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 아니면 실패만 있을까?

인지왜곡: 이분법적 추론

"널 사랑해"
엄마의 말은 거짓말이야.

오늘 엄마가 한숨을 쉬었어
엄마는 이제 나를 사랑하지 않아.

엄마가 웃으면
엄마는 나를 사랑하는 건데,

엄마가 찡그리면
엄마는 나를 미워하는 거야.

그러니까 나는 이제 사랑받지 못하는 아이야.
"엄마는 나를 사랑하지 않아."


"오늘 엄마가 한숨을 쉬었어"라는

문장에서 아이의 세상이 무너진 것이 느껴지시나요?


그 한숨 하나가 "엄마의 사랑"에 대한 믿음을 없애 버렸어요.


엄마의 한숨이 아이에게는 사랑의 철회로 느껴졌을 거예요.


아이에게는 중간이 없어요.


사랑과 미움 사이의 다양한 감정이 있다는 걸 이해하지 못합니다.


조금 피곤해서,

조금 힘들어서,

조금 걱정돼서.


한숨 쉴 수도 있다 걸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어요.


이 아이는 이분법적 사고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어요.

세상을 흑과 백 두 가지 색으로만.

그리고 그 감옥 안에서 스스로에게 선고를 내립니다.

"사랑받지 못하는 아이."




왜 이럴까?


이런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이분법적 사고라고 해요.

100점 아니면 0점. 완벽 아니면 실패. 사랑 아니면 미움.


왜 이렇게 생각할까요?


어린 시절, 우리 뇌는 복잡한 걸 이해하기 어려워요.

그래서 단순한 규칙을 만들죠.


"엄마가 웃으면 = 안전" "엄마가 찡그리면 = 위험"


이게 생존 방법이었어요.

문제는 어른이 되어서도 이 규칙을 쓴다는 거예요.




제 이야기도 한번 해 볼게요.


제가 열 살 때였어요.

엄마가 갑자기 "진짜 힘들다"라고 하셨어요.


저는 그날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고 싶었데, 이야기하지 못했어요.


그날 이후로 규칙을 만들었죠.

"엄마가 피곤하면 내 이야기하면 안 돼."

최근까지도 이 규칙을 지켰어요.

누군가 피곤해 보이면 제 욕구를 표현하기 못했죠.


최근에서야 열 살의 저에게 물었어요.

"왜 그랬어?"


그 아이가 말했어요.

"엄마가 무너질까 봐. 엄마를 지키고 싶었어."


그제야 알았어요.

그 아이는 잘못한 게 없었어요.


나중에 엄마께 여쭤봤어요.

"그때 그랬던 거 아셨어요?"


엄마는 놀라셨어요.

"몰랐어. 엄마가 그때 정말 많이 힘들었었어. 그런 생각하게 해서 미안해."


저의 내면아이의 "엄마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믿음은 현실이 아니었어요. 추측이었죠.




다른 분의 이야기도 함께 들어봐요.


여자친구가 하루 종일 톡을 짧게만 보냈어요.

"ㅇㅇ" "ㅇㅋ" 이런 식으로요.


A 씨는 "헤어지자는 말 하려는 거구나"라고 확신했대요.


밤에 전화했더니 여자친구가 "오늘 논문 데드라인이라 정신없었어. 미안"이라고 했어요.


A 씨의 열여섯 살 내면아이는

첫사랑이 갑자기 답장을 짧게 보내다가

일주일 뒤 헤어지자고 했던 기억이 있었어요.


그 아이에게 "짧은 답장 = 관계의 끝"이었던 거죠.


우리는 과거의 한 장면을 현재의 모든 상황에 덧씌운다는 거예요.

그리고 확인하지 않은 채 혼자서 결론을 내려버리죠.




오늘 하나만 해보기


다음번에 중간지대 없이 극단적 생각이 들 때,

이 두 가지만 물어보세요.



첫 번째, "지금 누가 말하는 거지?"


지금 서른 살 내가 판단하는 거예요?

아니면 일곱 살 내면아이가 말하는 거예요?

내 안의 어린 목소리가 "엄마가 한숨 쉬면 사랑이 끝나"라고 말하고 있는 건 아닌지 확인해 보세요.



두 번째, "뭐가 무서워?"


그때 그 아이는 무엇을 지키려고 했나요?

버림받지 않으려고?

혼나지 않으려고?

엄마를 지키려고?

그 두려움에 이름을 붙여주세요.

그러면 지금의 상황과 구별할 수 있어요.




"엄마가 한숨을 쉬었어. 엄마는 이제 나를 사랑하지 않아."


이 두 문장 사이에 얼마나 큰 비약이 있는지 보이시나요?


한숨과 사랑의 끝 사이에는 수백 가지 가능성이 있어요.


엄마가 피곤했을 수도,

걱정이 있었을 수도,

허리가 아팠을 수도 있죠.


이런 가능성을 생각해야

반복되는 패턴을 멈출 수 있어요.


내면아이가 만든 규칙이 지금도 유효한지 점검하면 돼요.




마음속 내면아이가 전하고 싶은 말이 있대요.


"나는 그때 그럴 수밖에 없었어. 그게 나를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었거든. 하지만 지금 너는 달라. 지금 너는 물어볼 수 있잖아."


다음번에 누군가의 표정이나 말투에서 극단적 의미를 읽어낼 때, 한 박자 멈추고 물어보세요.


"정말 그런 건지 확인해 봐도 될까?"

그 질문 하나가 당신을 이분법의 감옥에서 꺼내줄 거예요.




P.S.


이번 주에 딱 한 번만 실험해 보세요.


누군가에 대해 극단적 결론을 내리려는 순간,

내면아이에게 "확인해 봐도 될까?"라고 물어보고 실제로 물어보세요.


결과를 메모해 두면 좋아요.

내가 만든 이야기와 실제 현실이 얼마나 다른지 보이거든요.


내면아이의 이야기를 전하는 상담사로부터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