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오전, 아기고양이는 청소기부터 켠다. 정확히는 눈을 뜨자마자 움직인다.
빨래를 세탁기에 넣고, 스타일러를 돌리고, 청소기와 물걸레를 동시에 세팅한다.
나는 그 와중에 침대에 누워 있다.
책을 보거나, 폰을 보거나, 누운 채로 생각한다.
'좀만 더 누웠다가... 나가야지.'
아기고양이는 묻지 않는다.
“자기야, 안 도와?” 하지도 않는다.
다만 부엌 정리를 하고, 쓰레기를 버리고, 조용히 빨래를 개고 있다.
내가 움직일 때까지, 자기 할 일을 그냥 해낸다. 그래서 더 미안해진다.
우리 집은 ‘정리되어야 외출이 가능한 사람’과
‘대충 해도 산책이 더 중요한 사람’이 함께 산다.
나는 걷는 걸 좋아한다.
날이 좋으면 산책 가자고 졸라댄다.
“아기고양이~ 우리 어디 가자~ 같이 나가자~ 날씨 너무 좋아~”
아기고양이는 고개를 들지 않고 말한다.
“잠깐만, 바닥에 먼지가 많아. 여기만 닦고 나가자.”
나는 다시 침대로 돌아간다.
누워서 기다린다.
개미와 베짱이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 아기고양이가 말한다.
“이제 됐어! 나가자!”
그제서야 나는 벌떡 일어나고,
아기고양이는 웃는다. “아기코끼리는 딱 기다리는 게 귀여워.”
나는 그 말 한마디에 또 녹아내린다.
청소는 언제나 아기고양이의 루틴이다.
나는 깔끔한 걸 좋아하지만,
자기처럼 부지런하진 못하다.
“나는 이렇게 못할 거 같아…”
하면 아기고양이는 늘 말한다.
“괜찮아. 내가 하면 되지”
그 말을 들으면 또 미안해지고, 또 고맙다.
가끔은 정말 미안해서 먼저 청소기를 들 때도 있다.
그럴 땐 아기고양이가 나를 말린다.
“자기는 쉬어, 나는 이게 좋더라.”
정리정돈도 사랑의 언어라는 걸,
나는 결혼하고 처음 알았다.
집안일을 잘 나누는 부부는 분명 좋은 팀이다.
그런데 꼭 공평할 필요는 없다는 것도 알게 됐다.
어떤 날은 내가 더 하고,
어떤 날은 자기가 다 한다.
그건 균형이 아니라,
‘잘 맞추려는 마음’의 결과였다.
아기고양이는 다 한다.
그리고 나는 가끔,
그 모든 걸 받아들이는 용기 하나로 함께한다.
그게 우리가 같이 사는 방식이다.
정리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어 좋고,
정리되어야 안심하는 사람을 기다려주는 사람이 있어 다행이다.
우리는 아직도 서로 배우는 중이다.
다른 스타일로, 같은 공간을 살아가는 방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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