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해병대 장교로서의 삶을 마치고
민간인이 되었다.
그리고 그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누군가의 아버지가 되었다.
새로운 생명이 내 품에 안긴 그날,
벅차고 기쁘고… 그러면서도
가슴 깊은 곳에서 묵직한 무게가 함께 느껴졌다.
이제는 내가 누군가의 전부가 되어야 하는 자리.
가장의 삶이 시작된 것이었다.
결혼은 전역 1년 전이었다.
7년을 함께한 아내와의 시간은
그 자체로 하나의 인생이었다.
신혼부부로서의 1년은 말 그대로 선물이었다.
함께하는 매일이 설렘이었고,
서로의 손을 잡으며 미래를 꿈꾸던 시간들이었다.
그리고 곧 우리에게 새로운 선물이 찾아왔다.
딸이 태어났다.
그날부터 우리의 삶은 또 다른 세계로 접어들었다.
잠은 줄었고, 하루하루가 새로웠다.
육체적으로 힘든 순간들도 많았지만,
아이의 미소 하나에 모든 피로가 눈 녹듯 사라졌다.
하루하루가 쉽지는 않았지만,
그 모든 시간이 내 인생을 다시 쓰는 시간이기도 했다.
처음엔 서툴렀고, 실수도 많았지만
그 모든 순간이 내 삶을 더 깊고 넓게 만들어 주었다.
자주 나가던 술자리를 줄이고,
‘지금’만을 바라보던 삶에서 ‘미래’를 생각하게 되었다.
그 고민은 곧 새로운 도전으로 이어졌다.
새로운 일을 찾고, 불확실한 길에 스스로를 던졌다.
그렇게 나는 조금씩 성장했다.
그 원동력은 바로 가족이었다.
지금 돌아보면, 그 시절은 너무도 소중하고 눈부셨다.
물론 아쉬움도 있다.
그런 마음이 문득문득 스쳐간다.
특히, 아내에게는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크다.
밤낮 없이 아이를 돌보며,
가족을 위해 묵묵히 자리를 지켜준 사람.
가족은 나를 다시 살아가게 한 이름이자,
내가 끝까지 지키고 싶은 가장 소중한 존재다.
아버지가 된다는 것은,
이제 누군가의 세계가 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