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아이의 첫 계절을 품어준 그곳에 안녕을

by 해그해그


새로운 시작에는 언제나 끝이 따라붙는다. 그리고 그 끝이 유독 아리게 가슴에 스며드는 이유는, 그곳에서 보낸 시간과 추억이 더할 나위 없이 예뻤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 내 마음을 흔들어 놓은 것은 어느 어린이집의 퇴소 확인 문자 한 통이었다. 우리 가족에게는 단순한 보육 기관을 넘어, 세상으로 나가는 첫 관문이자 소중한 인연의 시작점이었던 곳이다.


첫째 아이를 처음 보낼 때를 떠올려 본다. 집 근처로 결정해 두고서도 등원 날이 다가올수록 불안은 혈액을 타고 온몸 구석구석을 유영했다. 다른 아이들보다 조금 늦은 시작이라 더 마음 쓰였고, 뉴스에 나오는 흉흉한 사건들이 머릿속에서 거친 파도가 되어 밀려들었다. '아이가 낯선 곳에서 잘 견딜 수 있을까?' 하는 걱정에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기도 했다.


하지만 운명 같은 첫날, 나의 기우는 민망할 정도로 무색해졌다. 아이는 첫날부터 낮잠을 푹 자고 일어났고, 선생님이 보내주신 사진 속에는 집에서도 본 적 없는 해맑은 함박웃음을 짓고 있는 '사회생활 만렙' 아이가 있었다. 그 웃음 한 조각이 내 불안을 신뢰로 바꿔놓았다.


그 믿음은 둘째와 셋째로 이어졌다. 한 선생님께서 세 아이를 모두 맡아주시는 특별한 인연 덕분에 우리 집의 육아는 그곳과 함께 깊어졌다. 시간이 흘러 선생님과 원장님이 바뀌기도 했지만, 새로 오신 분들 역시 변함없는 사랑으로 막내를 보듬어 주셨다. 어쩌면 나는 인생에서 만날 좋은 인연의 운을 이곳에서 다 쓴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감사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오늘, 막내의 퇴소 신청이 완료되었다는 문자가 도착했다. 휴대폰 화면 속 그 무미건조한 문장 뒤로, 아이들과 함께했던 수많은 등굣길과 선생님들의 다정한 얼굴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막내의 마지막 졸업까지 함께하지 못한 예전 선생님들부터 지금의 선생님들까지, 한 분 한 분의 정성이 모여 우리 아이들이 이만큼 자랐음을 실감한다. 여전히 믿고 맡길 수 있는 따뜻한 어른들이 곁에 있다는 사실이 새삼 아련하면서도 든든한 위안으로 다가온다.


아, 이제 내일이면 막내는 유치원이라는 더 넓은 바다로 나간다. 입학식을 앞두고 다시금 묘한 긴장감이 감돌지만, 이제는 안다. 새로운 시작은 늘 두렵지만, 그곳에서도 아이는 자신만의 예쁜 꽃을 피워낼 것이라는 걸.


잘 해낼 수 있겠지? 아니, 잘 해낼 것이다. 지금껏 그래왔던 것처럼, 아이는 새로운 시작의 끝에서도 또다시 아름다운 추억을 한 보따리 안고 돌아올 테니까.


포근했던 우리의 첫 울타리여, 이제는 안녕. 새로운 봄을 맞이할 나의 아이에게, 뜨거운 응원을 보낸다.