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샌델 『정의란 무엇인가』리뷰 시리즈 (1)

『정의란 무엇인가』 chapter 1 요약 설명

by Juncus

이번에 리뷰하려는 책은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입니다. 대중적으로 익히 알려진 교양서이지만, 전공자가 아닌 분들에게는 여전히 다소 어렵게 여겨지는 내용이 있는 책일 겁니다.


일반 사람들이나 대학 학부의 교양 과정을 수강하는 학생들을 타깃으로 한 듯한 이 책은, 그만큼 전문 용어가 최대한 절제되어 있고, 논의를 풀어가는 과정도 매우 다이제스티브합니다. 즉, ‘철학하기’라는 게 어떻게 이루어지는 것인지를 일반 사람들에게 최대한 쉽게 보여주기 위해, 그 재료는 정제되었고, 그 과정은 심플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읽기가 쉽지는 않은 부분이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아마도 그 논의를 풀어가기 위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하는 과정과 배경지식이 비전공자들에게는 여전히 낯설게 느껴지기 때문일 겁니다.


이 책은 매우 유용합니다. 비유하자면, 학부 교양 과정에서 배우는 <생활 법률>과 비슷한 느낌입니다. 그리고 바로 이 점이 이 책을 리뷰해 보기로 결정한 이유입니다. 그리고 유용한 책인 만큼 그 목적에 맞는 리뷰를 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우선은 책의 내용을 좀 더 쉽게 요약하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처음에는 요약과 저의 코멘트를 50:50 정도로 해볼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유용성이라는 목적에 비추어 볼 때, 이런 구성에는 다소 문제가 있다고 여겨졌습니다. 그래서 계획을 수정했습니다. 즉, 이번 리뷰는 지난 『작가란 어떻게 읽는가』의 경우와는 달리, 책의 내용을 쉽게 풀어서 요약하는 것에 최대한 방점을 두고 진행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의 편의를 고려해서, 이는 해당 책의 챕터 순서를 그대로 따라가는 방식으로 이루어질 것입니다. 그럼 이제 시작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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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의란 무엇인가』 chapter 1 요약 설명


1) 정의에 대한 세 가지 정의(定義): 복지, 자유, 미덕


이 책의 첫 장은 매우 당연하게도 정의(Justice, 正義)라는 개념에 관한 구체적인 정의(定義) 내리기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이는 전형적인 논문 쓰기의 방식 중 하나이며, 설득이나 설명을 목적으로 하는 글에서는 반드시 가장 우선적으로 수행되어야 하는 과정입니다. 보통은 이 정의 내리기는 주장을 하는 사람, 즉 글의 저자가 앞으로 자신이 창의적으로 구성해 나갈 내러티브를 위해, 키워드의 화용론적 의미를 해당 글의 테두리 내에서 재정의 하는 식으로 이루어집니다. 즉, “나는 이 글에서 ooo이라는 말의 의미를 ooooooo이라는 뜻으로 사용할 것이다.”라는 식으로 담화적인 의미 생성이 이루어지는 것이지요.


하지만 대개 이렇게 결정된 키워드들의 의미는 해당 글에서만 그 뜻을 가질 뿐, 그 글 밖에서는 통용되지 않아요. 비근한 예로, 물리학에서 ‘쿼크’라는 소립자는 up, down, strange, charmed bottom, top의 6개의 맛(flavor)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하는데, 이때 쓰이는 단어들의 의미는 그것이 일상 속에서 쓰이는 의미들과는 전혀 상관이 없거나, 상당히 다릅니다. 철학의 경우도 이와 비슷합니다. 단순한 이야기 같지만, 이 같은 차이에 얼마나 익숙해지냐 하는 것이, 철학 관련 책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합니다. 어떤 책을 읽든, 그 속에서 나오는 용어들의 뜻을 철저하게 그 맥락 속에서 파악하려고 노력해 보세요. 이것에 익숙해지면, 좀 더 많은 책들을 수월하게 읽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정의란 무엇인가』에서는 이와 같은 완전히 새로운 의미 생성과 같은 건 전혀 없습니다. 즉, 마이클 샌델이 정의를 내리는 정의(Justice)의 의미는 전혀 낯선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매우 전통적이고, 관습적인 것이지요. 그렇기에 이 책의 첫 장에서 이루어지는 ‘정의 내리기’는 기존에 이미 잘 알려진 것, 그래서 일상적으로 사용되지만 그 구체적인 의미는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 – 대표적으로 ‘정의(Justice)’가 그렇지 않을까요? - 에 대해 풀어 설명하는 것일 뿐입니다.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을 해보겠습니다.


(1) 정의(Justice) 의미 첫 번째: 복지(Welfare)


샌델은 설명합니다. 복지란 기본적으로 경제적인 번영을 전제로 하는 정의의 개념이라고 말입니다. 이는 직관적으로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가난한 나라에서는 복지란 개념 자체가 실제적인 의미를 가질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를 실천할 돈이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복지라는 말을 사용할 때, 단지 이런 경제적인 맥락에만 한정해서 쓰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므로 정의로서의 복지란, 경제적인 번영을 바탕으로 사회적 안녕과 같은 비경제적인 요소까지 모두 아우르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한 이와 같은 의미에서 볼 때, 복지란 기본적으로 시장 논리의 맥락 내에서 정의의 의미를 모색하는 입장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이 점은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인식하는 복지의 의미와는 좀 다르지요. 하지만 이는 분명 맞는 말일 것입니다. 왜냐하면 공산주의 이데올로기 내에서 복지라는 개념이 만약 있다면, 그건 뭔가 모순적이기 때문입니다. ‘공산(共産)’이라는 말 자체가 공동으로 생산해서 똑같이 나눈다는 의미입니다. 즉, 애초에 복지가 필요한 환경 자체가 조성되지 않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는 논리적인 측면에서의 이야기일 뿐이고, 실제는 이와 다른 경우도 분명 있습니다. 북유럽 국가들과 같은 경우가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들 나라들의 정치적 스탠스는 기본적으로 사회주의에 가깝지만, 경제적으로는 매우 번영한 국가들입니다. 그리고 복지가 매우 발달된 나라들이지요.


그럼, 마지막으로 철학사에서 ‘복지로서의 정의’라는 개념은 어느 입장에서 기인한 것일까요? 배경지식이 없다면, 다소 어려운 이야기이니 일단 답을 알려드리겠습니다. 그건 바로 ‘공리주의(Utilitarianism)’입니다. 그 대표적인 철학자로는 제레미 벤담과 존 스튜어트 밀이 있지요. 둘 다 매우 걸출한 천재들로 유명한 인물들입니다.


이쯤에서 도대체 공리주의가 복지와 무슨 상관이 있는 것인지 의아해하는 분들도 많을 것입니다. 그리고 왜 그러한지는 추후에 이어지는 장에서 충분히 설명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물론 이는 저의 자의적인 판단이 아닙니다. 저는 이 책의 흐름 자체를 그냥 따라가며 정리하고 있는 것뿐입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샌델은 공리주의의 입장에서 정의(Justice)를 설명하는 데 상당히 많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으며, 특히 벤담의 양적 공리주의에 대해 많은 설명을 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왜 그러한지, 샌델의 의도 역시 앞으로 이어지는 요약과 설명을 통해 차차 드러나게 될 것입니다.


(2) 정의(Justice) 의미 두 번째: 자유


샌델은 설명합니다. 자유로서의 정의란, 복지로서의 정의와 마찬가지로 시장 논리의 맥락에서 정의의 의미를 모색하는 입장이라고 말입니다. 자, 이 부분에서 이 두 입장의 공통점이 분명히 명시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는 정의를 바라보는 이 두 가지 입장의 공통점이라기보다는, 이 두 스탠스가 서로 양립 혹은 때때로 대립할 수밖에 없게 되는 불가피한 환경적인 조건을 의미한다고 보는 게 더 옳을 것입니다. 비유하자면, 서로 완전히 다른 환경에 놓인 생명체는 서로 공존할 필요성이나 대립할 이유 같은 것을 느낄 이유가 없습니다. 하지만 똑같은 환경에 서로 많이 다른 생명체가 함께 있다면, 언제든 싸우고, 또 호혜적인 방식을 모색할 필요성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과 비슷합니다.


자유로서의 정의를 강조하는 입장이 기반을 두고 있는 사상적 스탠스는 ‘자유주의(Liberalism)’입니다. 굉장히 어려운 개념이지요. 이게 얼마나 정의 내리기 어려운 개념인지는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을 읽어보면 확 와닿게 됩니다. 공리주의보다 훨씬 복잡하고, 역설적이며, 논쟁적인 요소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샌델은 이 책에서 자유주의에 대한 언급은 정말 최소한 정도로, 매우 다이제스티브하게 하려고 노력한 것처럼 보입니다.


이 책에서 샌델은 자유주의의 하위 입장들을 크게 두 개의 범주로 나누어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건 바로 다음과 같습니다.


자유주의의 두 하위 입장들:


⓵ 자유방임주의(자유지상주의): 평등보다는 자유에 훨씬 더 큰 무게의 방점을 두는 입장입니다.


⓶ 공정성 진영: 자유를 강조하기는 하지만 평등보다 살짝 우위이거나 거의 동등한 가치로 보는 입장입니다.


샌델이 소개하는 자유주의의 대표적인 철학자와 경제학자는 존 로크, 임마누엘 칸트, 로버트 노직, 존 롤스, 그리고 밀턴 프리드먼입니다. 위의 두 하위 범주들 중 이 인물들이 각각 어느 입장에 속하는지는 추후 본격적으로 자유주의를 다루는 장에서 좀 더 자세히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3) 정의(Justice) 의미 세 번째: 미덕


샌델은 설명합니다. 미덕으로서의 정의란, 문화적 보수주의, 종교적 우파와 같이 도덕을 법으로 규정하는 입장을 뜻한다고 말입니다. 관습법이나 교회법 등이 그 대표적인 사례들이지요. 이 입장의 연원은 다른 두 입장보다 훨씬 깊고, 그 역사 역시 훨씬 오래되었지만, 복지나 자유에 정의의 방점을 둔 입장들에 비해 임의적인 판단의 요소가 개입될 여지가 훨씬 크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는 입장입니다.


이와 관련된 실제 역사의 사례는 무수히 많지만, 비교적 현대에 가까운 것들만 추려본다면, 탈레반, 노예제 폐지론자, 마틴 루터 킹 등을 샌델은 예로 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와 관련된 철학자로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있습니다. 역시나 다른 두 입장의 경우와는 달리, 매우 고대의 인물이지요.


이제 정의(Justice)에 관한 전통적인 정의(definition)에 대한 소개가 끝났습니다. 이제 이 세 가지 입장을 중심으로 논의가 전개될 것입니다. 그게 바로 이 책의 구성입니다. 그런데 이쯤 되면 누구나 궁금해하실 겁니다. 도대체 샌델은 이 세 가지 입장들 중 어느 것에 서 있는지를 말입니다. 그리고 그 답을 일단 미리 알려드릴게요. 왜냐하면 그걸 미리 알고 있다고 해서 이 책을 읽는 재미나 의미가 반감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이 책은 기본적으로 설명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설득을 의도한 글이나 소설이 아니기에 오히려 미리 알고 계시는 편이 더 내용을 이해하는 데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이 세 입장 중 샌델이 선호하는 입장은 의외로 마지막 세 번째, 미덕으로서의 정의입니다. 그리고 왜 그러한지는 앞으로 전개되는 설명을 따라가며 여러분들 각자가 자신의 경험적 지평 내에서 해석을 해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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