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 달라도, 잘 맞는 사이.
“이거 간 좀 봐줘.”
결혼 후 처음 들은 가장 낯설고도 로맨틱한 말이었다.
결혼 두 달 차. 남편은 고기를 삶고 있고, 나는 퇴근 후 노트북 앞에 앉아 데이터를 볶고 있었다.
마늘과 된장이 푹 들어간 냄비가 부글부글 끓는 동안, 나는 쿼리를 돌리고, 함수와 싸우며 하루를 마감하고 있었다.
남편은 개발자다. 요즘은 수육 요리사가 되겠다는 목표로 귀가하자마자 냄비를 올린다.
국물이 진해질수록 그 표정도 같이 진지해진다.
나는 식품 기획자다. 실적은 흐르고, 리포트는 쌓이고, 파워포인트는 열리지 않는다.
하루 종일 숫자를 보다가 집에 와도 또 숫자다.
그날도 각자의 방식으로 ‘무언가를 삶던’ 저녁, 남편이 나를 부른다.
“간 좀 봐줘.”
나는 잠시 키보드를 멈췄다. 냄비 앞에 가서 한 숟가락을 떠먹고는,
진심을 담아 말했다.
“MAPE 기준으로 보면 약간 짜.”
남편은 피식 웃더니 대답했다.
“그게 맛이야. 예외치는 있어야 재미있지.”
우리는 자주 다르다.
하나는 감으로 간을 보고, 하나는 수치로 맛을 맞춘다.
하나는 천천히 끓이고, 하나는 불꽃 튀듯 일한다.
하나는 마늘 넣고, 하나는 데이터를 넣는다.
그리고 그런 다름 속에서 살아간다.
같이 밥을 먹고, 같이 웃고, 같이 각자의 방식으로 하루를 견딘다.
결혼은 결국, 소금 간을 봐주는 일인지도 모른다.
서로의 짠맛과 싱거움을 조금씩 배워가는 일.
간이 달라도, 잘 맞는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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