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끝까지 살아보기로 했다 #12

by 이동환

제10장 나는 군복을 입고 다시 태어났다


군복을 입는다고 군인이 되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끝까지 버틴 내가, 그 의미를 증명해냈다.



머리를 밀고, 군복을 처음 입은 날이었다.

군화 끈조차 서툴게 매고 거울 앞에 섰을 때,

그 안에는 낯선 사람이 서 있었다.


말라 있고, 어색하고, 서툴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모습이 내게 이렇게 속삭이는 듯했다.


“이제 진짜 시작이다.”


훈련은 이미 시작됐고,

그날부터 나는 단 하루도

마음이 편했던 적이 없었다.


시간에 쫓기고, 구령에 맞춰 움직이고,

모든 게 생소하고 낯설었다.


말 그대로 ‘제한된 시간 안에’

사람이 다시 태어나야 하는 곳이었다.


누구보다 늦게 뛰고,

누구보다 오래 헉헉거리며 숨을 몰아쉬었지만

누구보다 간절하게 이겨내고 싶었다.


해병대 교육훈련단을 우리는

“인간 용광로”라 부른다.


힘든 훈련 속에서

인간이 다시 태어난다는 뜻이다.


처음엔 그 말이 와닿지 않았다.

그저 하루하루 살아내기에 바빴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내가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걸 느끼기 시작했다.


매일 새벽, 구보 시간에

주변을 살필 여유조차 없이 앞만 보고 뛰었다.


머리는 포기하라고 속삭였지만

어떻게든 버텼다.


달리기를 마치고 나면

조금 전까지 고개를 떨구던 내가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며 이렇게 중얼거렸다.


“오늘도 해냈다.”

그 하루가 내겐 무척 큰 성취였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아마, 해병이라면 누구나 가장 기억에 남을 것이다.


바로 극기주 주간이었다.


극기주란, 해병대로서

정말 해병이 될 자격이 있는지

증명 하는 기간이다.


잠은 줄고, 식사는 빨라지고, 훈련은 멈추지 않는다.


몸은 무너졌고, 정신은 부서질 듯했지만

그 속에서 나는 완전히 새로워지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천자봉을 찍고 내려와,

가슴에 빨간 명찰이 달리던 순간.

호랑이 같던 훈련소대장이 아무 말 없이

내 왼쪽 가슴에 빨간 명찰을 달아주었다.


그 순간, 묵직한 무게가 가슴 깊숙이 내려앉았다.

그건 단순한 명찰이 아니었다.

내가 해냈다는 증표였고, 내가 다시 태어났다는 상징이었다.


어제보다 오늘을 더 잘 살겠다는 각오,

어제 넘지 못했던 고개를 오늘은 넘겠다는 의지.

그 다짐이 내 어깨를 조금 더 곧게 만들었다.


그래서 지금, 그 시절의 나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익숙하지 않은 세계에 당당히 들어가 준 너,

넘어져도 일어났고, 포기하고 싶어도 다시 뛰었던 너,

참 고맙고 자랑스럽다.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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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나는, 고통 속에서 단련됐다.

옛날의 나는 그 안에서 벗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