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애를 본 건 졸업하고 나서 11년 만이었다. 멀리서 희미하게 보았지만, 장난 아니게 예쁘신 외모 덕분에 잘 알아보게 되었다. 응, 그래. 여전히 예쁘구나. 여전히 밝아 보이고. 잠깐 보았던 것만으로 사람의 삶을 유추하긴 어렵겠지만, 적어도 그렇게 보였다. 이 좁은 인간세계에서 너 하나쯤 다시 보는 건 일도 아니겠지만, 이렇게 맞닥뜨릴 줄 누가 알았을까.
중학교 시절, '마마걸'이라 불릴 때가 있었다. 왜 마마걸이냐고? 자기네들이 괴롭힌 거 엄마한테 고해바쳤다고 마마걸이라는 별명을 손수 붙여주신 게 바로 그 애다. 몇 년이 지나도 왜 잊히질 않는지.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던데, 10년 된 상처는 여전히 얼얼한지 모르겠다. 예전에도 말했었나? 내 드라이브에는 그때 상처받았던 기록들이 아직 존재한다. 친구에게서 받은 것도 있고, 내가 직접 캡처한 것들이 있다. 언젠가 내가 이렇게 억울하다고 말했을 때, 누군가가 증거라도 캐물을까 봐 무서워서 가져온 것들이다. 다 쓸데없는 일인데 이런 걸 왜 가지고 있는지~ 중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묻어있는 사진이 한 두 개가 아니다.
언젠가 이 사진을 다 지우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한두 개가 아니라서 정리할 엄두가 나질 않아 하진 못했고. 그냥.. 내가 너무 이 기억을 붙잡고 사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이걸 가지고 있어서 못 잊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냥 언젠가는 쓸모가 있겠지?라는 생각으로... 두고 산다.
내가 이러는 이유 한 가지! 그 녀석들을 엄마한테 이르기까지만 하고 학교폭력 신고를 안 했기 때문이다. 엄마도, 선생님도 마음대로 하라고 했으나 신고에 이르진 않았다. 그냥 그런 기록으로 인해 애들 인생을 망치고 싶진 않아서였다. 다들 입시 준비를 하는 애들이었고... 생기부에 폭력 기록이 있는 애를 누가 뽑겠는가? 지금 생각해면 내 처지에 누가 누굴 봐줬나 싶어, 신고하지 않은 게 후회스럽지만. 그래도 나름 어렸을 때 대인배(?)였다는 사실을 그냥 기특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리고 한 번은 이런 적이 있었다. 엄마가 선생님께 내가 괴롭힘 당했다는 사실을 얘기했고, 선생님이 그 즉시 가해 학생들을 학교에 소환하셨다. (그날은 주말이었다) 그 애들 앞에서 우리 엄마와 통화했다던데, 우리 엄마 입에서 특정 인물의 이름이 나올 때마다 그 애를 구두로 심하게 팼다고 한다. 나랑 엄마는 전혀 원한 적 없는 액션이었고... 애초에 그 선생, 나를 아니꼽게 생각했으면서 애들을 왜 그렇게 패셨는지 이유를 알 수가 없다. 여태 교육직에 종사하고 있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그 애들과 나름 화해하려고 엄마가 해준 볶음밥을 나눠먹고 있었는데, 한 명이 그 얘길 해줘서 알았다. 그것 때문에 더 신고 못한 이유도 있다. 맞았으니까 정신 차리겠지... 했는데.
오 마이 갓. 그게 일 년에 한 번씩 그 난리를 치더라. 내가 뭐가 그렇게 미웠을까? 내가 연습실에서 가끔 옆방이 뭐 연주하고 있으면 그거 따라 괜히 한번 연주해 보는 습관이 있었다. 그것 때문에 얄미워서 그랬을까...? 몰라. 암튼. 오케스트라 자리를 배정한 적이 있었는데, 무슨 김까밀이 악장 안되어서 참 다행이라는 둥. 그걸 다른 애들 반 단톡방에서 얘기하고... 뭐...^^ 그런 일도 있었다.
내가 지들을 무서운 선생님께 일렀다고 착각한 적이 수도 없이 많았다. 내 이름 석 자만 안 적혔지, 나는 당시 카카오스토리라는 sns에서는 그들의 아주 대단한 시 XX이었다. 스파이라니, 뭐니... 나를 오해하고는 갑자기 SNS 팔로우를 단체로 끊어버리질 않나. 학교 선배들한테도 내가 이상한 사람이라는 듯 얘기하고 다니질 않나... 어떤 애는 자기랑 어떤 언니가 말하는 거 엿듣지 말라고 하고... 자기 의식하지 말라고 하고... 난 걔네들한테 관심도 없었고 어디서 나가 죽어도 눈물 한 방울 안 흘릴게 필시 분명하다. 한 번도 내 위라고 생각한 적 없던 애가 자길 의식하지 말라는 것도 웃겼고...
이렇게 쓰니 웃기기도 한 점이 또 있다. 내가 엄마한테 걔네를 1년에 한 번씩 일렀는데, 처음 1년째는 그렇다고 치자. 그럼 2년 차에도, 3년 차에도 엄마한테 이를 텐데 그걸 왜 인지를 못했을까? 그랬다면 좀 나한테 조심히 굴었어야 하지 않나? 걔들도 그다지 똑똑하지 않은 애들이란 생각도 든다. 아니 그리고 내가 진짜 너희를 뭐 어떻게 했니? 말해 봐라. 니들이 가해잔데, 피해자인 내가 엄마한테 이르는 게 뭘 대수라고 날 그렇게 험담하고 자빠지셨니.... 그리고 걔네들은 여러 명이고 난 한 명인데. 단체로 다구리를 걸면 난 어른 한 명쯤 소환해야 밸런스가 맞는 거 아니냐고-!
암튼... 그런 폭풍의 중학생 시절을 겪고 왔는데 같은 고등학교에 올라와버리는 바람에 몇 명 나를 좀 힘들게 한 녀석들이 있었다. 사과를 한 애도 있었고(그게 진심이었는지는 아직도 알 수가 없다만), 그저 그런 애도 있었고, 한 명은 입학 때 내가 실기 등수 잘 나온 걸 보고는 언젠간 저 썅 X 뭉개버리겠다느니 뭐라고 했다던데... 내가 직접 들은 얘기가 아니라서 구태여 따지진 않았지만... 예... 유감스럽게도 날 뭉개버리시진 못하셨다. 잘 졸업했으니...
이 글을 보는 녀석들이 있을까? 싶지만 봐도 저 X 또 지 X이네라고 생각할 것 같아서 좀 씁쓸하긴 하다. 한 번도 진심으로 사과한 녀석이 없었다. 그냥 상황을 무마하기 바빴지... 어떤 녀석의 최근 근황을 들었는데 중학교 때 하던 짓 고~대로 대학 와서도 하셨다는 얘기도 들었다. 그래. 사람이 그렇게 쉽게 변할 리가 없지... 그렇지만 내가 느꼈던 고통의 반절이라도 안고 살아가는지 묻고는 싶다. 잘 사냐? 잘 살든 말든 딱 그만큼만 안고 살아라. 어쩌다 이 글 읽고 '진짜' 미안하다면, 사과라도 하던가... 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