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끝까지 살아보기로 했다 #11

by 이동환

제9장 훈련소 첫날,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


포기하고 싶었던 그 순간을 버티면,

그 다음엔 ‘버틸 수 있었던 이유’가 남는다.


해병대 장교는 입대하자마자

곧바로 해병대 장교가 되는 게 아니다.


처음엔 진해 해군사관학교에서 입대해

가입교 기간을 거친 뒤, 그 후 포항으로 이동해

진짜 해병대 장교 훈련이 시작된다.


그 시작은, 말 그대로 전부가 바뀌는 순간이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말투, 행동, 걷는 자세까지.

모든 게 제한된 시간 안에 이뤄져야 했다.


누군가 내 삶의 속도를 완전히 강제로 바꿔버린 기분.

걷기조차 어색했다.


왼발과 왼손이 같이 올라가는 느낌이 들 정도로

몸과 정신이 따로 놀았다.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만큼 긴장했고, 무서웠고, 낯설었다.


첫날 밤. 불침번이 돌아다니고,

불이 꺼진 생활관.


눈은 감았지만 잠은 오지 않았다.

그동안 달려온 길이 머릿속을 스쳤다.


분명 뿌듯함이 있었는데,

그보다 더 큰 건 ‘두려움’이었다.


“내가 여기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런 질문이 떠나질 않았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은

사실 첫날부터 연속이었다.


하지만 버틸 수 있었던 건

밖에서 나를 응원하고 있을

사람들 때문이었다.


내가 해병대 장교로 합격했을 때

그 누구보다 기뻐하던 아버지와 어머니의 얼굴.


그 표정을 나는 잊지 못한다.

그 모습을 멋지게 임관해 다시 보고 싶었고,

나를 무시했던 수많은 말들을 뒤집고 싶었다.


하지만 훈련소 안엔

나보다 훨씬 더 강한 사람들이 많았다.


체대 출신도 많이 있었고,

건장한 체격의 동기들이었다.


어릴 때부터 운동으로 다져진 몸과 멘탈.

나는 그들과 비교하면 체력도, 경험도, 배경도 부족했다.


그래서 다짐했다.

“부족하면, 더 노력하면 된다.”

그들의 1시간을 내가 2시간으로 만들고,

그들의 10걸음을 내가 15걸음으로 채워보자고.


나는 이를 악물었다.

그 말처럼, 나도 여기서 다듬어지자.


비록 지금은 작고 거칠지만,

끝내 단단한 다이아몬드가 되자.



나를 죽이지 못한 고통은, 결국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