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끝까지 살아보기로 했다 #20

by 이동환

제16장 전역 후, 누군가의 전부가 되었다



가족은 내가 살아야 할 이유이자,

다시 웃게 만드는 이유였다


나는 해병대 장교로서의 삶을 마치고

민간인이 되었다.


그리고 그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누군가의 아버지가 되었다.


새로운 생명이 내 품에 안긴 그날,

벅차고 기쁘고… 그러면서도

가슴 깊은 곳에서 묵직한 무게가 함께 느껴졌다.


이제는 내가 누군가의 전부가 되어야 하는 자리.

가장의 삶이 시작된 것이었다.


결혼은 전역 1년 전이었다.


7년을 함께한 아내와의 시간은

그 자체로 하나의 인생이었다.


신혼부부로서의 1년은 말 그대로 선물이었다.


함께하는 매일이 설렘이었고,

서로의 손을 잡으며 미래를 꿈꾸던 시간들이었다.


그리고 곧 우리에게 새로운 선물이 찾아왔다.

딸이 태어났다.


그날부터 우리의 삶은 또 다른 세계로 접어들었다.

잠은 줄었고, 하루하루가 새로웠다.


육체적으로 힘든 순간들도 많았지만,

아이의 미소 하나에 모든 피로가 눈 녹듯 사라졌다.


하루하루가 쉽지는 않았지만,

그 모든 시간이 내 인생을 다시 쓰는 시간이기도 했다.


아이가 세상을 배우는 만큼,

나도 ‘아빠’라는 이름을 배워갔다.


처음엔 서툴렀고, 실수도 많았지만

그 모든 순간이 내 삶을 더 깊고 넓게 만들어 주었다.

자주 나가던 술자리를 줄이고,

‘지금’만을 바라보던 삶에서 ‘미래’를 생각하게 되었다.


아이에게 어떤 아빠로 기억되고 싶은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되었다.


그 고민은 곧 새로운 도전으로 이어졌다.

새로운 일을 찾고, 불확실한 길에 스스로를 던졌다.


그렇게 나는 조금씩 성장했다.

그 원동력은 바로 가족이었다.


지금 돌아보면, 그 시절은 너무도 소중하고 눈부셨다.

물론 아쉬움도 있다.


“그땐 왜 더 웃어주지 못했을까.”

“조금만 더 따뜻한 말 한마디 해줄걸.”


그런 마음이 문득문득 스쳐간다.

특히, 아내에게는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크다.


밤낮 없이 아이를 돌보며,

가족을 위해 묵묵히 자리를 지켜준 사람.


그 시간을 함께 이겨냈기에

지금의 내가 있고, 지금의 ‘우리’가 있다.


아버지가 된다는 건,

단지 누군가를 책임지는 것을 넘어

누군가의 세상이 되어준다는 뜻이다.


나는 이제 그 책임을 두려워하기보다는

감사함으로 마주하고 있다.


가족은 나를 다시 살아가게 한 이름이자,

내가 끝까지 지키고 싶은 가장 소중한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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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된다는 것은,

이제 누군가의 세계가 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