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여행을 정말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순간은 우연한 만남이다. 나의 애들레이드 여행도 그랬다. 아직은 어둠이 짙은 아무도 없는 길거리, 배 위에서 만난 독일 친구, 돌고래의 웃음, 개 눈 감추든 먹은 중국 면 요리, 숙소에서 만난 어학원 동문, 특별한 와인을 맛보게 해 준 행운의 오해. 그리고 지나가는 여행객을 한동안 머물게 한 따스한 빛의 속삭임. 그렇게 애들레이드에서 마주한 우연의 편린들이 하나의 풍경을 만들어주었다. 각각의 세렌디피티에 감화를 입었다. 곧 떠날 본격적인 자전거 로드트립이 기대 됐다. 이 선택이 또 다른 특별한 만남을 가져다줄 거라 믿었다.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주는 재미와 행복을 기대했다.
한 달 후면 한국으로 가야 했다. 한국에서 마주해야 할 현실은 여전히 부담이었다. 하지만 그 무게에 당장 짓눌리지 않기로 했다. 비록 지난 2년이 처음 계획했던 것과는 다르게 흘러갔지만 이를 원망만 하며 보낼 이유는 없었다. 남은 시간만큼은 내가 할 수 있는 무언가를 해야 했다. 적어도 호주에서 보내는 마지막 한 달은 내 방식대로 살기로 했다. 타인의 시선도, 세상의 평가도, 사회가 정한 기준도, 내 열정이자 족쇄였던 꿈도. 모두 털어버리기로 했다. Ted 워홀 서사를 향한 집착은 잠시 내려놓을 필요가 있었다. 그 속에서 얻은 생각, 감정, 정서, 상처, 교훈 등에 더 집중하기로 했다.
그렇게 자전거 여행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었다. 흩어진 내 삶의 조각들을 다시 모아 붙이는 작업이었다. 무너져 가던 나 자신을 재건하고,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 위한 도전이었다. 이제는 삶의 핸들을 내가 쥐고, 내 내면의 소리에만 길을 묻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