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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d 강상원 Nov 19. 2022

공백이아닌 여백2

#탐(貪)

#탐(貪)


 인간으로서 물질적 정신적 부족함을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 결핍으로부터 우리는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과 목표 등을 정하기도 한다. 연애, 친구와의 만남, 직업, 시험공부, 자격증 취득, 취미활동 등 우리 행동의 출발점은 결핍이다. 이 결핍을 채우기 위해 무언가를 바라고, 바라는 바를 향해 무언가를 하려는 태도를 우리는 욕망이라고 한다. 즉 욕망이란 바람직한 것도 잘못된 것도 아니다. 욕망 자체는 옳고 그름을 논하는 대상이 아니다. 자신의 욕망을 현실 속에서 어떻게 실현하고, 그 감정을 어떻게 다스릴 것인지 고민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옳고 그름을 논해야 하는 대상이다.


 그렇다면 욕심이란 무엇일까? 욕망과는 무엇이 다를까? ‘욕심’이라는 단어에서 욕(하고자 할 욕 또는 욕심 욕, 慾)을 살펴보면 이는 계곡을 뜻하는 곡(골 곡, 谷) 자와 입을 벌리고 있는 모양새를 뜻하는 흠(하품 흠, 欠)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는 계곡에서 흘러나오는 물을 전부 삼키려는 모양이다. 즉, 욕심이란 단순히 나의 결핍을 채우려는 행동이 아니다. 나의 손을 벗어난 일, 내 능력으로 통제하지 못하는 일, 나의 분수에 넘치는 일 등. 이러한 것들을 나의 관리하에 두며 누리려 하는 것을 욕심이라고 한다.


 세상에 돈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개개인의 차이는 있겠지만 우리 모두는 부자가 되기를 꿈꾼다. 하지만 우리는 사실 돈을 통해 누릴 수 있는 여유, 쾌락, 즐거움, 명예, 권력, 상승하는 자신감 등을 좋아한다. 돈 그 자체는 우리가 애정 하는 대상이 아니다. 돈이 아무리 좋다 한들 돈을 끌어안고, 쓰다듬고, 뽀뽀하고, 애정 어린 말을 건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갑자기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욕심에 욕심이 더해져 탐욕이 되고, 우리 삶이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는 모습이 이와 흡사하다고 생각해서이다.


 욕심이 지나치게 과해지는 것을 우리는 탐욕이라고 부른다. 탐욕의 탐(탐낼 탐, 貪)을 보면 입 모양을 뜻하는 금(이제 금, 今) 자와 재물을 뜻하는 패(조개 패, 貝)로 이루어져 있다. 이는 재물을 삼키려는 모양이다. 돈이 좋다 한들 그 돈을 삼키려는 모습을 우리는 인간답다고 할 수 있을까? 즉, 욕심이 과해 탐욕스러워지는 모습은 우리가 인간답게 살지 않는 모습을 뜻한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욕심이 있고, 그 욕심을 적당한 선에서 채우는 활동은 바람직하다. 우리는 그 지나침을 경계하고, 두려워할 줄 알아야 한다.


 우리가 지난 실패에 집착하는 행동 또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 심정은 물론 이해가 간다. 나 또한 과거의 선택을 후회하며 “그때 그러지 않았다면”, “그때 그렇게 했더라면”을 하루에도 수십 번씩 생각하면서 괴로웠던 적이 있다. 그때마다 속으로 “딱 10년만 되돌렸으면 좋겠다. 아니 욕심 내지 말고 5년 전으로만 돌아갔으면 좋겠다. 아니 3년만, 아니 1년 전만 이라도 되돌아갈 수 있다면.”을 얘기했다. 욕심내지 말고라는 수식어로 내 욕심을 내려놓지 못했다. 시험에 떨어졌다면 다시 도전을 하든 다른 도전을 하면 될 것이다. 다이어트에 실패했다면 다시 나가서 뛰면 될 것이다. 일찍 일어나는데 실패했다면 오늘 하루를 잘 보내 편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누우면 될 것이다.


 지난 실패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것 또한 욕심이다. 이 욕심을 버리지 못하면. 이 욕심을 끊어내지 못하면. 우리의 괴로움은 점점 커져가고, 결국 일상이 무너져 내릴 수도 있다. 우리의 하루하루가 오로지 후회로만 점철될 수 있다. 나의 일상을 미워할 이유가 된다. 일상의 틈새에서 과거의 집착은 끊임없이 침투해 온다. 과거의 집착으로만 내 안을 채우는 것은 탐욕이다. 탐욕이 내면을 채우면 우리 삶을 온전히 살아가지 못하게 된다.


 ‘갓 오브 하이 스쿨(The God of High School)’이라는 웹툰을 즐겨 봤다. 차력이라 불리는 일종의 수퍼파워를 지닌 사람들의 격투물 만화이다. 이 웹툰 초반에 ‘제갈택’이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제갈택이 쓰는 초능력의 이름이 ‘탐(貪)’이다. 제갈택의 탐은 상어의 형상을 해 모든 것을 집어삼킨다. 상대방의 능력, 기술, 제갈택 자신의 몸까지. 자신의 능력을 쓰고, 상대방의 능력을 흡수하고, 힘을 더 갈망할수록 제갈택의 몸에는 상어이빨이 더 많이 생겨 난다. 어느덧 제갈택은 자신의 신체 모든 부위에서 삼키는 행동이 가능해질 정도로 탐에 잠식된다. 계속해서 힘을 흡수한 제갈택은 어느덧 신이 된 기분이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제갈 택은 계속 말한다.


 “먹어 치워 주마”


 이 탐(貪)이라는 괴물은 중국 고사에서 전해지는 이야기다. 탐은 엄청난 덩치를 가졌고, 세상 모든 것을 먹어치웠다고 한다. 탐은 결국 태양까지 집어삼키려다 불타 죽었다. 혹은 자신까지 집어삼키다 죽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조금 과한 표현일 수 있지만 지난 실수와 실패에 집착하고, 미련을 떨치지 못하는 탐욕은 우리를 좀먹는다고 생각한다. 나 또한 어리석게도 욕심이 지나쳐 자신을 괴롭혔었다. 우리 욕심은 언제든 탐욕이라는 거대한 짐승으로 변해 있을 수 있다. 그러한 짐승을 키울지 그저 나의 삶이 흘러가는 서사의 물결에 흘려보낼지는 우리가 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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