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일 아닌 듯, 별일 같은 배려들

by 위하는 마음

아기고양이는 표현이 참 많은 사람이다.
말로도, 행동으로도 사랑을 자주 전한다.

“아기코끼리 오늘 많이 힘들었어?”
“이거 자기 좋아하는 컵에 우유 따라놨어.”
“밥 먹자, 오늘은 약간 간장 베이스로 부드럽게 했어.”

나는 그 말들을 들을 때마다 조금씩 웃게 된다.



기억난다.
회사가 너무 벅차던 어느 날이었다.
말도 하기 싫을 정도로 지쳐서, 그날은 저녁 얘기도 안 하고 집에 왔다.

현관문을 열자 두부김치 냄새가 퍼졌다.
테이블 위에, 내가 아무 말도 안 했는데… 딱 먹고 싶었던 그 음식이 있었다.

“오늘은 말 안 해도 알겠더라.”
아기고양이는 그렇게 말하고, 내 눈을 바라봤다.

나는 한 입 먹고, 말없이 울었다.
그날의 두부김치는 음식이 아니라 위로였다.



아기고양이는 아무 날도 아닌 날에도 꽃을 준다.
“그냥 주고 싶어서.”
그 한마디가 꽤 오래 마음에 남는다.

크리스마스엔 카드 하나 없다고 토라졌던 나.

심지어 울었다.
알고 보니 서프라이즈 편지를 숨겨뒀더라.
결국, 또 울었다.


남편은 내가 아침을 꼭 챙겨야 하는 사람인 걸 안다.
그래서 자기는 안 먹더라도, 꼭 내 밥은 차려준다.

주말마다 요리를 하고,
집들이엔 파스타와 에스까르고를 직접 만든다.
친구들은 칭찬하고, 나는 괜히 으쓱하지만…
속으론 또 조금 미안해진다.

청소기 돌리고 스타일러 돌리고 빨래 개고,
나는 소파에 누워 책을 보거나, 침대에 드러누워 있다.

‘이렇게까지 해주면, 나는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데…’
그런 생각이 들 때, 아기고양이는 말한다.

“그냥, 내가 아기코끼리를 좋아해서.”

그 말이 또 눈시울을 건드린다.



장모님 생신엔 미역국을, 어버이날엔 동파육을 한다.
내가 챙기기 전에, 자기가 먼저 요리부터 시작한다.
그 모습에 나는 매번 배운다.
‘사랑은 이렇게 다정하게 쌓이는 거구나.’



나는 늘 뭔가를 받는다.
말도, 손길도, 요리도, 배려도.
가끔은 ‘너무 많이 받아서 미안해’지는 날이 있다.

그럴 때 아기고양이는 꼭 안아준다.
“아기코끼리는 받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예쁜 사람이야. 그래도 자기도 느끼는 게 있겠지”


이렇게 꼭 말 끝에 장난 반 촌철살인을 담는다.

나 뜨끔하라고.



사랑은 어떤 날은 국물로,
어떤 날은 장문의 카톡으로,
어떤 날은 미리 개어둔 수건 한 장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나는 그런 순간마다,
받아도 되는 사랑이라는 걸 배워간다.



배려는 거창한 말보다 더 정확한 언어다.
결혼은 매일, 그 말을 연습하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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