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출근하면 가끔씩 신비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올빼미가 간간히 출몰했다. 야심한 밤나무 위에 올라선 올빼미는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보랏빛 하늘을 가로지르는 나뭇가지 위에 고고한 자태를 내뿜는 날짐승. 그 날짐승 위로 유독 밝고 커다란 보름달이 떠 있을 때면 소름이 끼칠 정도로 아름답고 경이로웠다. 혹시 몰라 같이 일하는 직원에게 위험하진 않느냐고 물어봤다. 전혀 위험하지 않다고 했다. 그 뒤로 안심하며 대놓고 올빼미를 구경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고고한 날짐승의 사냥 장면이 생생하게 포착됐다. 올빼미의 매력은 사냥에서 더 빛남을 느꼈다. 썰매가 미끄러지듯 올빼미는 달빛 위로 미끄러지며 낙하했다. 날개를 활짝 펼치며 광휘를 품은 두 눈이 더 반짝였다. 특히 저공 비행하는 모습은 한 편의 첩보 영화였다. 배가 바닥에 닿을 듯 말 듯 날아갔다. 날개를 활짝 펼친 채로 날갯짓 한 번 없이 지면과 10cm도 안되어 보이는 간격을 유지하며 날아갔다. 저공비행을 하는 동안 올빼미는 전혀 미동이 없었다. 마치 자기 부상 열차 같았다. 그저 몸을 바람에 맡긴 채 활주 했다. 그러곤 거대한 발톱으로 먹잇감을 낚아챈 후 잽싸게 튀어 올랐다. 낚아채는 순간 발톱은 생쥐처럼 생긴 그것을 쥐어짜듯이 움켜쥐었다. 그러곤 나무 틈으로 사라졌다. 진정한 다크 나이트는 박쥐가 아닌 올빼미였다. 옆에 있던 직원도 올빼미가 사냥하는 모습을 간혹 봤지만 그 날 만큼 뚜렷한 적은 없었다고 했다.
새벽에 출근하면 보통은 수확한 감자를 출하하기 바빴다. 그렇게 출하를 마치면 어느덧 해가 쨍쨍하게 떠있는 아침이었다. 하지만 가끔 감자 수확이 빨리 끝나는 날이 있었다. 그럴 때면 감자 유통 트럭이 도착할 때까지 가만히 앉아서 여유를 즐기곤 했다. 감자 수확기 위에 걸터앉아 주변을 둘러봤다. 아직은 새벽 어스름이 하늘을 뒤덮기 전이었다. 밝은 달빛과 적당히 그 빛을 머금은 밤하늘에 새벽 어스름이 점점 물들어 가는 모습. 그리고 멀리 동이 트는 모습까지. 자연은 늘 경이롭고 신비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