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 현관문을 열자,
따끈한 고기 냄새가 반겼다.
“왔어? 딱 됐어. 이제 먹기만 하면 돼.”
남편이 말한다.
앞치마는 어깨에 한쪽 걸쳐 있고, 냄비에선 국물이 자글자글 끓는다.
나는 잠시 말을 잃었다.
오늘은 정말 지친 하루였다.
하루 종일 보고서에 쪼이고, 숫자에 시달리고, 쿼리는 자꾸 오류가 났고,
회의는 길고, 머릿 속은 꼬였다.
나는 그 말 한 마디에 녹는다.
“오늘은 좀 부드럽게 삶아봤어. 많이 피곤했지, 아기코끼리?”
나는 괜히 물 한 잔 마시는 척하며 남편의 뒷 모습을 본다.
고기 앞에서 말이 많지 않은 사람이, 오늘은 유독 따뜻하다.
“간 좀 봐줄래?”
국물을 한 숟갈 떴다. 향부터 다르다.
된장의 짠맛보다, 마늘의 풍미보다—먼저 느껴지는 건 마음이다.
“응… 이거 좀, 식당에서 팔아도 되겠는데?”
남편의 입꼬리가 아주 조금 올라간다.
나는 일부러 한 입 더 먹는다. 더 말하고 싶은 기분이다.
“오늘 왜 이렇게 맛있어?”
나는 국물 한 숟갈을 뜨며 말했다.
“오늘은… 자기 먹으라고 만든 거야.”
그 말이, 이상하게 가슴을 톡 건드렸다.
오늘은 정말 힘든 하루였다.
한 마디만 더 들었으면 울 것 같던 날이었다.
그런 날,
누군가는 나를 위해 고기를 삶고 있었다.
“자기 요즘 너무 애쓰잖아.”
“아기코끼리는 뭐든 다 버텨내니까, 내가 뭘 해줘야 할지 모르겠더라고.”
나는 그 말을 듣자마자,
말없이 수육을 입에 넣었다.
뜨거운지 아닌지도 모른 채 삼키다가—
눈물이 났다.
그냥, 맛있어서 그런 건 아니었다.
나는 조용히 고기를 씹다가—
눈물이 났다.
남편은 당황해서 물 컵을 건넨다.
“자기야, 왜 울어?”
“짰어? 간 봤는데 오늘은 진짜 안 짜게 했는데…”
나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간은 완벽해. 그냥… 마음이 따뜻해서.”
아기고양이는 웃는다. 나도 웃는다.
그 웃음에 김이 살짝 섞인다.
수육 맛이 무슨 감동이냐고 묻는다면,
오늘 같은 날엔 수육도 눈물 버튼이 된다.
“진짜 고생했잖아, 요즘.”
“그래도 매일 버티잖아, 너.”
그가 아무렇지 않게 건넨 말들이
내 속에 조용히 쌓여 있던 것들을 건드렸다.
그는 고기를 삶고,
나는 그 마음을 먹는다.
힘을 주고 싶어서 요리한 남편,
그 마음을 알기에 울어버린 아내.
이게 우리의 저녁이다.
간이 아니라, 마음이 담긴 날.
결혼은 때로
수육 한 점에 감정이 다 담기는 일이다.
결혼은 이런 순간이다.
눈물 나게 맛있는 고기보다,
눈물 나게 다정한 마음.
수육보다 더 따뜻한,
“자기 먹으라고 만든 거야”라는 그 말 하나.
결혼은 고기를 삶는 일이 아니라,
위로하는 마음을 매일 데우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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