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또 다른 기억

아리고 미어지다

by 해그해그


아빠의 등이 미세하게 떨리다 격하게 흔들린다 커다랬던 아빠의 등은 움츠러 들여있었다 힘들다 하시며 소리 없이 얼굴은 보이지 않게 우셨다


그때 어린 나는 화가 나 있었고 아빠와 싸우게 된 날이다 지금의 나는 그때의 화는 아무래도 상관이 없다 그때에 그 작아진 등을 토닥여 드렸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후회로 가슴이 미어질뿐이다


이제는 안다. 강한 줄만 알았던 아빠에게도 기댈 곳이 필요했다는 것을. 하지만 이제는 그 등을 다시 토닥여 드릴 수가 없다. 돌아갈 수 없는 시간 너머로, 흔들리던 그 뒷모습만 자꾸 눈에 밟힌다.


조금 있으면 아빠의 기일이 돌아온다. 이 맘 때면 어김없이 마음이 먼저 알고 내려앉는지, 몸 구석구석까지 아파 오곤 한다




아빠, 기억하시나요?

제가 스무 살 어른이 되면 그때부턴 '아버지'라고 부르겠다고 약속했었지요. 그런데 있잖아요, 제 기억 속의 아빠는 여전히 제가 십 대 때 그 얼굴 그대로 남아 있어요.


세월은 흘러 저는 벌써 그때의 아빠보다 나이를 먹었지만, 제 마음속 아빠는 단 한순간도 늙지 않은 채 그 자리에 계시네요. 그래서 저는 아직 '아버지'라는 말보다 '아빠'라는 말이 더 익숙하고 포근합니다.


아빠, 제가 계속 아빠라고 불러도 되겠죠?


하늘 어디선가 들으신다면, 예전처럼 무심한 듯 다정한 그 목소리로 대답해 주세요. 보고 싶고, 사무치게 그리운 나의 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