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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d 강상원 Nov 14. 2024

vs Giant Jerry

 아침에 비몽사몽 하며 이를 닦고 있었다. 바닥에 갑자기 커다라고 시커먼 물체가 나타났다. 그 물체는 내쪽으로 오더니 내 발을 딛고 점프해서 달아났다. 발등 위로 그 짐승의 물컹함과 발톱 같은 것이 느껴질 때쯤 나는 비명을 지르며 넘어질 뻔했다. 세면대 아래쪽 파이프 관이 하나 있었다. 괴 생명체는 내 발을 발판 삼아 점프해 파이프 안쪽으로 달아났다. 평소 그곳을 통해 들락날락하는 것 같았다. 예전 진진에 있을 때도 쥐를 본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큰 것을 보진 못했다. Mouse라기 보단 Rat이 분명했다. 더욱이 내 인생 통틀어 이보다 더 큰 쥐를 본 적이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 같았다. 그 쥐는 절대 고양이 따위한테 먹히지 않을 정도로 거대했다. 톰과 제리에서 제리 역할을 그 쥐가 맡았다면 늘 도망쳐야 했던 쪽은 톰이었을 것이다. 그 거대한 쥐가 내 앞에서 기분 나쁜 촉감을 남기고 후다닥 지나갔을 때 나는 낼 수 있는 가장 큰 비명을 질렀다. 그날 발, 종아리, 정강이 등을 사정없이 닦고 출근했다. 들쥐는 병을 옮기는 주된 동물이란 생각에 겁이 났다. 그날 저녁 같이 사는 독일인 친구가 내게 물었다. 아침에 왜 소리를 질렀는지. 나는 우리 집에 괴물이 출몰한다고 말했다.


 그 후로도 간혹 그 괴물과 아침에 마주쳤다. 억울하게도 집에서 나만 그 짐승과 아침인사를 했다. 직접 목격한 이는 내가 유일했다. 집주인에게 괴물의 존재를 말해도 아무런 조치를 안 했다. 자신은 이 집에 몇 년 동안 살면서 쥐를 본 적이 없었다는 게 이유였다. 양치기 소년이 된 기분이었다.


 매번 아침마다 비몽사몽 이를 닦고 있으면 그 괴물이 화장실문으로 들어와 내 발을 딛고, 파이프 관 속으로 사라졌다. 내 비명소리는 한 번도 작아지지 않았다. 이 이야기를 올리버에게 하니 농장에서 사용하는 쥐약을 알려줬다. 수확한 감자와 당근을 안전하게 보관해야 했으므로 농장에도 쥐약이 있었다.


 쥐약은 파란색을 띤 작은 조약돌 모습이었다. 올리버는 약이 상당히 독하니 장갑을 착용하라고 했다. 나는 괜찮다고 말하곤 맨손으로 잡았다. 잠깐 쥘 것이니 상관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약을 집자마자 후회했다. 약을 얼른 일회용 팩에 넣었다. 그리고 수돗가로 달려갔다. 약을 잡고 나서 몇 초도 안되어 않아 손이 따가웠다. 독을 품은 파란 돌은 마녀의 주술이 깃든 저주받은 물체였다. 그만큼 독한 물질을 맨 손으로 만졌다고 생각하니 겁이 나 얼른 손을 씻었다. 그 모습을 본 올리버는 웃으면서 “Told ya”라고 했다. 나도 웃으면서 다음부턴 더 강력하게 경고해 달라고 말했다. 


 퇴근 후 세면대 밑 파이프 라인에 쥐약을 설치했다. 마을 사람들을 괴롭히는 괴물을 물리치기 위한 덫이었다.(물론 마을 사람들은 믿지 않았지만) 올리버는 한 알이면 충분하다고 했지만 나는 세알을 챙겨 왔다. 세 알 모두 파이프 라인에 집어넣었다. 하나는 툭 밀어 쳐서 깊숙이 넣었다. 하나는 그거보다 약하게 쳐서 밀어 넣었고, 마지막 하나는 입구 쪽에 넣어 놨다. 집주인에게 이를 알렸다. 그리고 혹시나 파란 약을 발견하면 절대 맨 손으로 만지지 말라고 일러 주었다. 다행히 그 집을 나올 때까지 집에서 쥐를 본 적은 없다. 아무래도 약발이 잘 먹힌 것 같았다. 호주에서 몬스터와의 싸움에서 또 승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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