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장교는 입대하자마자
곧바로 해병대 장교가 되는 게 아니다.
처음엔 진해 해군사관학교에서 입대해
가입교 기간을 거친 뒤, 그 후 포항으로 이동해
진짜 해병대 장교 훈련이 시작된다.
그 시작은, 말 그대로 전부가 바뀌는 순간이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말투, 행동, 걷는 자세까지.
모든 게 제한된 시간 안에 이뤄져야 했다.
누군가 내 삶의 속도를 완전히 강제로 바꿔버린 기분.
걷기조차 어색했다.
왼발과 왼손이 같이 올라가는 느낌이 들 정도로
몸과 정신이 따로 놀았다.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만큼 긴장했고, 무서웠고, 낯설었다.
첫날 밤. 불침번이 돌아다니고,
불이 꺼진 생활관.
눈은 감았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그동안 달려온 길이 머릿속을 스쳤다.
분명 뿌듯함이 있었는데,
그보다 더 큰 건 ‘두려움’이었다.
“내가 여기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런 질문이 떠나질 않았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은
사실 첫날부터 연속이었다.
하지만 버틸 수 있었던 건
밖에서 나를 응원하고 있을
사람들 때문이었다.
내가 해병대 장교로 합격했을 때
그 누구보다 기뻐하던 아버지와 어머니의 얼굴.
그 표정을 나는 잊지 못한다.
그 모습을 멋지게 임관해 다시 보고 싶었고,
나를 무시했던 수많은 말들을 뒤집고 싶었다.
하지만 훈련소 안엔
나보다 훨씬 더 강한 사람들이 많았다.
체대 출신도 많이 있었고,
건장한 체격의 동기들이었다.
어릴 때부터 운동으로 다져진 몸과 멘탈.
나는 그들과 비교하면 체력도, 경험도, 배경도 부족했다.
그래서 다짐했다.
“부족하면, 더 노력하면 된다.”
그들의 1시간을 내가 2시간으로 만들고,
그들의 10걸음을 내가 15걸음으로 채워보자고.
나는 이를 악물었다.
그 말처럼, 나도 여기서 다듬어지자.
비록 지금은 작고 거칠지만,
끝내 단단한 다이아몬드가 되자.
나를 죽이지 못한 고통은, 결국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