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고양이와 아기코끼리가 된 이유

by 위하는 마음

그날도 우리는 침대에 나란히 누워 있었다.
별다를 것 없는 밤, 각자 핸드폰을 들고 멍하니 스크롤을 내리던 순간이었다.

나는 옆에 누운 남편 얼굴을 바라보다 말했다. “아기고양이 같다.”

“응?”

“아기고양이. 얼굴도 약간 닮았어. 귀엽고, 약간 새침하고.”

남편이 웃었다. “그럼 자기는… 아기코끼리!”

“…코끼리?” 나는 화들짝 놀랐다.
“아기고양이 다음이 코끼리야? 너무 차이나잖아! 나 코끼리 싫어!”

남편은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왜~ 코끼리 귀엽잖아. 똑똑하고, 따뜻하고, 정 많은 동물이야. 점보 봤어? 코끼리 중에 젤 귀엽고 착하단 말이야.”

나는 여전히 투덜댔다. “고양이는 말랑하고 날렵하고 예쁘잖아… 코끼리는 안 귀여워!!”

남편은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왜 아기코끼리 귀여워. 말은 잘 안 듣지만. 자기는 나한테 그런 존재야. 내가 꼭 안아주고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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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에 조금은 마음이 풀렸다.
어쩐지, ‘아기코끼리’라는 말이 점점 귀에 익었다.

그날 이후로 우리는 자연스럽게 서로를 그렇게 부른다.

“아기코끼리, 오늘 뭐 먹고 싶어?”
“아기고양이, 오늘 뭐 해줄꺼야?”

누가 들으면 유치하다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이 이름들이 그냥 장난이 아니었다.

이건 서로를 바라보는 방식이고,
서로를 귀엽게 부르고 싶은 진심의 언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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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고양이는 말이 많고, 표현이 많고,
아기코끼리는 듣는 걸 좋아하고, 그 안에 오래 담는다.

고양이처럼 자주 울고 웃는 사람,
코끼리처럼 깊고 천천히 마음을 꺼내는 사람.

서로 다르지만, 그 다름이 사랑스러워진 순간들이 쌓여 지금의 ‘우리 말’이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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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평범한 말도
특별한 호칭이 붙으면 더 따뜻하게 들린다.

“자기야, 밥 먹자”보다
“아기코끼리~ 밥 먹자”가 더 웃기고, 더 사랑스럽고, 더 나를 안아주는 느낌이다.

우리만의 언어는 그렇게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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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결국,
내가 누군가에게 ‘이름 붙여지는 존재’가 되는 일이고, 서로의 마음을, 세상에 없는 단어로 부르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지금도 나는 그 애칭을 들으면 미소가 난다.
처음엔 민망했던 그 이름이,
이젠 내 마음을 가장 잘 설명하는 이름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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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고양이와 아기코끼리’
이건 그냥 귀여운 별명이 아니라,
우리가 매일 서로를 부르는 방식이다.

그리고 이 언어는 매일, 우리를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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