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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갯벌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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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d 강상원 Oct 24. 2023

순이

 5


 그날부터 순이는 더 힘차게 비행할 수 있었다. 따뜻한 옷을 입고 당장이라도 남쪽 나라로 날아가고 싶었지만 옷에 더 적응을 해야 했다. 순이와 겨울 철새들은 함께 비행하며 자신들의 깃털이 어떻게 다르고, 어떻게 닮았는지를 이야기했다. 겨울 철새들은 겨울철 사냥감 또한 알려주었다. 섬 부근에서 잡히는 등이 푸른 물고기가 어떤 것인지 알려주었다. 함께 비행하고, 함께 사냥했다. 비행연습을 마치고 나면 새들은 소녀와 비행에 대해 이야기했다. 소녀는 새들로부터 전해 들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순이의 옷을 고치고 고쳤다. 순이의 몸에 완벽한 옷을 만들어 줄 때까지 겨울 철새들은 어김없이 자신들의 깃털을 조금씩 나눠주었다. 순이의 깃털 옷이 소녀의 손을 거치며 점점 더 정교 해 질수록 순이는 추운 바람을 뚫고 더 멀리, 더 높이, 더 오래 비행할 수 있었다. 이제는 따뜻한 여름이 될 때까지 가족들을 기다리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몇 번의 비행 연습과 몇 번의 순이 옷을 수선한 끝에 순이는 섬을 떠날 수 있었다.

 아직은 겨울이 한참일 무렵 순이는 섬 주변을 몇 번을 돌더니 떠나갔다. 마치 몇 개월 전 자신의 무리들이 거대한 군무를 이루며 자연의 경이를 뽐내는 것처럼. 자신 또한 그 무리의 일부임을 증명하듯이 날개를 움직였다. 순이는 웃음을 돼 찾았다. 순이는 단비와 덕구 그리고 겨울 철새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먼 남쪽 나라로 떠나갔다. 몇몇 겨울 철새들은 순이와 대형을 이루며 날아갔다. 기후대가 변하는 부근까지 무리비행을 하기 위함이었고, 감사와 안녕의 배웅을 하기 위함이었다.


 “단비야 잘 있어~! 덕구야 고마워~!”

 “잘 가~ 철이한테 안부 전해주고, 조만간 다시 만나~!”


 날이 따뜻해지면 웃는 얼굴로 재회하기를 약속하고 순이는 섬과 작별했다. 소녀는 순이의 비행이 안전하고, 가족들과 무사히 재회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노래를 불러주었다.


 따스한 바람을 타고 오는 나의 친구야 이번에는 어디를 다녀왔니?

 아름드리 거대한 나무도, 형형 색색의 꽃들도, 붉게 빛나는 노을도

 네 목소리 덕에 더 아름다웠어

 네 날갯짓과 함께여서 더 귀를 기울일 수 있었어


 추운 바람을 견딘 나의 친구야 이번에는 어디를 바라보니?

 혹시 세상에 버려지고, 혼자 남겨진 것 같니

 너의 아픔도 너의 외로움도 홀로 남겨두지 않을게

 함께 날지 못해도 네 날갯짓이 쓸쓸하지 않게 해 줄게


 대지와 대양을 여행하는 나의 친구야 다시 여행을 떠나니?

 너의 비행이 안녕하기를 

 너의 날개가 늘 따스하기를

 그리고 혼자가 아님을 항상 기억하기를 

 나는 늘 이곳에 있어

 우리는 절대 혼자가 아니야 

 우리 모두는 어머니 자연의 아들 딸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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