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란 무엇인가』 chapter 3과 4 요약 설명
1. 『정의란 무엇인가』 chapter 3과 4 요약 설명
이번에는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의 챕터 3과 4에 해당하는 내용을 정리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해당 챕터들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은 지난번에도 미리 언급을 해드렸듯이, “자유지상주의”에 관한 것입니다.
자유지상주의자로 구분될 수 있는 저명한 학자들은 많이 있습니다만, 샌델이 이 책에서 주로 다루고 있는 인물은 바로 ‘로버트 노직’입니다. 매우 직설적이고, 명쾌한 논리로 유명한 동시대 철학자입니다. 대표적인 저서로는 상대적으로 아직 어린 나이였을 때 쓴 것으로도 유명한 『아나키에서 유토피아까지』가 있지요. 일종의 롤스의 『정의론』에 대한 논박서라고도 볼 수 있는 책입니다. 이 말인 즉, 이 책을 제대로 잘 읽어내기 위해서는 롤스의 『정의론』 역시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게 그리 만만한 게 아니라는 게 문제 이긴 하지만요.^^; 아무튼 둘 다 어려운 책들입니다.
1) 예비적 사항들
이번 장들에서 샌델은 자유지상주의를 설명하기에 앞서, 다음과 같은 예비적인 사항을 미리 정리해주고 있습니다. 앞으로 계속 이어질 내용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매우 중요한 사항이니 꼭 잘 짚고 넘어가시길 바랍니다.
샌델은 자유시장에 대해 보이는 태도들,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공통적으로 자유시장에 대해 우호적이기는 하지만, 그 방점이 서로 다를 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대립적이기도 한 입장을 다음과 같이 두 가지로 간단하게 정리를 해주고 있습니다.
⓵ (친(親) 시장) 자유지상주의자: ‘자유’를 중시하는 입장
⓶ (친(親) 시장) 공리주의자: ‘복지’를 중시하는 입장
지난번 회 차까지 다루었던 것이 ⓶번 공리주의에 관한 것이었다면, 이번 회 차에서 다룰 입장은 바로 ⓵번입니다.
이 친시장적인 자유지상주의는 사실 윤리학적 범주에만 한정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를 철학적으로 다루는 것에 낯선 분들이 더 많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만큼 이는 오늘날 매우 보편적이면서도 우리의 일상과도 긴밀히 연관되어 있습니다. 이 말인 즉, 그 정도로 매우 실천적인 철학적 테마라는 말이지요.
우선 정치적 맥락에서 이 입장을 대표하는 유명한 인물들은, 지금은 둘 다 고인(故人)이 된, 철의 여인으로 유명한 전(前) 영국 수상, 마거릿 대처와 미국의 제40대 대통령이었던 로널드 레이건이 있습니다. 둘 다 보수주의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들로, 그들의 이름을 딴, 대처리즘, 레이거노믹스 등의 고유명사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지적 논의의 장(場)에서의 친시장적 자유지상주의를 대표하는 인물들로는, 오스트리아 학파를 대표하는 미제스부터 하이에크, 미국의 시카고학파의 거두, 밀턴 프리드먼, 그리고 이 책에서 주로 다루고 있는 인물, 즉 로버트 노직이 있습니다. 이들 모두 복지국가이념에 대해 회의적이고 비판적인 관점을 가진 학자들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2) 자기 소유 개념
‘자기 소유 개념’은 자유지상주의의 도덕적 정수(精髓)라고 말할 수 있는 개념입니다. 자유지상주의를 주장하는 학자나 철학자, 사상가들은 이를 각기 나름의 언어로 다양하게 패러프래이징(paraphrasing), 다시 말해, 자신의 언어로 재정의 혹은 다르게 표현해왔습니다. 예를 들어, 밀턴 프리드먼의 유명한 저서의 제목이자, 그가 그 책 속에서 강조하고 있는 자유의 개념인 “선택할 자유” 역시 이 ‘자기 소유 개념’에 대한 또 다른 표현이자, 재정의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노직은 여러 사고실험을 통해 이 개념의 의미와 윤리적 가치를 강조하고 또 강조합니다.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샌델은 노직의 사고실험을 자세히 소개 ·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을 요약해 드리겠습니다.
(1) 노직의 사고실험: ‘마이클 조던의 돈’
노직은 다음과 같이 주장합니다.
마이클 조던이 NBA 현역으로 활동할 당시, 경기 수익금에 대한 기여도가 월등히 높았던 조던의 수입은 다른 선수들보다 훨씬 많았다. 왜냐하면 당시 NBA 경기를 보기 위해 돈을 지불한 사람들 중 다수는 바로 조던의 플레이를 보기 위한 목적을 가졌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분배의 방식, 즉 경기 수익금에 대한 기여도가 높은 선수인 조던이 다른 선수들보다 더 많은 수입을 갖게 되는 방식은 사람들의 자발적인 선택의 결과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사고실험의 사례를 통해 우리는 기존의 유형화된 분배 정의 이론의 두 가지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은 다음과 같다.
첫째. 경제적 불평등(위의 사례에서는 조던이 다른 선수들보다 훨씬 많은 수입을 가져간다는 점)을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자발적 선택의 결과를 되돌리기 위해, 대표적으로 소득세 부과와 같은 방식으로 자유시장에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간섭을 하려고 들 것이다.
둘째. 이러한 간섭, 즉 조던의 수입에 소득세를 부과하는 것과 같은 간섭은 사람들의 자발적인 선택을 뒤집는 것과 같다. 또한 조던이 일해서 번 수입을 가져감으로써 그의 권리를 침해한다. 이는 사실상, 조던의 의사 여부와는 상관없이 그에게 기부금을 강요하는 것과 같다.
사고실험이기는 하지만, 매우 실제적인 가상의 사례라는 건 누구나 동의하실 것입니다. 그럼 이제 이에 대해 노직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비판을 했는지를 요약해 드리겠습니다.
위와 같은 사례에 대해 노직은 다음과 같이 비판합니다.
도덕적 논란은 돈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며, 문제는 인간의 자유이다. ‘노동으로 얻은 소득에 부과되는 세금은 그만큼 그에게 아무 대가 없이 강제로 노동시키는 것과 같은 꼴이다. 이 말인 즉, 국가가 내 소득의 일부를 가져갈 수 있다면, 내 시간의 일부 역시 가져갈 수 있다는 뜻이 된다. 예를 들어, 내 소득의 30%를 가져가지 않은 대신에 내 시간의 30%를 국가를 위해 일하라고 강제할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국가가 내게 노동을 강요할 수 있다면, 결국 국가가 나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는 것이 된다.
어떤가요? 발견하셨나요? ‘자기 소유 개념’에 대한 노직의 정의를 발견하셨는지를 묻는 겁니다. 노직의 주장에 동의를 하시든, 그렇지 않으시든지 간에 다들 어떤 식으로든지 그가 말하고자 하는 ‘자기 소유’의 의미를 파악하셨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이제 노직의 이 주장을 좀 더 형식화된 논증의 방식으로 표현해 보겠습니다.
1-(1) 내가 나를 소유한다면, 이는 곧 내가 나의 노동 역시 소유하고 있다는 뜻이 된다.
1-(2) 이 말인 즉, 남이 내게 노동을 명령할 수 있다면, 이는 그 사람이 나에 대한 소유권의 일부 혹은 전부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2-(1) 내가 내 노동을 소유한다면 그로 인한 과실을 소유할 자격이 있다.
2-(2) 이는 곧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내 소득을 가질 자격이 있다면, 그 사람은 내 노동을 소유할 자격이 있다는 뜻이 된다.
그러므로 위의 논증 1과 2에 따라 누군가가 내 노동을 소유할 자격이 있다면, 결국 그가 나를 소유할 수 있게 된다.
어떠신가요? 일단 상당히 강한 주장이라는 건 누구나 동의하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노직의 주장을 그냥 줄글로 읽으면, 그 논리와 강한 어조에 분명 좀 압도당하는 게 있기 때문에, 이렇게 좀 더 형식적으로 풀어보았습니다. 그래야 좀 건조해져서 논증이 전개되는 방식을 좀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정리해서 보면, 노직의 주장 속 논증을 반박하기 힘들기는 합니다. 단적으로 1-(1)의 문장은 분명 참으로 보입니다. 또한 이에 따라 1-(2)이 역시 참이 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왜냐하면 두 명제 문장은 서로 대우 관계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게 조금 어렵다고 느껴지시는 분들은 고등학교 수학시간에 배운 ‘집합과 명제’ 부분에서 ‘역, 이, 대우’라는 개념들을 찬찬히 상기해 보세요.
‘A이면 B이다.’라는 명제와 대우 관계에 있는 명제는 ‘B가 아니면 A도 아니다.’입니다. 이 두 명제는 서로 진리치가 늘 일치합니다. 즉, 첫 번째 명제가 참이면, 그 대우 명제인 두 번째 명제도 참이지요. 거짓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좀 더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내가 나를 소유한다면, 이는 곧 내가 나의 노동 역시 소유하고 있다는 뜻이다.’의 대우 문장은,
‘내가 나의 노동을 소유하고 있지 않다면 나는 나를 소유하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일 것입니다.
그리고 이 말은 ‘남이 내게 노동을 명령할 수 있다면, 이는 그 사람이 나에 대한 소유권의 일부 혹은 전부를 가지고 있다.’라고 다르게 표현해도 논리적 비약은 딱히 보이지 않습니다.
3) 시장 논리의 도덕성 문제
설령 노직의 논증을 따라가기가 힘들다고 할지라도, 그가 매우 강한 어조로 자유지상주의를 주장하고 있다는 건 누구나 알 수 있으실 겁니다. 그리고 이러한 철학적 스탠스를 정치·경제·사회적 스탠스로 그 외연을 넓혀보면, 극단적으로는 아나키즘, 즉 무정부주의로 연결될 수 있고, 자유 시장과 관련해서는 자유방임주의 등으로도 연결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용어들이 가진 강한 어조와 부정적인 뉘앙스에 호도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냥 하나의 입장들로 객관적으로 보려 노력해 주세요. 그래야 이 책의 내용을 보다 넓고 깊게 파악할 수 있으니까요.
아무튼 샌델이 소개하는 자유지상주의자들은 이런 극단적인 생각에 완전히 경도된 사람들이 아닙니다. 하지만 시장 논리에 국가가 관여하는 것에 매우 회의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들은 맞습니다.
한편, 이와 관련해서 샌델은 시장 논리가 불러올 수 있는 도덕적인 문제에 주목합니다. 왜냐하면 그건 필연적으로 사회 정의와 연관되기 마련이니까요. 그리고 이를 위해 그는 한 가지 실제 일어나고 있는 논쟁적인 사례 하나를 제시하고, 이에 대해 정의에 대한 각 입장들이 보일 수 있는 태도를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이 사례란 바로, ‘상업적 대리 출산의 사례’입니다.
(1) 상업적 대리 출산의 사례
⓵ 외주 임신의 의미: 우선 이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외주 임신’과 ‘대리모’의 차이를 구분할 줄 알아야 합니다. 여기서 ‘외주 임신’이란, 태어날 아기의 생물학적 어머니인 ‘대리모’와는 달리, 그저 대리 출산 서비스 제공자일 뿐, 생물학적 어머니가 아닌 경우를 뜻합니다. 즉, 체외 수정이 가능해짐에 따라 체외에서 수정된 난세포가 태아로 자랄 수 있는 집, 즉 자궁을 제공해 주는 존재를 뜻합니다.
⓶ 대리 출산 서비스의 상업화: 이와 같이 난자와 분리된 자궁의 개별 공급이 가능해짐에 따라, 기존의 대리모를 통한 대리 출산의 경우와는 달리, 감정적 거부감과 법적인 문제 발생 가능성이 많이 줄어들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에 따라 대리 출산의 수요와 공급이 증가하고, 대리 출산 시장이 확대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됩니다.
여기까지가 실제 사례에 대한 소개입니다. 그러면 이제부터는 샌델이 설명하고 있는 이 사례에서 불거질 수 있는 도덕적 문제에 대한 각 입장들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여러분들도 지금까지 소개해드린 각 입장의 논리에 따라 그들이 어떤 식으로 반응을 할지 한번 상상해 보세요.
⓵ 친시장주의자들의 입장
첫째, 공리주의의 입장: 대리출산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 만족의 양과 질이 향상됨에 따라 사회 전체의 복지의 총량이 늘어났으므로, 도덕적으로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다.
둘째, 자유지상주의의 입장: 양측의 자발적인 거래와 선택에 따른 것이므로 문제 될 것이 없다.
⓶ 시장회의론자들의 입장
첫째. 자궁을 제공하는 외주 임신 서비스의 제공자는 분명 경제적인 이익은 얻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반드시 자유로운 선택이었을 것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왜냐하면 생계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많은 분들이 이 입장에 경험적으로나 감정적으로 동의하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종의 동병상련이랄까요? 자유지상주의자들은 도덕과 자유의 문제를 돈과 지나치게 결부시키는 것을 경계합니다만, 이와 관련해서 도스토예프스키가 한 촌철살인과 같은 말이 갑자기 떠오릅니다. “돈은 주조된 자유다.”
아무튼 이런 입장에서 자유의 문제, 궁극적으로는 정의의 문제를 탐구한 철학자 역시 있습니다. 정의의 의미를 고찰하는 데 있어 ‘자유’에 방점을 두고는 있지만, 자유지상주의자들과는 분명 다른 스탠스를 가진 ‘존 롤스’가 바로 그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둘째. 보편적 인권 존중과 같은 돈으로 거래할 수 없는 사회적 행위는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런 주장은 그 자체로는 증명가능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철학에서는 이를 일종의 수학적 공리와 같이 완전히 참인 명제로 간주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렇게 하지 않으면, 논증 자체가 시작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실천철학에서는 이를 정언적, 명령적 문장이라고 부릅니다. 이런 정언 명령으로 유명한 철학자가 바로 ‘임마누엘 칸트’입니다. 그리고 이 주장 역시 매우 칸트적인 입장입니다.
셋째. 어머니와 아기 사이에는 감정적 유대와 같은 ‘사회적으로 마땅히 지향해야 할’ 목적이 있다.
이는 이 시리즈의 맨 처음에 소개해드린 정의에 관한 세 입장들 중 세 번째 것, 정의를 미덕으로 보는 입장과 일맥상통합니다. 그리고 이와 관련해서 샌델이 소개하는 대표적인 철학자는 아리스토텔레스입니다.
여기까지가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자유지상주의’에 관한 내용입니다. 다음 시간에는 ‘자유주의자’에 대해 요약 및 설명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책의 목차 상으로는 chapter 8-10에 해당하는 것으로 상대적으로 긴 분량입니다. 이 입장과 관련해서 샌델은 임마누엘 칸트와 존 롤스를 중심으로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시리즈 역시 샌델이 제시한 구성 순서 및 내용에 따라, 지난 공리주의 경우처럼 part1과 part2로 나눠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