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맨의 퇴직 소식에 관한 감상

사무관의 추억 - 7

by 사무관과 변호사

구독자가 약 100만 명에 이르던 충주시 유튜브의 운영자 '충주맨'이 공무원을 그만둔다고 한다. 사실 나는 언론보도를 접하기 전부터 그가 결국에는 퇴직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었다. 충주맨이라는 캐릭터는 (긍정적, 부정적 의미를 떠나) 공무원 사회의 일반적인 분위기에 어울려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불현듯 몇 년 전 있었던 면접관 경험이 떠올랐다.




내가 사무관으로 일하던 시절, 7급 공무원 공채 면접관을 맡은 적이 있다. 공무원 공채 면접은 현직 공무원, 전직 공무원, 외부위원 이렇게 총 3명이 한 조가 되어 진행되는데, 면접이 주말에 이루어지다 보니 현직 공무원들은 면접관 업무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었고, 결국 우리 국에서 가장 젊은 사무관인 내가 차출되었다.


공무원 면접에서는 수험생을 우수, 보통, 미흡 이렇게 3가지 등급으로 평가한다. 우수를 받으면 필기시험 성적과 무관하게 합격하고, 미흡을 받으면 필기시험 성적과 무관하게 불합격하며, 보통을 받게 되면 필기성적에 따라 합불이 결정된다. 각 등급에는 일정 비율이 의무적으로 정해져 있다.


사람 눈은 다 비슷해서일까, 나를 포함해 면접관이 총 3명이었지만 누구에게 어떤 등급을 부여할지 쉽게 합의되었다. 1명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외부위원은 그 수험생에게 '우수'를 주자고 했고, 나와 전직 공무원은 '보통'을 주어야 한다고 했다.


그 수험생에게 무슨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니다. 오히려 면접에서 자신을 너무 드러낸 게 문제였다. 그 수험생은 스스로 공무원 시험에 응시하기 전 다른 직장에서 일을 하다 왔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자신의 업무능력에 대한 자부심도 있었고, '일'에 대한 나름의 가치관이나 철학이 어느정도 잡혀있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내 경험상 자신의 기준이 분명하고 일에 대한 가치관이 뚜렷한 사람일수록 공무원 조직에 적응하기 어려워 한다. 공무원 조직은 민간 조직과는 다른 특이한 원리로 운영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그 수험생을 '우수'로 합격시켜도 몇 년 안 되어 공무원을 그만둘 거라고 봤고, 전직 공무원도 나와 같은 의견이었다.


그러자 그 외부 위원은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그 수험생에게 '우수' 등급을 주어야 한다고 했다. 그런 사람이 공무원 조직에 계속 유입되어야 공무원 조직이 바뀌지 않겠느냐는 논리였다. 나는 공무원 조직이 변화할 수 있다는 그의 의견에 동의하지는 않았지만 그 문제의식에 공감은 할 수 있었다. 전직 공무원은 다수결에 따르겠다는 입장이었기에 우리는 결국 그 수험생에게 '우수'를 부여하기로 했다.


우리가 면접에서 '우수'를 주었으니 그 수험생은 공무원이 됐을 것이다. 지금도 공무원을 하고 있을까? 그건 알 수 없다. 그 면접이 있고 난 약 1년 후 내가 공무원을 그만두었기 때문이다.




충주맨의 퇴직 소식을 듣고 그 때의 면접과 그 수험생을 떠올린 이유는, 충주맨과 그 수험생, 그리고 나 모두 어딘가 닮아 보였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조직에 완전히 순응하지도, 그렇다고 정면으로 부딪치지도 않은 채, '일'과 '조직'에 대한 자신만의 주관을 가지고 조직과의 거리를 유지하려 했던 사람들 말이다.


지난 글들에서 말했듯이, 나는 공무원 조직에서 일하며 '일'과 '조직'에 대한 시선이 많이 바뀌었다. 짧게 표현하면, 이상론에서 현실론으로 바뀌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인지 요즘의 나는 조직이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보다는, 그 안에서 사람들이 어떤 태도로 일을 이어가고 있는지에 대해 더 관심을 갖게 된다. 조직에 남아 있는 사람들도, 떠난 사람들도 각자의 방식으로 균형을 찾으며 살아가고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처음 이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의 나는 공무원 조직의 모순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 같다. 하지만 면접장에서 만났던 그 수험생과 충주맨의 퇴직 소식을 함께 떠올리다 보니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공무원 조직이 유능한 사람을 떠나게 만드는 구조인지, 아니면 각자가 선택한 방식의 차이일 뿐인지 나는 여전히 확신할 수 없다.


어쩌면 공무원 조직, 나아가 모든 형태의 조직은, 구성원들이 어디까지 버틸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공간에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어떤 사람은 그 구조에 오래 머무르고, 어떤 사람은 다른 방향을 선택한다. 이처럼 각자의 선택에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가 능력인지, 성향인지, 혹은 단지 타이밍의 문제인지는 쉽게 판단할 수 없다.


나는 이제 누가 조직에 남고 떠나는지를 두고 섣불리 평가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 차이를 분명하게 나누고 싶었던 적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경계가 생각보다 흐릿하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충주맨의 퇴직 소식을 보면서도, 그것이 조직의 패배 내지 개인의 승리라고 단정하고 싶지는 않았다. 다만 분명한 것은, 조직과 개인 사이의 거리는 언제나 존재하고 어떤 사람들은 그 거리를 조금 더 또렷하게 느끼며 살아간다는 사실이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공무원 조직의 불합리성보다 기억에 더 오래 남는 것은 결국 그 안에서 각자가 어떤 방식으로 일을 견디고, 또 어떤 순간에 다른 길을 선택했는지에 대한 '삶의 태도'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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