔다 갔다 하는데, 처음과는 다르게 기대가 안된다. 내가 잘할 것 같지도 않고. 잘 못하지만 노래하는 게 그래도 나름의 삶의 의미였는데 요즘은 좀 퇴색됐다. 내 목소리에 정이 안 든다. 다른 사람들 노래를 들으면 다 각자의 빛깔이 반짝반짝해서 너무 예쁘던데, 내 목소리 뭐랄까... 그다지 매력 있는 목소리는 아닌 것 같다. 잘하고 싶었는데! 무지무지 잘하고 싶었는데... 지금은 그냥 다 포기하고 싶다.
예전에는 삶의 활력이란 게 뭐랄까... '증오'인 것도 잘 살아가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기도 했다. 나를 힘들게 한 누구보다는 잘 살아야지, 걔보다는 더 열심히 살아야지. 이런 게 에너지를 준 적이 있었는데... 이제는 그런 걸 굳이? 느껴야 하나 싶다. 증오를 붙잡고 사는 건 굉장히 힘든 일이다. 사람 일은 인과응보라고 생각했는데, 꼭 그러지만도 않은 것 같다. 내가 그들의 인생을 제대로 보지 않았지만 내 눈엔 그다지 힘들어보지는 않는 게... 뭐랄까... 음. 아무튼 멀쩡히 사는 것 같다. 신이란 게, 심판이란 게 실제로 존재할까? 뿌린 대로 거두리라는 말이 요즘은 참 무색하게만 느껴진다.
작년, 아니지 이젠 재작년이구나. 재작년 이후로 나는 도대체 뭘 바라보고 살아야 하는가, 생각했다. 누구 때문에라도 살아라는 말은 지겹도록 듣기도 했고, 난 딱히 누구를 위해서 살고 싶진 않다. 그럼 도대체 뭘 위해 살아야 하지. 사랑을 하면 살고 싶을까? 난 사랑도 항상 실패만 해서 사랑에 기대도 없다. 사람한테도 딱히 기대라는 게 생기지 않는 것 같다. 사람한테 기댔다가 완전히 돌아서버리게 된 후의 타격은 더 심하고. 우울하고 죽고 싶을 때마다 가까운 사람한테 연락하고 싶어도 이제는 도저히 그러질 못하겠다. 나로 인해 다른 사람이 또 힘들다고? 우웩. 너무 싫어.
어떻게 살아야 하지? 혹은 어떻게 죽어야 하지.
나도 모르겠다.
다 끝낼 수 있을까?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