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가치를 디자인하다
우리는 아주 어릴 적부터 "커서 무엇이 되고 싶니?"라는 질문을 받으며 자랍니다.
그때 우리는 대개 '의사', '작가', 'CEO' 같은 명사를 정답처럼 내놓곤 합니다.
우리 사회는 성공을 '특정한 자격이나 지위를 획득하는 것'으로 정의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명사로 된 꿈은 위험한 함정을 품고 있습니다. 그것은 성취하는 순간 그 목적지를 잃어버리고 마는 '도착점'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원하는 대학, 원하는 직장이라는 명사라는 껍데기에 도달하고 나면 그다음엔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번아웃에 빠지거나 깊은 방황에 직면하게 되는 '도착의 오류(Arrival Fallacy)'가 바로 여기서 발생합니다.
진짜 꿈은 멈춰있는 '명사'가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동사'여야 합니다. 명사가 '무엇(What)'이라는 결과에 집중한다면, 동사는 '어떻게(How)'와 '왜(Why)'라는 과정과 본질에 집중하게 합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의 꿈이 '요리사'라는 명사라면 주방장이 되는 순간 꿈은 종료되지만, "맛있는 음식으로 사람들의 지친 마음을 위로하다"라는 동사라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그는 은퇴 후에도, 혹은 식당 문을 닫더라도 어디에서든 그 '동사'를 실천하며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흩어진 진심을 문장으로 연결하다", "소외된 이들의 권리를 위해 목소리를 내다", "세상의 불합리한 구조를 조금이라도 개선하다" 같은 동사들은 삶의 매 순간을 움직이게 하는 영구적인 동력이 됩니다. 동사로 된 꿈에는 은퇴가 없으며 마침표 또한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직업이라는 사회적 수단이 사라지거나 실패하더라도 우리 삶을 끝까지 지탱해 주는 생의 가장 강력한 지지대가 됩니다.
명사를 꿈꾸는 사람은 그 자리를 잃었을 때 자아를 상실하지만, 동사를 꿈꾸는 사람은 수단이 바뀌어도 목적지를 잃지 않는 복원력을 가집니다.
당신의 삶이 마감되는 날, 차가운 묘비명에 남길 단 한 문장의 동사를 디자인해 보십시오. 그것은 화려한 직함이 아니라 당신이 평생을 바쳐 '해낸 일'이자 '살아낸 방식'이어야 합니다. 그 한 문장의 동사가 오늘 당신이 겪는 고난을 해석하는 새로운 렌즈가 되고, 당신이 선택해야 할 수많은 인생의 갈림길에서 정직한 나침반이 되어줄 것입니다. 명사라는 박제된 사회적 직함이 아닌, 동사라는 끊임없는 영혼의 움직임에 집중할 때 우리는 비로소 시간이 흐를수록 더 '나다운' 존재로 완성되어 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