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사라지는 것 같아.

인지왜곡: 선택적 추상화

엄마의 따스한 미소도
아빠의 다정한 말도

친구의 쓰라린 말 하나에
다 사라졌어

나는 모든 걸 잃었어

내가 가진 건 이제 아무것도 없어

"친구의 쓰라린 말 하나에"

이 한 줄에서 아이의 세상이 무졌어요.


엄마의 미소는 분명히 있었어요.

아빠의 다정한 말도 있었고요.


근데 친구의 말 하나가 그 모든 걸 지워버렸어요.


"다 사라졌어"

"모든 걸 잃었어"

"아무것도 없어"


그 아이는 실제로는 잃은 게 없는데,

다 잃은 것처럼 느끼고 있어요.




이런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선택적 추상화라고 해요.


인지치료의 창시자 아론 벡(Aaron Beck)이 정의한 인지왜곡 중 하나예요.


전체 경험 중에서 부정적인 조각 하나만 골라내서

그것으로 전체를 판단하는 거예요.


아홉 개의 좋은 것과

한 개의 나쁜 것이 있으면

나쁜 것 한 개만 보이는 거죠.


왜 이럴까요?


우리 뇌는 생존을 위해 위협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설계됐어요.


"부정 편향(Negativity Bias)"이라고 하는데요.


좋은 것 열 개보다 나쁜 것 하나가 더 강렬하게 기억돼요.


어렸을 때는 특히 더 그래요.

문제는 어른이 되어서도 이 필터가 계속 작동한다는 거예요.




내면아이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대요.


초등학교 4학년 때였어요.


발표 수업이 있었어요.

준비 엄청 많이 했죠.


발표 끝나고 선생님이 말했어요.

"잘했어요. 목소리도 좋았고, 내용도 알차네요."


그리고 덧붙였어요.

"다음엔 친구들 눈 좀 더 보면서 하면 좋겠어요."


저는 그날 그것만 기억했어요.

"눈을 안 봤다"

"망했다"

그 뒤로 발표 불안이 생겼어요.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게 두려워졌죠.


열 개 중 아홉 개를 잘해놓고 한 개 때문에 전부 망했다고 생각했던 거예요.


선생님의 칭찬은 다 사라지고 지적 하나만 남았죠.




다음번에 "다 망했어" 싶을 때 이것만 해보세요.


"10개 중에 9개는?"


부정적인 것 하나 때문에 나머지 9개를 잊어버리는

순간이 찾아온다면 멈추고 물어보는 거예요.


"그럼 나머지는?"


종이에 적어보세요.

왼쪽에는 나쁜 것 하나.


오른쪽에는 좋은 것들.


실제 비율이 보일 거예요.


그걸 인지하면 더 나아질 거예요.




이제 초점을 조금만 옮겨보세요.


다시 내면아이가 써 내려간 시를 떠올려 주세요.


"친구의 쓰라린 말 하나에 다 사라졌어"

정말 다 사라졌을까요?


엄마의 미소는 여전히 있어요.

아빠의 다정한 말도 그대로 있고요.


내면아이는 그래서 그랬대요.


"나쁜 것만 봐야 다음엔 안 그러잖아. 그래서 그랬어."

"근데, 그러다 다른 좋은 게 있다는 걸 까맣게 잊어버렸어."


더 잘 살고 싶어서 그랬던 거예요.

조심하면 더 괜찮아질 것 같아서.

실수 안 하려고요.


거기에 초점이 맞춰져서 보지 못했을 뿐이에요.


하지만 이제는 알잖아요.

좋은 것들이 여전히 거기 있다는 걸.


앞으로 부정적인 것 하나에 초점이 맞춰질 때마다

의도적으로 나머지 아홉 개를 기억해 주세요.


부정적인 것 하나만 보는 대신 전체를 보는 거예요.




P.S.

누군가로 인해

상처받는 날이 찾아온다면

종이를 꺼내보세요.


왼쪽에는 부정적인 말

오른쪽에는 긍정적인 말

적어보세요.


그러면 보일 거예요.

어느 쪽이 더 많은지.

어느 쪽만 기억하려고 하는 습관이 있는지.



- 내면아이의 이야기를 전하는 상담사로부터 -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