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하기만하면돼
2026년, 새해다.
눈에 보이지도, 손에 잡히지도 않는 '시간'은 착착 잘도 흘러간다.
35살 때부터 내가 몇 살인지 잊어버렸다. 세려고도 하지 않는다.
새해가 왔구나, 40대 한 살을 더 먹었구나. 50대가 멀지 않았구나... 정도?
새해가 왔다고 노크를 하는 것도 아니고,
요이땡! 하고 시작총을 쏴주지도 않으면서 한 살을 더 먹으라니 억울하다.
하지만 몸 나이가 한해 한해 달라지고 있어 겨우 실감할 수 있다.
머릿속이 근질근질하다. 흰머리들이 아우성을 치는 소리다.
얼마 전까지 쪽집게로 뽑을 수 있었는데,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
받아들이기로 했다.
새해가 와서 좋은 것은 리셋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이다.
그동안 꾸준히 못했던 숱한 계획들을 원점으로 돌릴 수 있다.
올해는 작심삼일을 120번씩 하기로 했다.
조금 하다 지치면, 잠시 접었다가 마치 처음처럼 또 시작하고,
또 지겨우면 방향만 약간 틀어서 다시 하고를 반복하겠다.
나는 운동을 한다.
꾸준히, 같은 운동을 하진 못했다.
하지만, 조금씩 다른 형태로 계속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헬스 조금, 러닝 조금, 등산 조금, 요가 조금, 홈트 조금......
왜 나는 뭐 하나를 계속하지 못하나 싶기도 했다.
결과적으로는 몇 년째 '운동'이란 것 자체를 쉰 적은 없었다는 것이다.
아하, 작심삼일을 120번씩 하면 되겠구나!
나는 책 읽기를 좋아한다.
서사가 있는 책이 잘 읽힌다. 소설, 에세이 같은 문학 책을 주로 읽었다.
자기 계발서나 논픽션은 그 말이 그 말 같아서 집중이 잘 안 된다.
그래서 손이 안 가고, 잘 읽지 않았었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갈수록 정치, 사회, 역사에 상식이 풍부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학 책을 읽더라도 상식이 풍부해야 이해가 빠르다.
까짓것 회피할 것이 아니라 해보자 싶었다.
집중이 안돼서 한 페이지를 하루죙일 읽는 한이 있더래도 해보자.
그런데!! 손가락으로 짚어가면서 읽었더니 집중이 잘되기 시작했다.
아하, 가지 않은 길도 막상 발을 디디면 길이 나는구나!
나는 사실 욕심이 많다.
다 잘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그 욕심을 들키고 싶지 않아 아닌 척한다.
여유로운 척, 포용력 강한 척, 덤덤한 척, 이해심 많은 척, 척척척한다.
그러니 그만한 보상을 받지 못하면, 내적으로 많이 힘들다.
그런 것이 쌓이면, 일명 '자격지심' 같은 내면의 소리가 자주 출몰한다.
자격지심이란 놈은 아주 몹쓸 것이다.
희한하게 밖에서는 표출을 못하고, 애먼 가족들에게 쏟아내곤 한다.
아무것도 모르고 당하는 가족들은 무슨 죄인가.
이제 더는 안 되겠다.
정중한 거절도 하며 살아야겠다.
남의 뒤에 숨지 않고 내 의사를 정확하게 밝혀야겠다.
올해는
이만큼만 하자.
더도말고 덜도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