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니 빠진 웃음과 김치찌개

그것은 사랑…

by 해그해그


낡은 스테인리스 냄비에 신 김치 윗동을 툭 잘라 넣는다. 마늘 한 듬뿍, 다시다와 설탕도 한 듬뿍. 외로운 등으로 무심히 찌개를 끓여내시던 아버지의 뒷모습을 기억하며 나도 냄비를 올린다.


어느덧 아버지의 나이를 훌쩍 넘긴 딸이 그 맛을 찾아보지만, 그리운 손맛은 좀처럼 돌아오지 않는다. 그 맛의 비결은 재료가 아니라 당신의 뒷모습이었음을 이제야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 나는 아버지의 방식에 나만의 마음을 한 줌 더 보탠다. 잘 익은 김치에 참치를 넉넉히 넣고, 세 아들이 먹기에 너무 맵지 않도록 불을 조절한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더니 제법 매운 것을 먹게 된 첫째 아이가 찌개 앞으로 다가온다.


"쓰하, 쓰하—"


매운맛에 연신 혀를 날름거리며 물을 연거푸 마신다.


"많이 매워?"


걱정스레 묻는 내 말에 아이는 기어코


"맛있어요, 안 매워요!"


라고 대답한다. 앞니가 빠진 듬성듬성한 입으로 환하게 웃어 보이는데, 그 모습이 못내 기특하고 뭉클하다.


아버지가 그랬듯, 나 역시 이 투박한 냄비 하나로 아이들에게 기억될 어떤 맛을 만들어가고 있는 중일 것이다.


물그릇을 비워내며 웃는 아이의 얼굴 위로, 뚜껑을 탁 닫으며 무심히 돌아서던 아버지의 뒷모습이 겹쳐진다.


짠맛과 단맛, 그리고 매운맛이 뒤섞인 이 냄비 안에서 우리 가족의 시간도 보글보글 깊어가고 있다.




아빠의 김치찌개


투박한 스테인리스 냄비에

신 김치 윗동만 툭 잘라 넣고

마늘 한 듬뿍, 다시다 한 듬뿍, 설탕 한 듬뿍.

외로운 등으로 무심히 끓여내시던

아버지의 유일한 요리, 묵은지 김치찌개.

"무얼 넣어서 이렇게 맛있어요?"

"넣은 거 이게 다다."

무심한 대답 뒤로 뚜껑이 탁 닫히면

코끝을 맛나게 간지럽히던 그 냄새.

짜고 달았던 그 맛은 사실 사랑이었습니다.

어느덧 아버지의 나이를 훌쩍 넘긴 딸이

그 맛을 찾아 냄비를 올려보지만

그리운 손맛은 좀처럼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 맛은 재료가 아니라, 당신의 뒷모습이었음을 이제야 압니다.



그립고도 그리운 아빠.

지금은 사랑한다 전할 수도, 얼굴을 마주할 수도 없네요.

진작에 사랑한다 말할걸 그랬어요

올려다본 하늘에 대고 이 마음을 전하면 아빠에게도 들릴까요.

아빠, 정말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