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만 가혹한 나.

인지왜곡: 의미확대와 의미축소

"우와! 진짜 잘했다!"칭찬받았다.
아니, 내가 잘한 건 별거 아니야.

다들 할 수 있는 거잖아.

"실수해도 괜찮아!" 위로받았다.
아냐, 내가 실수한 건 다 내가 못나서 그래.

그런데, 친구는 진짜 잘해.
그런데, 친구는 실수해도 괜찮아.

누구나 그럴 수 있으니까.
그런데, 나는 그러면 안돼.


이 시를 읽고


친구와 아이.

둘 다 잘했고, 둘 다 실수했어요.

그런데 이 아이는 해석을 다르게 해요.


친구가 잘하면 "진짜 잘해."

내가 잘하면 "별거 아니야."

친구가 실수하면 "누구나 그럴 수 있으니까."

내가 실수하면 "내가 못나서."


시의 주인공인 내면아이는

자신에게만 가혹해요.


같은 상황인데,

친구에게는 관대하고 자신에게는 가혹해요.




심리학에서는 이걸 뭐라고 부를까?


아론백의 인지치료 관점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의미확대"와 "의미축소"라고 정의해요.


자신의 긍정적인 면은 축소하고,

자신의 부정적인 면은 확대해서 보는 인지 왜곡이죠.


"내가 잘한 건 별거 아니야" - 의미축소

"내가 실수한 건 못나서야" - 의미확대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요?


뇌는 자기 개념을 형성할 때,

초기 경험을 기준으로 삼아요.


"잘해도 인정받지 못했던" 경험.

"실수하면 크게 혼났던" 경험.

"완벽해야 사랑받는다"는 메시지.


이런 것들이 내면화되면, 왜곡된 자기 인식이 생겨요.


발달심리학적으로 보면,

부모나 주 양육자의 평가 방식을 내면화하는 거예요.


칭찬할 때: "이 정도론 부족해."

실수할 때: "왜 이것밖에 못하니?"


긍정은 작게, 부정은 크게 평가받았던 거예요.

그래서 자신도 자신을 그렇게 평가하게 돼요.




내면아이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요.


"내가 잘한 건 별거 아니야."

제 안에 있는 10살의 내면아이가 제게 자주 이야기 해요.


그림 그리기 수행평가에서 95점을 받아왔던 날.

아빠가 물었어요.


"그림에 명암이 없네?"

칭찬은 없었어요.


겨우 10살인 어린아이에게

중학생 수준의 능력을 요구했었어요.


더 잘했어야 했다고,

부족한 점을 더 이야기했었어요.


그날 저는 배웠어요.


'잘한 건 당연한 거야, 축소해도 돼.'

'부족한 건 확대해서 더 봐야 해. 더 잘해야 해.'


10살의 저는 상처를 받았나 봐요.

지금도 그때의 상처가 다시 재현되는 걸 보면요.


프로젝트를 성공시켜도

그때 상처받은 내면아이가 나타나서

"운이 좋았어"라고 축소하곤 했으니까요.


그 내면아이는 작은 실수 하나를 발견해서

"내가 무능해서 더 열심히 해야 해."라고 확대했어요.


그런데 재미있는 건

동료가 똑같은 일을 했을 때는 다르게 평가하더라고요.


"진짜 잘했네!" "누구나 그럴 수 있어."라고 자비롭게 이야기했어요.


저에게만 가혹하고 남들에겐 관대한 모습이 아이러니했거든요.


이렇게 지내면 안 될 것 같아서

10살인 저의 내면아이에게

현재의 제가 말을 걸었어요.


"고마워, 나를 더 성장시키려고 그랬구나.

그런데 지금은 충분히 잘했다고 이야기해 주고 싶어.

다른 사람에게 자비롭듯 나에게 자비로워도 괜찮아."


지금도 여전히 저의 내면아이는 습관적으로 "의미확대"와 "의미축소"를 하고 있어요.

그래서 칭찬받거나 실수할 때마다 의식적으로 물어보려고 해요.


'지금 축소하거나 확대하고 있나?'

'만약 동료라면 뭐라고 할까?'

생각하곤 합니다.


그 대답을 나한테도 똑같이 해주는 거예요.




이상한 게 아니야, 다른 사람들도 그래.


자신의 성공은 축소하고,

자신의 실수는 확대하는 사람들이 꽤나 많아요.


"왜 나는 자신감이 없을까?"

"왜 나는 항상 불안할까?"

이런 질문들을 자주 하신 다면 아래 연구내용을 확인해 주세요.


의미확대와 의미축소는 우울증과 불안장애에서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인지왜곡이에요.

특히 자기 평가에서 이중 잣대를 적용하는 건 매우 흔한 현상이에요.


타인에게는 관대하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자신에게는 가혹하고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거죠.


연구자들은 이게 우울증을 지속시키는 핵심 메커니즘이라고 봐요.


부정적 자기 평가는 자존감을 떨어뜨리고,

인지적 부담을 늘리고,

결국 정신건강을 악화시켜요.


당연해요.

좋은 건 작게 보고, 나쁜 건 크게 보는데,

자신감이 생길 리가 없죠.


그래서인지행동치료(CBT)에서는 "이중 잣대 기법"을 사용해요.


"친구가 이랬다면 뭐라고 할까?"

이 질문이 바로 그 기법이에요.


타인에게 적용하는 합리적이고 자비로운 기준을,

자신에게도 적용하도록 돕는 거죠.


의미축소와 의미확대.


이 두 개의 왜곡된 렌즈를 벗어야 해요.

그리고 자신을 바로 봐야 해요.

타인을 보듯이.




오늘 하나만 해보기


칭찬받았는데 "별거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 때,

실수했는데 "내가 못나서"라는 생각이 들 때,

멈추고 이렇게 질문해 보세요.


"지금 축소하고 있나? 확대하고 있나?"


"친구가 이랬다면 어떻게 평가할까?"


친구가 똑같이 잘했다면?

"진짜 잘했네!"


친구가 똑같이 실수했다면?

"누구나 그럴 수 있어."


그럼 나한테도 똑같이 말해주세요.


축소하거나 확대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그 관점으로 나 자신도 봐주세요.

그렇게 하면 내면아이는 다른 선택을 할 거예요.


자신을 왜곡해서 보는 것이 아닌,

있는 그대로 보는 선택을요.




P.S.


오늘 하루.

작은 성공 하나를 기억해 보세요.


"별거 아니야"라고 축소하지 말고,

"잘했어"라고 있는 그대로 인정해 보세요.


작은 실수 하나도 기억해 보세요.


"내가 못나서"라고 확대하지 말고,

"실수했네"라고 있는 그대로 인정해 보세요.


그게 연습의 시작이에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는 연습.


- 내면아이의 이야기를 전하는 상담사로부터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